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해였다. 이 해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작품성과 흥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두 편의 영화를 만드는데, 하나는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다룬 성인물, '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 1993)'이고, 다른 하나는 '죠스 (Jaws, 1975)', '레이더스 (Raiders of the Lost Ark, 1981)', 'E.T. (E.T.: The Extra-Terrestrial, 1982)'와 같은 영화들을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기대한 종류의 영화, 바로 '쥬라기 공원'이다. 다음 해에 열린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쉰들러 리스트'와 '쥬라기 공원'은 총 10개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데, '쉰들러 리스트'는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 등, 7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였고, '쥬라기 공원'은 음향상,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의 3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였다.

인젠 사의 설립자 존 해몬드(Richard Attenborough)는 수백만 년 동안 호박 속에 갇혀 있던 모기에게서 공룡의 피를 뽑아내 DNA를 채취하여 최신 복제 기술로 6천 5백만 년 전에 멸종한 공룡을 부활시켜, 코스타리카에서 서쪽으로 120마일 떨어진 섬, 이슬라 누블라에 공룡 테마 파크, 쥬라기 공원을 세운다. 하지만 공원의 한 근로자가 공룡에게 죽는 사고가 발생하자, 공원의 보험 회사가 공원의 안전에 의문을 제기하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공원에 대한 전문가들의 철저한 현장 사찰을 요구한다. 공원의 빠른 개장을 원하는 존 해몬드는 공원의 안전 진단을 위한 공원 투어에, 고생물학자 앨런 그랜트 박사(Sam Neill), 고식물학자 엘리 새틀러 박사(Laura Dern), 수학자 이안 말콤 박사(Jeff Goldblum)와,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사 도날드 제나로(Martin Ferrero), 그리고 자신의 손주인 팀(Joseph Mazzello)과 렉스(Ariana Richards)를 초대한다.

'쥬라기 공원'은 과학 스릴러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마이클 크라이튼의 동명의 소설을 마이클 크라이튼과 데이빗 코엡이 각색하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영화이다. '쥬라기 공원'의 제작사인 유니버설 픽처스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 소설이 출간되기도 전에, 영화화 판권을 획득하기 위해 워너 브러더스 픽처스, 콜롬비아 픽처스, 20세기폭스사와 경쟁을 벌였는데, 결국 유니버설 픽처스가 영화화 판권을 획득하게 된다. 출간되기도 전에 4개의 메이저 영화 제작사들이 영화화 판권을 획득하기 위해 경쟁을 벌일 정도로, 6천 5백만 년 전에 멸종한 공룡을 현실로 불러낸 원작 소설의 이야기는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1990년에 출간된 원작 소설은 미국에서만 1,0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쥬라기 공원'은 개봉 당시 전세계에서 9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150만대를 수출해서 얻는 이익과 동일하였다.

'쥬라기 공원'의 주인공은 공룡이다. 공룡은 인간의 상상력으로 창조된 괴생명체가 아닌, 지구 상에 실제로 존재했었던 생명체다. 그래서 더더욱 공룡은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러한 공룡을 현실로 불러낸 '쥬라기 공원'이 보여 주는 특수 효과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쥬라기 공원'은 당시 특수 효과의 획기적인 도약을 보여 준 영화로 평가받았었는데, '스타 워즈 (Star Wars, 1977)'를 연출한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가 설립한 특수 효과 전문 회사인 ILM(Industrial Light & Magic)의 협력으로 공룡의 움직임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재현했다. '쥬라기 공원'이 보여 주는 특수 효과는 가장 최근에 나온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Jurassic World: Fallen Kingdom, 2018)'이 보여 주는 특수 효과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

'쥬라기 공원'에 7종의 공룡들이 등장하는데, 브라키오사우루스(Brachiosaurus), 파라사우롤로푸스(Parasaurolophus),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 티렉스(Tyrannosaurus Rex), 딜로포사우루스(Dilophosaurus), 갈리미무스(Gallimimus), 벨로시랩터(Velociraptor)가 차례로 등장한다. '쥬라기 공원'에서는 7종의 공룡들이 쥬라기 공원에 함께 있지만, 실제로는 브라키오사우루스와 딜로포사우루스만 쥬라기 시대에 존재했던 공룡들이고, 나머지는 백악기 시대에 존재했던 공룡들이다.

