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스터 영화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스파게티 웨스턴(혹은 마카로니 웨스턴)을 대표하는 이탈리아의 영화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석양의 갱들 (A Fistful of Dynamite (Duck You Sucker), 1971)' 이후 13년 만에 연출한 그의 마지막 영화로, 영화의 각본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영화의 주인공인 누들스(Robert De Niro)처럼 실제로 갱단의 일원이었으며 유대인인, 해리 그레이의 소설 'The Hoods'를 바탕으로, 레오나르도 벤베누티, 피에로 드 베르나르디, 엔리코 메디올리, 프랑코 아르칼리, 프랑코 펠리니와 함께 썼다. 영화의 음악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학창 시절부터 친분을 나누었고, 달러 3부작 -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1964), '속 황야의 무법자 (For a Few Dollars More, 1965),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 - 부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968)'와 '석양의 갱들'까지 영화 작업을 함께 한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가 맡았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원래는 상영 시간이 6시간에 달하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1부와 2부로 나누어 공개하기를 원하였으나, 결국 최초 완성본은 269분으로 편집되었다. 하지만 배급사의 설득으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다시 229분으로 재편집하였으며, 이 229분 버전이 1984년 칸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어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리고 같은 해 미국 개봉 당시 배급사인 래드 컴퍼니(The Ladd Company)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동의 없이 다시 139분으로 재편집하였고, 그 결과 칸 영화제에서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영화는 영화의 이야기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화로 변질되어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았으며 흥행에도 실패했다. 이 영화는 영화의 상영 시간과 명성을 회복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2012년 칸 영화제에서 251분 버전이 다시 선보이긴 했지만, 지금은 1984년 칸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어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229분 버전이 표준이 되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갱스터 영화 '대부 (The Godfather, 1972)'는 이탈리아 이민자인 보나세라(Salvatore Corsitto)의 대사로 시작된다. "나는 미국을 믿습니다. 미국은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
미국을 찬양하는 보나세라의 대사와는 달리, '대부'는 보나세라와 같은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과 미국 자본주의의 어두운 역사를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대부'와 더불어 미국 현대사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미국의 가수 케이트 스미스(Kate Smith)가 부르는, 미국의 작곡가 어빙 벌린(Irving Berlin)의 'God Bless America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가 흘러나오면서 시작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1920년대 초부터 1968년까지의 뉴욕을 배경으로 유대인 갱스터 누들스와 그의 친구들이 무자비한 범죄자로 성장하면서 겪는 사랑과 우정, 배신과 고뇌를 통해, 폭력과 탐욕의 세계로 젖어든 미국과 미국 자본주의의 어두운 역사를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이야기는 금주법 시행 직후인 1920년대 초 누들스의 어린 시절과, 금주법 철폐 직전인 1930년대 초 - 금주법은 1933년에 폐지되었다. - 누들스의 청년기, 그리고 1968년 누들스의 노년기를 다루고 있으며, 세 시기의 이야기들이 시간순이 아닌, 플래시백과 플래시 포워드 기법을 통해 복잡한 시제의 내러티브 구조로 전개된다.
1920년대 초 친구들인 팻시(Brian Bloom), 짝눈(Brian Bloom), 도미닉(Noah Moazezi)과 함께, 인근 지역 갱의 보스인 벅시(James Russo) 밑에서 좀도둑질을 일삼던 누들스(Scott Tiler)는 브롱크스에서 이사 온 맥스(Rusty Jacobs)와 친구가 되고, 맥스를 비롯한 친구들과 함께 벅시에게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한편 누들스는 친구인 뚱보 모(Mike Monetti)의 여동생인 데보라(Jennifer Connelly)를 짝사랑하고 있다. 누들스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지는 않은 데보라는 유월절에 누들스에게 아가(Song of Songs)를 낭독해 주면서 누들스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시로 표현한다. "... 그러나 그는 늘 시시한 불량배일 테니 결코 내 사랑이 되지 못할 것이니. 안타깝구나."
누들스 일당은 누들스가 고안한 발명품으로 밀수품 운반 일을 하며 돈을 벌어들인다. 그리고 벌어들이는 돈의 50%를 모두를 위한 공금으로 기차역 물품 보관함의 가방에 모아 두기로 하고, 기차역 물품 보관함의 열쇠는 뚱보 모에게 맡기기로 한다. 누들스 일당에 위협을 느낀 벅시는 누들스 일당을 습격하여 도미닉을 죽이고, 이에 분노한 누들스는 벅시를 살해한 후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1930년대 초 출소한 누들스는 자신이 감옥에 있는 동안에 장례업과 함께 밀주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맥스(James Woods)를 비롯한 친구들, 짝눈(William Forsythe)과 팻시(James Hayden), 뚱보 모(Larry Rapp)를 다시 만나고, 거물 갱스터인 프랭키(Joe Pesci)와 손잡은 맥스는 디트로이트에서 다이아몬드를 터는 일에 출소한 누들스를 바로 끌어들인다.
