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에, 아서 펜 감독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 1967)'를 시작으로, 마이클 니콜스 감독의 '졸업 (The Graduate, 1967)', 존 슐레진저 감독의 '미드나잇 카우보이 (Midnight Cowboy, 1969)', 데니스 호퍼 감독의 '이지 라이더 (Easy Rider, 1969)', 샘 페킨파 감독의 '와일드 번치 (The Wild Bunch, 1969)', 조지 로이 힐 감독의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 등 소위 "아메리칸 뉴 시네마(American New Cinema)" 또는 "뉴 할리우드(New Hollywood)" 영화들이 쏟아져 나온다. 뉴 할리우드 영화들은 기존의 영화들이 표현하지 못했던 "폭력과 섹스"에 대한 사실적이고도 대담한 표현과 함께, 주로 사회로부터 소외된 자들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 할리우드 영화들 중에서도 범법자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비판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와일드 번치', '내일을 향해 쏴라' 같은 뉴 할리우드 영화들은 특히 파격적이었다.

마리오 푸조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역시 범법자들이 영화의 주인공인 뉴 할리우드 영화이다. 하지만 '대부'는 기존의 뉴 할리우드 영화들을 밑거름으로 하여 탄생한 뉴 할리우드 영화이긴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와 형식은 기존의 뉴 할리우드 영화들과는 차원이 다른, 또 다른 뉴 할리우드 영화이다.

'대부' 이전의 뉴 할리우드 영화들의 주인공들은 사회로부터 소외된 자들로서, 영화의 이야기가 비판하는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해 지극히 관조적이었다. '대부'의 이야기는 마피아 - 영화에서는 "마피아" 대신 "패밀리(Family)"로 불리고 있다 - 의 세계에서 마피아들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대부'에서 마피아들은 더 이상 사회로부터 소외된 자들이 아닌,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의 주체로서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따라서 '대부'는 이전의 뉴 할리우드 영화들에 비해 비판이 노골적이며, 비판의 정도는 훨씬 세졌다.

"I'm gonna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

(난 그에게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할 것이다.)

 

"전 미국을 믿습니다. 미국은 저를 부자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대부'는 자신의 딸을 폭행한 놈들에게 패밀리식 "정의"를 내려달라고 돈 비토 꼴레오네(Marlon Brando)에게 부탁을 하는 보나세라(Salvatore Corsitto)의 대사로 시작된다. 보나세라의 대사는 의미심장하다. '대부'가 보나세라와 같은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을 이야기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천재적인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부'의 초반부에서는 비토의 딸 코니(Talia Shire)의 결혼 피로연 장면과 비토가 어두운 집무실에서 패밀리 사업을 하는 장면을 교차 편집하여, 앞으로 영화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많은 등장 인물들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소개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부'의 이야기에서 두 축을 이룰, 패밀리 세계의 냉혹함과 패밀리의 끈끈한 유대를 이야기의 서두로서 보여주고 있다. 이 장면이 끝나면 이 두 가지를 좀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부'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 나온다. 비토는 유명한 가수인 양아들 조니 폰테인(Al Martino)을 위해, 조니가 원하는 영화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인 잭 울츠(John Marley)에게 사람을 보내, 잭 울츠가 아끼는 말의 대가리로 잭 울츠에게 결코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한다.

'대부'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비토가 타탈리아 패밀리와 손을 잡은 버질 솔로조(Al Lettieri)의 마약 사업 제안을 거부함으로서 시작된다. 마약 사업 제안을 거부한 비토는 저격을 당하고 사경을 헤매게 된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비토의 큰아들 소니(James Caan)는 타탈리아 패밀리를 습격하고, 막내아들 마이클(Al Pacino)은 버질 솔로조와, 버질 솔로조에게 매수된 부패한 경찰서장 맥컬스키(Sterling Hayden)를 암살할 계획을 세운다.

'대부'는 이전의 뉴 할리우드 영화들이 보여준 폭력에 대한 묘사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예를 들어 마이클이 버질 솔로조와 맥컬스키를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이나, 소니가 기관총으로 난사 당하는 장면 - 이 장면은 보니(Faye Dunaway)와 클라이드(Warren Beatty)가 기관총으로 난사 당하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킨다 - 은 상당히 잔혹하다.

'대부'는 패밀리의 세계를 통해 미국 자본주의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에서 대부를 중심으로 한 패밀리는 현대 사회의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족을 상징하고 있다. 패밀리는 대부의 말에 순종해야 하며, 대부는 패밀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아버지의 패밀리 사업을 멀리했던 마이클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부가 된 것도 패밀리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대부가 된 마이클은 패밀리를 지키기 위하여 패밀리와 패밀리 사업에 위협이 되는 장애물들을 제거한다. 마이클은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 자신이 코니의 아이(Sofia Coppola) - 아이는 실제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이다 - 의 대부로서 아이의 세례식에 참석해 있는 동안에 자신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 그린(Alex Rocco), 돈 필립 타탈리아(Victor Rendina), 돈 에밀리오 바르지니(Richard Conte) 등 다른 패밀리의 보스들을 제거하도록 한다.

아버지의 패밀리 사업을 멀리할 정도로 순수한 청년이었던 마이클은 대부가 된 후부터 점점 타락해져 간다. 자본주의 사회는 성장해 갈수록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덕적 타락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한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태된다. 아버지 비토가 저격을 당한 이유도 마약 사업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마이클의 타락은 아버지가 저지른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마이클은 아버지의 오랜 동료인 살 테시오(Abe Vigoda)와 매제인 카를로 리찌(Gianni Russo)를 패밀리를 배신했다는 이유로 제거한다. 그리고 마이클이 남편을 죽였다는 코니의 말이 사실이냐고 묻는 아내 케이(Diane Keaton)에게 아니라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한다.

'대부'는 꼴레오네 패밀리에게 위협이 되는 모든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임무를 완수한 피터 클레멘자(Richard S. Castellano), 로코 람포네(Tom Rosqui), 알 네리(Richard Bright)를 맞이하는 마이클을 바라보는 케이가 더 이상 집무실 안을 보지 못하도록 알 네리가 집무실의 문을 닫으면서 끝난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이 낄 자리는 없는 것이다.

'대부'는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1998년에 선정한 "위대한 미국 영화 100 (AFI's 100 Years...100 Movies)"에서 '시민 케인 (Citizen Kane, 1941)', '카사블랑카 (Casablanca, 1942)'에 이어 3위를, 새로이 선정한 2007년 10주년 기념판에서는 '시민 케인'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영화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과 각본상, 남우주연상의 3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말론 브랜도는 당시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인종 차별에 대한 불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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