아서 "코디" 자렛(James Cagney)이 이끄는 갱단이 캘리포니아 주 경계선 근처의 하이 시에라 터널을 통과하던 우편 열차에 뛰어 올라, 기관사와 차장 4명을 살해하고 30만 달러의 연방 정부 지폐를 강탈해 달아난다. 터널 사건을 자렛 갱단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는 미 재무부 로스앤젤레스 지구 수사 요원 필립 에반스(John Archer)는 딸기를 좋아하는 아들 코디를 위해 딸기를 사러 시장에 나타난 코디의 엄마 "마" 자렛(Margaret Wycherly)을 미행하여 코디의 은신처를 알아내지만, 코디가 쏜 총에 부상을 입고 코디를 놓치고 만다. 4명이 살해된 터널 사건으로 체포되면 사형을 선고받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코디는 이를 피하기 위해 터널 사건 당일 밤에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서 벌어진 호텔 강도 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거짓 자백하여 가벼운 형을 받기로 결심한다. 코디는 일리노이 주로 가서 팰리스 호텔 강도 사건 범행을 자백하고, 결국 절도죄로 1년 이상 3년 미만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주 교도소에 갇히게 된다.

터널 사건을 여전히 자렛 갱단의 소행이라고 믿고 있는 필립 에반스는 비밀 수사 요원 행크 팔론(Edmond O'Brien)으로 하여금 빅 파도라는 이름의 죄수로 일리노이 주 교도소에 들어가 코디의 감방 동료가 되어, 코디가 어디서 30만 달러의 연방 정부 지폐를 처분했는지, 그리고 이 거래를 처리한 장물아비가 누구인지를 알아내도록 한다. 한편, 코디의 보스 자리와 코디의 아내 버나 자렛(Virginia Mayo)을 탐낸 코디의 부하 "빅 에드" 소머스(Steve Cochran)는 코디와 같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로이 파커로 하여금 코디를 죽이도록 한다. 코디의 감방 동료가 된 빅 파도는 위험에 처한 코디의 목숨을 구해 주고 코디와 친해지게 된다. 아내와 빅 에드가 자신을 배신하고 엄마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충격을 받은 코디는 빅 파도와 함께 탈옥을 감행한다.

지금도 갱스터 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리틀 시저 (Little Caesar, 1931)', '공공의 적 (The Public Enemy, 1931)', '스카페이스 (Scarface, 1932)'가 나온 1930년대 초반 이후 약 30년 동안, 1934년부터 시행된 미국 영화 검열 제도인 헤이스 규약(Hays Code)으로 인해 갱스터 영화의 제작이 드물었다가, 헤이스 규약이 폐지된 1960년대 후반부터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 1967)'와 '대부 (The Godfather, 1972)'와 같은 갱스터 영화의 걸작들이 쏟아져 나온다. 라울 월쉬 감독이 연출하고, '성조기의 행진 (Yankee Doodle Dandy, 1942)'에서 조지 M. 코핸(James Cagney)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제임스 캐그니가 코디를 연기하는 '화이트 히트'는 갱스터 영화의 제작이 드물었던 시기에 나온 갱스터 영화로, 지금도 갱스터 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영화이다. '화이트 히트'는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10개의 영화 장르에서 각각 선정한 "위대한 미국 영화 10 (AFI's 10 Top 10)"의 갱스터 영화 장르 부문에서 '대부', '좋은 친구들 (Goodfellas, 1990)', '대부 2 (The Godfather Part II, 1974)'에 이어 4위에 랭크되어 있다.

오래된 영화들을 볼 때,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들은 비교적 덜하지만, 당시의 기술을 보여 주는, 또는 기술적인 효과가 필요한, 액션 장르나, 특히 SF 장르의 영화들은 당시와 현재의 기술적 차이로 인해, 아무리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영화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관객들에게는 당시의 관객들이 느꼈을 재미와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갱스터 영화이면서 액션 영화이기도 한 '화이트 히트'에서 미 재무부 수사 요원들이, 코디의 엄마를 미행하는 장면이나, 화학 공장의 급료를 털러 가는 자렛 갱단이 탄 가스 트럭을, 행크 팔론이 가스 트럭에 설치한 발진기의 신호를 수신하여 추적하는 장면은 당시의 관객들에게는 상당한 흥미를 주었겠지만, '본 얼티메이텀 (The Bourne Ultimatum, 2007)'과 같은 영화에서 보여 주는 추적 장면과 비교하면 조잡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트 히트'는 군더더기 없는 장면 - 영화 초반부에 코디가 자기 부하들이 정지시킨 우편 열차가 속도를 늦추면서 터널을 막 통과할 때, 불필요하게 터널 위에 올라가 우편 열차에 뛰어내리는 단 한 장면을 제외하고 - 과, 빠른 전개가 돋보이는, 굉장히 다이내믹한 영화이다.

