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위기일발'은 2024년 현재 모두 25편이 제작된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포문을 연 '007 살인 번호 (Dr. No, 1962)'에 이은 2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로, 이언 플레밍의 5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인 '러시아로부터, 사랑과 함께 (From Russia, with Love)'를, '007 살인 번호'의 각본을 쓴 조해나 하우드와 리처드 메이바움이 각각 영화로 각색하고 영화의 각본을 썼으며, '007 살인 번호'에 이어 테렌스 영 감독이 영화를 연출하였다. 현재도 '007 위기일발'은 25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들 중에서, 3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인 '007 골드핑거 (Goldfinger, 1964)'와 더불어 최고의 제임스 본드 영화로 꼽히곤 한다.
'007 살인 번호'에서 닥터 노(Joseph Wiseman)에 의해 언급된 국제 범죄 조직 스펙터에서 서열 1위인 에른스트 블로펠드(?)가 '007 위기일발'에 등장한다. 하지만 고양이를 쓰다듬는 손만 보여 주고 얼굴을 보여 주지 않기 때문에 에른스트 블로펠드를 연기하는 배우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데, 엔딩 크레딧에서도 배우의 이름 없이 물음표 "?"로만 표시되어 있다 - 에른스트 블로펠드를 연기하는 배우는 '007 살인 번호'에서 덴트 교수(Anthony Dawson)를 연기한 안소니 도슨이며, 에른스트 블로펠드의 목소리는 에릭 폴만(Eric Pohlmann)이라는 배우의 것이다.
블로펠드가 스펙터에서 서열 3위인 로사 클랩(Lotte Lenya)에게 태국버들붕어(Siamese fighting fish)에 대해 설명해 준다. "태국버들붕어. 정말 멋진 생물이지. 용감하지만, 대체로 어리석지. ... 다른 둘을 서로 싸우게 하고 자신은 기다리지. 싸움에서 이긴 놈이 지쳐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게 될 때까지 기다리지. 그리고 일격을 가하지, 스펙터처럼."
스펙터에서 서열 5위인 체스 챔피언 크론스틴(Vladek Sheybal)이 터키에 있는 러시아 암호부 여직원과 영국 비밀 정보국을 이용하여 러시아의 새 암호 해독기 "렉터"를 손에 넣고, 더불어 닥터 노를 죽인 제임스 본드(Sean Connery)에게 복수하기 위한 계획을 블로펠드에게 설명한다. 그리고 클랩은 크론스틴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클랩을 여전히 소련 정보국 스메르쉬(Smersh)의 국장인 클랩 대령으로 알고 있고, 클랩이 지금은 스펙터를 위해 일하고 있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러시아 국가 안전부의 상등병 타티아나(Daniela Bianchi)를 몰래 불러내, 그녀에게 그녀의 미모와 "렉터"로 본드를 유인하여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임무를 부여하고, 본드를 죽이고 "렉터"를 손에 넣기 위해 스펙터 섬의 요원 양성 훈련장에서 가장 우수한 살인 병기 그랜트(Robert Shaw)를 차출한다.
이스탄불의 러시아 영사관에서 일하는 타티아나는 클랩의 지시에 따라, MI6(Military Intelligence 6, 영국 비밀 정보국)의 터키 지사 책임자인 케림 베이(Pedro Armendariz)를 통해, 본드가 직접 이스탄불로 와서 자신과 "렉터"를 영국으로 데리고 가는 조건을 내걸고 영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한다. '007 살인 번호'에서 임무를 위해 자메이카로 떠나기 전 카지노에서 만난 실비아(Eunice Gayson)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본드는 MI6 국장 "M"(Bernard Lee)의 호출을 받고, "M"은 타티아나가 내건 조건이 "렉터"를 미끼로 한 함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렉터"를 손에 넣기 위해 007을 이스탄불로 보낸다.
