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은 오프닝 크레딧 직전에, 1938년 6월 슈퍼맨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DC코믹스의 만화 잡지 '액션 코믹스 (Action Comics)'를 읽는 소년의 내레이션을 통해 슈퍼맨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기자로 일하는 대도시 메트로폴리스의 신문사 데일리 플래닛에 대해 설명해 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DC코믹스는 마블코믹스와 함께 미국 만화 시장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만화책 출판사로, 슈퍼 히어로를 소재로 한 만화의 세계를 개척한 회사 가운데 하나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그린랜턴, 왓치맨, 아쿠아맨 등이 DC코믹스를 대표하는 슈퍼 히어로들이다.
슈퍼맨의 원작자는 고교 동창 제리 시겔과 조 슈스터였다. 10대의 소년이었던 두 사람은 당시 인기가 있었던 탐정 소설 등에서 영감을 받아 슈퍼맨 캐릭터를 만들었고 1933년부터 여러 출판사에 슈퍼맨 만화를 보냈지만 계속해서 퇴짜를 맞았다. 이런 가운데 DC코믹스가 '액션 코믹스'를 창간하면서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었고 이렇게 해서 슈퍼맨은 탄생했다.
'슈퍼맨'은 리차드 도너 감독이 연출하였으며, '슈퍼맨'의 각본은 '대부 (The Godfather, 1972)'의 원작 소설과 각본을 쓴 마리오 푸조와, 데이빗 뉴먼, 레슬리 뉴먼, 그리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Kramer vs. Kramer, 1979)'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로버트 벤튼이 썼다. '슈퍼맨'의 촬영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 A Space Odyssey, 1968)', '카바레 (Cabaret, 1972)' 등에서 촬영을 담당한 제프리 언스워스가 담당했는데, 그는 '슈퍼맨'의 촬영이 끝난 직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슈퍼맨'은 "사랑과 존경을 담아 이 영화를 제프리 언스워스에게 바칩니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슈퍼맨'의 음악은 '스타 워즈 (Star Wars, 1977)'의 음악을 담당한 존 윌리엄스가 담당했다.
'슈퍼맨'에서 대배우인 말론 브란도와 진 핵크만이 각각 슈퍼맨(Christopher Reeve)의 아버지 조르-엘(Marlon Brando) 역과 악당 렉스 루터(Gene Hackman) 역으로 출연한다. 말론 브란도와 진 핵크만은 '슈퍼맨'에서 조연역을 맡았고, 심지어 영화에 많이 등장하지 않는데도 이들의 이름이 오프닝 크레딧에서 가장 먼저, 슈퍼맨 역의 크리스토퍼 리브의 이름보다도 먼저 등장한다.
'슈퍼맨'의 오프닝 장면은 유명하다. '스타 워즈'의 오프닝 음악만큼이나 유명한 '슈퍼맨'의 오프닝 음악과 함께 독창적인 3차원 효과 컴퓨터 그래픽의 오프닝 크레딧이 나오고, 이어서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오프닝 장면에서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Georg Strauss)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Also sprach Zarathustra)'와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이 웅장하게 울려 퍼지면서 슈퍼맨의 고향인 크립톤 행성을 보여 준다.
크립톤 행성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들 중 한 명인 조르-엘은 행성이 곧 폭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28개의 알려진 은하계에 속한 수많은 세계의 학식과 과학적 사실을 담은 푸른 수정과 함께 갓 태어난 아들 칼-엘(Lee Quigley)을 지구로 보낸다. 칼-엘이 탄 작은 우주선은 조나단 켄트(Glenn Ford)와 마사 켄트(Phyllis Thaxter) 부부 앞에 떨어지고, 아이가 없던 그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그 아이를 데려와 클락 켄트(Aaron Smolinski)라 부르며 키운다.
어느덧 청년으로 성장한 클락 켄트(Jeff East)는 지금껏 양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살아왔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지구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궁금증은 날이 갈수록 높아 간다. 양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죽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양아버지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던 클락은 외양간에서 푸른 수정을 발견하고, 알지 못하는 힘에 끌려 북쪽으로 가게 된다. 클락은 그곳에서 발견한 "고독의 요새"에서 자신의 진짜 아버지 조르-엘로부터 그동안의 궁금증을 풀게 된다.
오늘날 슈퍼 히어로 영화들은 끊임없이 나오는 화려한 특수 효과와 액션 장면들로 관객들에게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그것들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빈약하거나, 메시지가 아예 없는 슈퍼 히어로 영화들도 있다. 반면에 '슈퍼맨'은 슈퍼 히어로 영화임에도 액션 장면은 많이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슈퍼맨'이 보여 주는 특수 효과와 액션 장면들은, 당시의 기준으로 제작비가 가장 많이 투입된 영화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당시의 영화 제작 기술의 한계로 오늘날 슈퍼 히어로 영화들이 보여 주는 화려한 특수 효과와 액션 장면들과 비교하면 많이 허접하다. 하지만 '슈퍼맨'은 오늘날 슈퍼 히어로 영화들과는 확실히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을 영화에 끌어들이고 있는 슈퍼 히어로 영화이다.