'화이트 히트'에서 아서 "코디" 자렛과 "마" 자렛은 코디를 연기하는 제임스 캐그니의 제안에 따라, 실제로 갱단의 일원이었던 아서 바커(Arthur Barker)와, 일명 마 바커(Ma Barker)로 더 잘 알려진, 아서 바커의 엄마 케이트 바커(Kate Barker)를 모델로 한 캐릭터이다. 연방수사국(FBI) 국장 후버(John Edgar Hoover)가 "그녀는 지난 10년간 가장 잔인하고 위험하고 지능적인 범죄자"라고 한 케이트 바커는 네 명의 아들 모두를 범죄자로 키운 엄마로, 막내아들 프레드 바커(Fred Barker)가 조직하고, 나중에 셋째 아들 아서 바커도 일원이 된 갱단을 실질적으로 이끌면서 은행 강도, 납치와 같은 범죄 행위를 일삼았다.

코디는 일을 벌이는 동안 무자비하게 살인을 하고, 엄마에 대한 병적인 집착과, 한 번씩 심한 편두통으로 발작 증세를 보이는 사이코 범죄자이다. 코디가 교도소 식당에서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발광을 하는 장면은 유명하다. '화이트 히트'에서 제임스 캐그니는 사이코 범죄자인 코디를 실감나게 연기한다.

'화이트 히트'는 어두운 흑백 화면을 통한 음울한 영화의 분위기와,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영화의 이야기, 그리고 치명적인 매력으로 자신은 물론 주변인까지 파멸로 몰아가는 팜므 파탈 등, 필름 누아르(film noir)의 특징도 보여 준다. '화이트 히트'에서의 팜므 파탈 버나는 남편 코디가 교도소에 들어가자, 내연 관계에 있던 빅 에드의 여자가 되어 남편을 배신하고, 시어머니를 살해한다. 하지만 엄마의 복수를 위해 탈옥한 코디가 나타나 자신을 죽이려고 하자, 코디에게 당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도해 왔고, 당신을 사랑하며, 빅 에드가 엄마를 살해했다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한다. 무자비한 코디도 버나의 거짓말에 넘어간다. 다시 코디의 여자가 된 버나가 화학 공장으로 가기 전 집결지에서 코디에게 키스를 하기 위해 껌을 뱉는 장면이 나오는데, 버나의 행동은 이전에 버나에게 키스를 하기 위해 껌을 뱉은 빅 에드가 했던 행동으로, 코디를 또다시 배신하게 됨을 암시해 주는 장면이다. 결국 코디가 경찰에게 포위되자, 이미 경찰에 붙잡힌 버나는 필립 에반스에게 교태를 부리면서, 자신이 코디를 속여 끌어낼 수 있다고 필립 에반스와 흥정하려 한다.

마침내 행크 팔론은 자렛 갱단이 터널 사건 때 강탈한 30만 달러의 연방 정부 지폐를 처분한 장물아비의 정체가 "트레이더" 다니엘 윈스턴(Fred Clark)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코디의 엄마는 아들 코디에게 세상 꼭대기에 오르라고 말해 주면서 코디가 항상 최고가 되기를 바란다. 결국 코디는 화학 공장에서 경찰의 포위망을 피해 올라간 가스탱크 꼭대기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Made it, Ma! Top of the world!"

(해냈어, 엄마! 내가 세상 꼭대기에 올랐어!)

 

코디가 경찰의 포위망을 피해 올라간 가스탱크가 폭발하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행크 팔론이 말한다. "코디 자렛! 결국에는 세상 꼭대기에 올랐군. 바로 눈 앞에서 날아가 버렸지만."

개인적으로 라울 월쉬 감독을 '화이트 히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라울 월쉬 감독은 무성 영화 시대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해서 무려 138편의 영화를 만든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영화감독이다. 라울 월쉬 감독은 50년 이상 연출 활동을 하면서 주로 남성적인 장르의 영화들을 연출하였는데, 그중에서도 그는 특히 범죄 영화의 대가라는 평가를 받았던 영화감독이다. 제임스 캐그니와 험프리 보가트가 출연하는 '포효하는 20년대 (The Roaring Twenties, 1939)'는 필름 누아르의 효시가 되었으며, 험프리 보가트가 주연을 맡은 '하이 시에라 (High Sierra, 1941)'는 범죄 영화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영화 평론가 앤드류 새리스(Andrew Sarris)는 '미국 영화: 감독과 연출 1929-1968 (The American Cinema: Directors and Directions 1929-1968)'에서 라울 월쉬 감독은 영화에서 필요한 전문적 기술(technical skills)과 예술적 재능(artistic instincts)을 가지고 가장 야심적인 물리적 스펙터클을 자신의 최고의 작품들에서 실현했다고 평가했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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