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와일더 감독의 '이중 배상 (Double Indemnity, 1944)'은 치명적인 매력으로 자신은 물론 주변인까지 파멸로 몰아가는 팜므 파탈이 등장하는 필름 누아르(film noir)이다. 남편을 살해하고 보험금을 타낼 음모를 품고 있는, 디트리히슨 씨(Tom Powers)의 젊은 아내 필리스(Barbara Stanwyck)는 35세의 미혼의 보험 설계사 월터 네프(Fred MacMurray)를 유혹하여 월터로 하여금 남편을 살해하게 만든다.

여자에게 남자를 유혹하기 위한 가장 큰 무기는 섹스다. 하지만 '이중 배상' 당시에는 검열 때문에 영화에서 섹스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를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중 배상'에서는 월터의 아파트에서 소파에 누워 담배를 피고 있는 월터와, 월터의 옆에서 화장을 고치는 필리스를 보여 주는 장면으로 월터와 필리스가 섹스를 했음을 암시한다. 로렌스 캐스단 감독의 '보디 히트'는 '이중 배상'이 담을 수 없었던 섹스를 포함시킨 현대판 '이중 배상'이다. 물론 '보디 히트'는 '이중 배상'의 리메이크작은 아니다. 하지만 리메이크작이라고 해도 될 만큼 영화의 이야기가 '이중 배상'과 너무나 흡사하다. '보디 히트'에서 남편 에드먼드 워커(Richard Crenna)를 살해하고 남편의 재산을 가로챌 음모를 품고 있는 매티 워커(Kathleen Turner)와, 매티의 유혹에 넘어가 매티의 남편을 살해하는 네드 라신(William Hurt)의 대담한 섹스는 지금 보아도 아찔하다.

'보디 히트'의 연출뿐만이 아니라 각본까지 쓴 로렌스 캐스단 감독은 자신이 '보디 히트'를 구상하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준 '이중 배상'의 이야기에서 부족한 점을 정확히 파악했다. '보디 히트'가 보여 주는 네드와 매티의 대담한 섹스 장면은 단지 관객들에게 시각적 자극을 주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관객들에게 매티가 얼마나 요사스러운지를 보여 주기 위해서, 그리고 매티의 유혹에 넘어가 결국 매티의 남편을 살해하는 네드의 행동을 이해시키기 위해서이다. 네드가 요사스러운 매티의 유혹에 넘어간 이유와, 매티의 남편을 살해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이중 배상'보다도 훨씬 설득력이 있다.

'보디 히트'는 네드와 매티의 대담한 섹스뿐만이 아니라, 처음 만난 네드와 매티가 서로를 탐색하면서 나누는 대화도 더욱 대담해졌다. '이중 배상'에서 처음 만난 월터와 필리스가 나누는 대화와, '보디 히트'에서 처음 만난 네드와 매티가 나누는 대화를 비교해 보라. 월터와 필리스는 성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속도 제한"과 "딱지"에 관한 농담으로 아슬아슬한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네드와 매티가 나누는 대화는 보다 노골적이다. 네드가 매티가 어디 사는지 떠보기 위해 매티에게 말한다. "당신은 파인해븐처럼 생겼어요....잘 가꾸어졌어요."

그러자 매티가 묻는다. "그래요, 난 잘 가꾸어졌어요....당신은요?"

네드가 대답한다. "난 좀 가꾸어져야 해요. 날 가꾸어 줄 누군가가, 내 피곤한 근육을 풀어 주고 내 침대 시트를 매만져 줄 누군가가 필요해요."

매티가 말한다. "결혼하세요."

네드가 대답한다. "난 그 누군가가 오늘밤만 필요해요."

'보디 히트'에서는 팜므 파탈도 더욱 악독해졌다. '이중 배상'에서는 월터뿐만이 아니라 필리스 자신도 파멸하고 만다. 필리스는 월터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필리스는 월터가 쏜 총을 맞고 죽는다. '보디 히트'에서 매티도 죽기 직전에 네드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네드,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난 당신을 사랑해요."

'이중 배상'에서는 관객들에게 필리스는 진짜 월터를 사랑했는지도 모른다는 여운을 남겨 필리스에게 일말의 동정심을 느끼게도 하지만, '보디 히트'에서는 네드를 사랑한다는 매티의 말이 완전 거짓이었음이 매티가 죽지 않고 어딘지 모를 외국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여실히 드러난다.

'보디 히트'는 영화의 제목만큼이나 모든 것이 끈적끈적한 영화이다. 처음 만난 네드와 매티가 나누는 대화, 두 사람의 아찔한 섹스, 섹스로 두 사람의 몸에 흐르는 땀, 열기로 가득한 플로리다의 무더운 날씨를 표현하기 위해 붉은 색으로, 또는 뿌옇게 처리한 화면, 그리고 존 배리의 음악까지 모든 것이 끈적끈적하다.

팜므 파탈 매티 워커를 연기하는 캐서린 터너는 '보디 히트'가 그녀의 영화 데뷔작이다. '보디 히트'에서 캐서린 터너의 관능적인 몸매는 정말 매력적이다. 관객들이 게으르긴 하지만 결코 멍청해 보이지는 않는 네드가 왜 매티의 유혹에 저렇게 쉽게 넘어가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매력적이다. 에드먼드를 살해한 후, 자신과 상의도 없이 자신의 이름을 이용하여 에드먼드의 유언장을 수정해 에드먼드의 모든 재산을 가로챈 매티를 의심하면서도 또다시 매티와 섹스를 하는 네드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파인해븐의 술집에 있는 남자들이 매티 옆에 앉아 있는 자신을 부러운 듯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네드가 매티에게 말한다. "그렇게 옷을 입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러자 매티가 말한다. "이건 그냥 블라우스와 스커트예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요."

네드가 말한다. "그렇다면 당신 몸을 입지 말았어야 했어요."

4년 뒤 '거미 여인의 키스 (Kiss of the Spider Woman, 1985)'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윌리엄 허트가 게으르고 여자를 밝히는 변호사 네드 라신을, 리차드 크레나가 매티의 남편 에드먼드 워커를, 테드 댄슨은 네드의 친구이자 검사인 피터 로웬스타인(Ted Danson)을 연기한다. 그리고 미키 루크가 네드에게 폭탄을 만들어 주는 테디 루이스(Mickey Rourke)를 연기하고 있다.

메리 앤 심슨

"요부"

...

...

꿈-

부자가 되어서 외국에서 사는 것

 

'보디 히트' 이전에 '스타 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Star Wars: Episode V - The Empire Strikes Back, 1980)'과 '레이더스 (Raiders of the Lost Ark, 1981)'의 각본을 썼으며, '보디 히트' 이후에도 '스타 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 (Star Wars: Episode VI - Return of the Jedi, 1983)'과 '보디가드 (The Bodyguard, 1992)'의 각본을 쓴 각본가로 유명한 로렌스 캐스단 감독은 '보디 히트'가 그의 영화감독 데뷔작이다. 로렌스 캐스단 감독은 자신의 영화감독 데뷔작으로, 1940년대와 1950년대에 제작된 흑백 필름 누아르를 능가하는 네오 누아르(neo-noir)를 만들었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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