처음에는 청렴결백한 노조 위원장이었던 지미 오도넬(Treat Williams)은 결국에는 누들스 갱단과 결탁하고, 누들스 갱단은 경영진으로부터 비자금을 받고 노조를 불법 탄압한 부패한 경찰서장 에일로(Danny Aiello)를 겁박한다. 경영진이 고용한 갱스터 치킨 조(Richard Bright)와 원숭이 윌리(Angelo Florio)가 지미를 사살하려고 하자, 누들스 갱단은 경영진을 대표하는 크라우닝(Gerard Murphy)이 보는 앞에서 치킨 조와 원숭이 윌리를 사살한다. 한편 누들스는 데보라(Elizabeth McGovern)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데보라가 거절하자 데보라를 겁탈한다. 데보라는 배우가 되기 위해 할리우드로 떠난다.
1933년 금주법 철폐로 누들스 갱단의 밀주 사업도 위기를 맞게 되고, 맥스는 누들스에게 연방 준비은행을 털 것을 제안하지만 누들스는 거절한다. 맥스의 애인인 캐롤(Tuesday Weld)은 연방 준비은행을 터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면서, 죽는 것보다는 감옥에 있는 것이 나으니 맥스를 경찰에 밀고할 것을 누들스에게 종용한다. 연방 준비은행을 털기로 한 날, 누들스는 결국 친구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경찰에 전화를 걸어 친구들을 밀고하지만, 그날 밤 맥스, 짝눈, 팻시는 연방 수사국에 의해 살해되고 만다.
암살자들이 친구들을 배신한 누들스를 찾기 위해 누들스의 애인인 이브(Darlanne Fleugel)를 사살하고 뚱보 모를 고문하여 결국 누들스가 중국 극장에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중국 극장에 나타난 암살자들을 피해 중국 극장의 아편굴을 빠져나온 누들스는 뚱보 모의 식당으로 가서 열쇠를 갖고 기차역 물품 보관함으로 가지만 가방에는 돈이 사라지고 없다. 결국 누들스는 뉴욕을 떠난다.
1968년 로버트 윌리엄스라는 이름으로 숨어 지낸 누들스는 의문의 베일리 재단 파티 초대장을 받고, 뉴욕을 떠난 지 35년 만에 뉴욕에 돌아온다. 누들스는 누군가에 의해 나란히 이장된 맥스, 팻시, 짝눈의 묘지에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현판에 걸려 있는 기차역 물품 보관함의 열쇠를 발견하고, 기차역 물품 보관함에서 "다음 임무를 위한 선불"이라는 메모와 함께 돈이 들어 있는 가방을 발견한다. 캐롤을 만나기 위해 방문한 베일리 재단의 요양원에서, 15년 전의 개원 기념 사진 속 데보라를 발견한 누들스는 배우가 된 데보라를 찾아가 자신을 초대한 베일리 장관에 대해 묻지만, 베일리 장관의 연인으로 그와 함께 살고 있고 그의 아들까지 둔 데보라는 누들스에게 파티에 참석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데보라의 만류에도 파티에 참석한 누들스는 마침내 의문의 베일리 장관과 마주하게 되는데, 베일리 장관은 35년 전 경찰까지 동원하여 자신은 살해된 것으로 사건을 조직적으로 조작하고, 35년 동안 자신의 신분을 위장한 채, 타락한 지미와 결탁하여 상무부 장관에까지 오른 맥스였다. 35년 전 누들스는 자신이 친구들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맥스에게 배신을 당한 것이었다. 부정 계약, 뇌물 수수, 국제 마피아의 연루, 그리고 운수 노조 연금 기금의 불법 사용 등, 이른바 베일리 스캔들로 상원 위원회의 조사를 앞두고 있는 맥스는 누들스에게 자신은 이제 끝났다며, 마지막으로 누들스에게 진 빚을 갚을 기회를 달라고 말한다. 맥스는 총을 누들스에게 내밀며, 옛날에 친구가 배신하면 반드시 되갚아 주었듯, 친구들을 배신한 자신에게 복수를 하라고 말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보면, 그 의도가 분명하지 않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의아한 장면들이 있다. 1968년 기차역 물품 보관함에서 발견한 돈 가방을 들고 걸음을 재촉하는 누들스를 향해 갑자기 날아온 프리스비를 누군가가 잡아채는 장면이 1930년대 초 막 출소한 누들스의 가방을 맥스가 잡아채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이 프리스비 장면의 의미와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이 장면은 단지 1968년에서 1930년대 초로 장면이 전환됨을 알리는 시그널과 같은 것일 뿐이라고 해석하는 비평가도 있다.