'슈퍼맨'은 슈퍼 히어로 영화임에도 이 영화의 슈퍼 히어로인 슈퍼맨은 영화가 시작되고 거의 한 시간 반 가까이 지나서야, 즉 데일리 플래닛에서 클락 켄트(Christopher Reeve)와 함께 일하는 여기자 로이스 레인(Margot Kidder)이 탄 헬리콥터가 케이블에 걸려 데일리 플래닛의 빌딩 옥상 끝에 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순간에 등장하여, 헬리콥터에서 떨어진 로이스를 구해 주는 등 슈퍼 히어로서의 활약을 보여 준다. 게다가 '슈퍼맨'은 오늘날 슈퍼 히어로 영화와 비교하면 사건 전개가 상당히 느리다. 예를 들어 경찰관들이 루터를 잡기 위해 그의 부하 오티스(Ned Beatty)를 미행하는 장면이나, 슈퍼맨이 로이스와 인터뷰를 하고 함께 하늘을 날며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을 꽤 오랫동안 보여 준다.
상영 시간이 세 시간이 조금 넘는 '슈퍼맨'에서 처음 한 시간 동안은 슈퍼맨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슈퍼맨이 등장하기 전이라 관객들의 시선을 끌 만한 액션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지구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궁금해하는 클락처럼 관객들도 슈퍼맨이 언제, 어떻게 등장할 지에 대해 궁금해하면서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또한 슈퍼맨의 기원을 다룬 이야기에서는 예수를 상징하는 이야기들로 관객들의 흥미를 끈다. '슈퍼맨'에서 슈퍼맨과 조르-엘은 마치 자신들이 각각 예수와 하느님인 양 말하고 행동한다. 조르-엘은 "고독의 요새"를 찾은 클락에게 "인간처럼 길러졌지만 너는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리스도교인들은 예수를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신으로 여긴다. 신약 성서에서는 예수를 하느님의 유일한 아들이라고 표현한다. 계속해서 조르-엘이 클락에게 말한다. "인간처럼 그들과 함께 살면서 너의 능력과 너의 힘이 필요한 곳을 찾아라. ... 그들은 위대한 사람들이 될 수 있다. 그들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그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자가 없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그런 이유와, 그들의 가능성 때문에 내 유일한 아들인 너를 그들에게 보낸 것이다."
슈퍼맨의 기원을 다룬 이야기가 끝나고 클락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데일리 플래닛에서 기자로 일하게 된 이후부터는 영화의 분위기가 갑자기 코믹한 분위기로 바뀐다. 슈퍼맨이 언제, 어떻게 등장할 지에 대해 궁금해하며 영화에 몰입한 관객들이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린 이후부터는 코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관객들을 영화에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들은 황당하지만 '슈퍼맨'의 원작이 만화라는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기발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재미있는 악당 루터와 그의 일당, 오티스와 이브 테쉬마커(Valerie Perrine)는 관객들에게 상당한 웃음을 선사한다. 산안드레아스 단층선을 경계로 동쪽의 사막을 사들인 후, 군사 미사일을 은밀히 조작하여 산안드레아스 지역에 떨어뜨려 지진을 일으키고, 캘리포니아 서부 해안 지역을 바닷속으로 가라앉혀 버림으로써 자신이 소유한 땅이 새로운 서부 해안 지역이 되어 땅값이 올라가고, 이 땅을 다시 팔아서 한몫 크게 챙기려는 루터의 계획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또한, 로이스가 지진으로 흙더미에 깔려 죽자, 로이스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던 슈퍼맨이 인간의 역사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아버지 조르-엘의 경고를 무시하고 지구의 자전 방향을 일시적으로 바꾸어 시간을 되돌리는 이야기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슈퍼맨'은 사실상 슈퍼 히어로 영화 장르의 길을 닦은 영화이다라고 평가받고 있는 슈퍼 히어로 영화이다. 어느 영화 평론가는 '슈퍼맨'이 없었다면 배트맨(Batman) 영화도, 엑스맨(X-Man) 영화도, 아이언맨(Iron Man) 영화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슈퍼맨'의 초반부에 조드-엘이 반역과 폭동 혐의로 기소한 조드 장군(Terence Stamp)과 그의 일당, 논(Jack O'Halloran)과 얼사(Sarah Douglas)가 유죄 판결을 받고 "팬텀 존"에 갇혀 우주로 추방되는 장면이 있는데, 이들은 이 장면 이후에 더이상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슈퍼맨 2 (Superman II, 1980)'에서 이어진다. 사실 '슈퍼맨'과 '슈퍼맨 2'의 제작이 동시에 진행되었는데, '슈퍼맨'이 완성되고 '슈퍼맨 2'가 75% 가량 완성된 상황에서 리차드 도너 감독이 제작자와의 불화로 해고되고, 리차드 레스터 감독이 '슈퍼맨 2'를 완성시켜 개봉했다. 2006년에 리차드 도너 감독이 촬영한 장면들을 복구하고 재편집한 '슈퍼맨 2 : 리차드 도너 컷 (Superman II: The Richard Donner Cut, 2006)'이 DVD와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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