'쥬라기 공원'은 공룡이 주인공이니만큼, 공룡을 부각시키기 위한 캐스팅 - 의도적인 캐스팅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 을 하였다. 그랜트 박사 역의 샘 닐과, 새틀러 박사 역의 로라 던, 말콤 박사 역의 제프 골드블럼은 연기파 배우들이긴 하지만, 흥행 배우들은 결코 아니다. 흥행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쥬라기 공원'이 흥행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공룡 덕분이다. '쥬라기 공원'에 출연하는 배우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는 존 해몬드 역의 리차드 아텐보로인데, '브라이튼 록 (Brighton Rock, 1947), '아임 올 라이트 잭 (I'm All Right Jack, 1959)', '대탈주 (The Great Escape, 1963)' 등에 출연한 영화배우이면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간디 (Gandhi, 1982)'를 연출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쥬라기 공원'이 보여 주는 놀라운 특수 효과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로 인해, 자칫 '쥬라기 공원'의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주제를 지나칠 수 있는데, '쥬라기 공원'은 과학에 대한 맹신, 인간의 이기심과 자만심, 그에 따른 인류의 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영화이다. 사실 '쥬라기 공원'에서 다루고 있는 유전자 복제는 여러 과학 분야 중에서도 특히나 윤리성, 도덕성과 관련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과학 분야이다. 이러한 논란은 '쥬라기 공원'에서도 벌어진다. 말콤 박사가 존 해몬드에게 말한다.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연에 대한 불손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군요. ...제가 감히 당신이 여기에서 이용하고 있는 과학의 힘의 문제를 말씀드리죠. 과학의 힘을 얻는데 있어서 어떠한 규율도 없어요. 당신은 다른 이들이 이룬 것을 읽고 그 다음 단계로 곧장 나간 거죠. 당신이 스스로 얻은 지식이 아니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죠. 당신은 가능한 한 빨리 어떤 것을 성취하기 위해 천재들의 어깨 위에 서 있어요. ...당신의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너무 몰두한 나머지, 자신들이 해도 되는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은거죠."

그러자 존 해몬드가 말한다. "...이런 발견을 목전에 두고 어떻게 가만 있을 수 있나?"

이에 말콤 박사가 말한다. "발견이 뭐 그리 대단한 겁니까? 발견은 탐구한 것에 상처를 주는 난폭하고 과격한 행동입니다. 당신이 말하는 발견이라는 것은 제게는 자연을 겁탈하는 것과 같아요."

수학자이자 카오스 학자이기도 한 말콤 박사는 복잡한 시스템에서의 예측불가능성을 다루는 카오스 이론을 들며, 공원의 모든 공룡을 암컷으로 조작하여 야생 번식을 막고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공원과 공룡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말콤 박사의 주장대로 공룡은 방법을 찾아내어 스스로 야생 번식을 하게 되고, 공원의 최첨단 시스템으로 통제되고 있는 공룡들이 예기치 않은 사고로 폭주하게 되고,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폭풍우까지 몰아치면서 공원은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공원의 안전 진단을 위한 공원 투어는 순식간에 생존을 위한 사투의 현장으로 뒤바뀐다.

'쥬라기 공원'의 원작 소설을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원작 소설은 공룡을 또다시 멸종시키기 위해 섬에 네이팜탄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끝난다는 것은 기억한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은 그랜트 박사, 새틀러 박사, 말콤 박사, 존 해몬드, 그리고 팀과 렉스가 인젠 사의 헬리콥터를 타고 섬을 탈출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1995년에 후속 작품인 'The Lost World (잃어버린 세계)'를 출간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쥬라기 공원 2: 잃어버린 세계 (The Lost World: Jurassic Park, 1997)'를 만드는데, '쥬라기 공원 2: 잃어버린 세계'는 '쥬라기 공원'으로 이미 떼돈을 번 영화감독이 돈독이 올라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영화이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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