또한, 치킨 조의 총격을 받고 한쪽 다리에 총상을 입은 지미가 수술을 받고 있는 병원에서, 누들스 갱단에게 지미를 이용하여 운수 사업을 착수하자는 타락한 정치인 샤키(Robert Harper)의 제안을 두고 갈등을 빚은 맥스와 누들스가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화해를 하고 병원을 나가는 순간 프랭키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프랭키는 마치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할 것처럼 등장하지만 이 장면 이후 프랭키는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맥스가 연방 준비은행을 털기로 한 날, 친구들을 배신하고 자신이 살해된 것으로 사건을 조직적으로 조작하는 데 프랭키도 관여했을 수도 있다 - 분명히 관여했을 것이다. 아무튼 프랭키가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 전체적으로는 어색하고 매끄럽지 못한 장면인데, 이 장면과 앞서 언급한 프리스비 장면은 원래 상영 시간이 6시간이었던 영화를 229분으로 편집하면서 어쩔 수 없이 남게 된 흔적일 수도 있다.
논쟁을 불러일으킨 장면들도 있다. 영화의 후반부에 베일리 장관의 저택을 나온 누들스를 뒤따라 나온 듯한 맥스가 누들스를 향해 걸어올 때 맥스 앞으로 쓰레기차가 지나가고, 쓰레기차가 지나가자 맥스가 갑자기 사라지는 장면이 있다. 누들스는 맥스가 갑자기 사라지자 쓰레기차 뒤의 쓰레기 분쇄기를 살펴보는데, 과연 맥스는 쓰레기 분쇄기에 뛰어들어 자살을 한 걸까, 아니면 어디론가 도망가 버린 걸까? 이 질문에 대해 맥스를 연기한 제임스 우즈도 자신도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맥스가 갑자기 사라지자 누들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쓰레기차를 바라보고, 이어서 쓰레기차의 후미등이 자동차의 전조등으로 바뀌면서 케이트 스미스가 부르는 'God Bless America'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술에 취한 젊은이들이 탄 자동차들이 누들스 앞을 지나간다. 그리고 1933년, 누들스가 중국 극장의 아편굴을 찾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논쟁을 불러일으킨 장면은 바로 1933년 중국 극장의 아편굴을 찾은 누들스가 아편을 빨고 웃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누들스는 왜 웃는 걸까? 단순히 아편을 빨고 기분이 좋아져서일까? 시간적 순서를 따지자면, 영화의 마지막에 누들스가 중국 극장의 아편굴을 찾는 장면의 시점은 영화의 도입부에 누들스가 맥스, 짝눈, 팻시가 연방 수사국에 의해 살해된 현장을 확인하는 장면의 시점 직후이고, 역시 영화의 도입부에 중국 극장의 아편굴에서 아편에 취한 누들스가 맥스, 짝눈, 팻시가 연방 수사국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신문 기사를 보며 괴로워하는 장면의 시점 직전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중국 극장의 아편굴에서 아편에 취한 누들스는, 마치 베일리 장관과 마주한 장면의 시점이 1968년이 아니라 중국 극장의 아편굴을 찾는 장면의 시점 직전인 양, 맥스를 통해 친구들이 연방 수사국에 의해 살해된 것은 자신이 아니라 맥스의 배신 때문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제 자신이 친구들을 배신했다는 누명을 벗게 되어 홀가분하다는 듯이 웃는다. 이 때문에 1968년의 이야기가 아편에 취한 누들스의 상상 속 이야기라고 해석하는 비평가들도 있다. 아무튼 지금도 여전히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 영화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게 만들고 이 영화를 잊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 관객들로 하여금 이 영화를 잊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다. 영화에서 때때로 짝눈이 불기도 하는 팬플루트 연주곡과 데보라의 테마곡 등의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관객들이 이 영화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향수, 회한, 감동의 깊이를 더해 주고 있다.
누들스 갱단이 남아 선호 사상을 가진 경찰서장 에일로를 겁박하기 위하여 병원의 신생아실에 들어가 그의 갓 태어난 아들을 다른 여자 갓난아기로 바꿔치기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클래식 음악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 1971)'에서도 사용된 바 있는 로시니(Gioacchino Rossini)의 서곡 '도둑 까치 (La Gazza Ladra)'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영국 영화 연구소(British Film Institute, BFI)에서 간행하는 영화 전문 월간 잡지 'Sight & Sound'가 2022년에 발표한 "영화 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The Greatest Films of All Time)"에서 157위에 랭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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