25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들 중에서 '007 위기일발'의 이야기가 가장 짜임새가 있고 재미있다. 태국버들붕어처럼 스펙터는 영국과 러시아를 서로 싸우게 하고, 본드가 클랩의 지시에 따르는 타티아나의 도움으로 러시아 영사관에 있는 "렉터"를 손에 넣을 때까지 기다린다. 클랩을 여전히 스메르쉬의 국장인 클랩 대령으로 알고 있는 타티아나는 모국인 러시아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클랩의 지시에 따라 본드에게 접근하고, 러시아 영사관에 침입하여 "렉터"를 훔치려는 본드에게 러시아 영사관의 평면도와 "렉터"에 대한 정보를 몰래 전달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본드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007 위기일발'이 보여 주는 액션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007 위기일발'에서 본드와 그랜트가 기차 객실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유명하다. 본드가 벌판에서 헬리콥터의 공격을 받는 장면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North by Northwest, 1959)'에서 영화의 주인공인 로저 O. 쏜힐(Cary Grant)이 벌판에서 경비행기의 공격을 받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모터보트 액션 장면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사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4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인 '007 썬더볼 작전 (Thunderball, 1965)'부터 스릴감과 긴장감 없는 만화 같은 이야기의 영화로 변질되었다. 게다가 영화 제작 당시의 영화 제작 기술이 감당할 수 없는 만화 같은 영화의 이야기들로 인해, 오히려 더 어색하고 허접한 영상들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제임스 본드 영화들에 많은 관객들이 식상해하자, 결국 21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인 '007 카지노 로얄 (Casino Royale, 2006)'부터는 제임스 본드(Daniel Craig)가 MI6의 요원 007이 되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새로운 제임스 본드 시리즈로 리부트되기도 했다. 하지만 '007 위기일발'은 당시의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스릴감과 긴장감이 넘치는 영화의 이야기와, 당시의 영화 제작 기술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절제된 영상들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007 위기일발'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한다. 클랩은 자신이 직접 본드에게서 "렉터"를 빼앗고 본드를 죽이기 위해 호텔의 객실 담당 여자로 위장하여 본드와 타티아나 앞에 나타난다. 타티아나가 지금껏 자신이 클랩에게 속아 이용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사실을 알지 못하는 클랩은 본드에게 총을 겨눈 채 타티아나에게 "렉터"를 가지고 호텔방을 먼저 나가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타티아나는 순식간에 클랩을 향해 돌진하고, 클랩이 떨어뜨린 총으로 클랩을 사살한다. 클랩은 자신이 속인 타티아나에게 도리어 스스로 속은 셈이다. 블로펠드가 클랩에게 말했다. "태국버들붕어. ... 용감하지만, 대체로 어리석지. ... 스펙터처럼."
'007 위기일발'에서도 '007 살인 번호'에 이어 버나드 리가 "M"을, 로이드 맥스웰이 "M"의 비서 미스 머니페니(Lois Maxwell)를 연기한다. '007 위기일발'에서는 "M"이 장비 담당관이라고 부르는 부스로이드(Desmond Llewelyn)는 '007 살인 번호'에 이어 '007 위기일발'에서도 여전히 Q라고 불려지지는 않지만, "M"이 부스로이드를 호출하면서 본드에게 "Q 분과에서 똑똑해 보이는 가방을 만들었어."라고 말한다. '007 위기일발'에서 부스로이드를 처음 연기한 데스몬드 렐웰린은 Q가 등장하지 않는 8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007 죽느냐 사느냐 (Live And Let Die, 1973)'를 제외하고 19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인 '007 언리미티드 (The World Is Not Enough, 1999)'까지 Q를 연기한다.
'007 위기일발'에서 스펙터 일당인 모르제니(Walter Gotell)를 연기하는 월터 고텔은 10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인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The Spy Who Loved Me, 1977)'에 처음 등장한 이후 5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연달아 등장하는, 모르제니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인 고골 장군(Walter Gotell)을 연기한다. 또한 '007 위기일발'에서 집시의 족장 바브라(Francis de Wolff)의 아들을 두고 서로 싸우는 두 집시 여인들 중 하나인 조라(Martine Beswick)를 연기하는 마틴 베스윅은 '007 썬더볼 작전'에서는 조라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인 파울라(Martine Beswick)를 연기한다.
'007 위기일발'의 음악은 존 배리가 담당했으며, '007 위기일발'의 타이틀곡인 'From Russia with Love'는 라이오넬 바트가 작사, 작곡하고, 영국의 가수 맷 먼로가 불렀다.
몬티 노먼이 작곡한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주제 음악 '제임스 본드 테마 (James Bond Theme)'가 흘러나오면서, 앞을 향해 걸어가던 본드가 갑자기 몸을 돌려 자신을 겨눈 총구를 향해 총을 쏘자, 이내 총열 이미지의 화면이 피로 빨갛게 물드는, 이른바 총열 시퀀스(Gun barrel sequence)가 나오고, 이어서 맛보기로 본드의 액션을 보여 주는 프리-타이틀 시퀀스(Pre-title sequence)와, 유명 가수가 부르는 타이틀곡과 감각적인 이미지가 함께 하는 오프닝 크레딧 시퀀스가 차례로 나오는, 제임스 본드 영화의 정형화된 오프닝은 유명하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 영화의 정형화된 오프닝은 '007 골드핑거'에서 정립된다. '007 위기일발'에서는 '제임스 본드 테마'와 함께 총열 시퀀스와 프리-타이틀 시퀀스, 그리고 오프닝 크레딧 시퀀스가 차례로 나오기는 하지만, 오프닝 크레딧 시퀀스에서 맷 먼로가 부르는 타이틀곡 대신에, 'James Bond Is Back', 'From Russia with Love', '제임스 본드 테마'의 3곡이 메들리로 연주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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