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Munich, 2005)

영화 2013. 6. 27. 01:14

1972년 뮌헨 올림픽 기간 중에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검은 9월단"이 올림픽 선수촌에 난입하여 인질로 잡았던 이스라엘 선수 11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이스라엘 총리 골다 메이르(Golda Meir, Lynn Cohen)는 "검은 9월단"에 대한 보복을 결심하고,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뮌헨 올림픽 사건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11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암살할 비밀 요원들을 소집한다. 조국애가 깊은 모사드 출신 비밀 요원 애브너(Eric Bana)를 리더로, 운전 담당 스티브(Daniel Craig), 뒷처리 담당 칼(Ciaran Hinds), 폭발물 담당 로버트(Mathieu Kassovitz), 문서 위조 담당 한스(Hanns Zischler)로 비밀 암살팀을 구성한다.

'뮌헨'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이다. '뮌헨'은 조지 조나스의 '복수 (Vengeance)'라는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책의 내용은 얼마나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뮌헨'만 놓고 보면, 뮌헨 올림픽 사건 이후의 이야기는 픽션이긴 하지만 상당 부분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 총리 골다 메이르의 승인하에 모사드에 의해 뮌헨 올림픽 사건의 배후 인물들을 암살하기 위한 "신의 분노" 작전이 수행되었다. 영화의 초반부에 골다 메이르와 함께 등장하는 자미르 장군(Zvi Zamir, Ami Weinberg), 야리프 장군(Aharon Yariv, Amos Lavie), 마이크 하라리(Mike Harari, Moshe Ivgy)도 실제 인물들이다. "신의 분노" 작전에 의해 와엘 즈웨이터(Wael Zwaiter, Makram J. Khoury), 마흐무드 함샤리(Mahmoud Hamshiri, Igal Naor), 후세인 아베드 알-치르(Hussein Abad al-Chir, Mostefa Djadjam)가 영화에서 묘사한 그대로 차례로 암살되었으며, 베이루트에 잠입한 모사드와 이스라엘 특공대의 합동 작전에 의해 아부 요세프(Abu Youssef, Derar Suleiman), 케말 아드완(Kemal Adwan, Ziad Adwan), 카말 나사르(Kamal Nasser, Bijan daneshmand)가 암살되었다. 이스라엘 특공대장으로 영화에도 나오는 이후드 바락(Ehud Barak, Jonathan Rozen)은 후에 이스라엘 총리가 되는 실제 인물이다.

'뮌헨'에서는 애브너가 이끄는 비밀 암살팀만 나오지만 실제로는 여러 비밀 암살팀이 작전을 수행했으며, 영화에 등장하는 정체가 모호한 프랑스인 정보 제공자는 없었다. 또한 모사드가 더이상 작전을 수행할 수 없게 된 이유는 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에서 알리 하산 살라메(Ali Hassan Salameh, Mehdi Nebbou)로 오인하여 민간인을 사살한 모사드 요원이 노르웨이 경찰에 체포되어 모사드의 비밀 작전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뮌헨'에서는 릴레함메르 사건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는다.

'뮌헨'을 보면 애브너가 이끄는 비밀 암살팀이 프랑스인 정보 제공자 루이(Mathieu Amalric)가 제공한 "안전한 집"에서 PLO(Palestine Liberation Organization,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 멤버들과 마주치는, 다소 억지스럽고 코미디 같은 장면이 있다. 스티브와 한 팔레스타인인이 라디오 채널을 두고 실랑이를 벌인다. 하지만 스티브가 서로가 원하는 채널이 아닌 아예 다른 채널을 선택하자 팔레스타인인도 스티브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인다. '뮌헨'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마치 스티브의 선택처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있다. '뮌헨'의 이야기가 이스라엘의 관점에서 전개되고 있고, 무엇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자신이 유태인임에도 불구하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스라엘만을 두둔하지는 않는다. 칼이 스티브에게 말한다. "우리도 줄곧 그들처럼 행동해 왔어. 팔레스타인이 유혈 사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나? 우리가 어떻게 영토를 지배했다고 생각하나? 친절한 방법으로?"

애브너는 목표물을 하나씩 제거할수록 조국의 임무와 복수의 정당성 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하고, 살인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애브너는 암살 과정에서 목표물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게 되고, 특히 "안전한 집"에서 같이 머물게 된 PLO 멤버 알리(Omar Metwally)를 통해 이들도 가족과 조국을 위해 싸울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무엇보다도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 대사관과 이스라엘인들에 대한 테러가 발생하고, 자신들 또한 누군지 모르는 암살팀의 목표물이 된 사실을 알고는 복수는 폭력의 악순환만 낳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칼, 로버트, 한스가 살해되고, 애브너는 두려움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더이상 작전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뮌헨'에서 자신의 민족이 세운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애정을 보이면서도, 뮌헨 올림픽 사건에 보복으로 대응하는 이스라엘 정부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뮌헨'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스라엘에 대한 애정을 가족에 대한 사랑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다. 애브너가 임무를 맡은 이유도 곧 태어날 아이와, 아내 대프너(Ayelet Zurer)를 위해서였다. 대단한 애국자인 애브너의 어머니(Gila Almagor)가 자신이 한 일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애브너에게 말한다. "네가 한 일은 우리를 위해서야. 너는 너의 딸을 위해 한 일이겠지만 우리를 위해서이기도 해....아무도 우리에게 주지 않을 것 같았기에 우리가 알아서 가져야만 했어....어떤 대가를 치뤘든, 어떤 대가를 치루고 있든. 지구상의 한 곳. 우린 지구상의 한 곳을 가졌어. 마침내 말이야."

임무에 회의를 느끼는 로버트가 칼을 죽인 지네트(Marie-Josee Croze)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네덜란드로 가는 애브너에게 말한다. "이 모든 피는 우리에게 되돌아올거야....유태인은 적이 잘못을 저지른다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난 우리가 언제 품위있게 행동한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어. 수천 년 동안 증오로 고통을 받았다고 우리의 행동이 정당화되지 않아. 우리는 공정해야 해. 그게 아름다운 것이야. 그게 유태인이야."

'뮌헨'에서 루이의 파파(Michael Lonsdale)는 애브너가 하게 되는 고민을 이해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파파가 애브너에게 말한다. "전쟁 동안 난 독일의 기차와 다리, 트럭들을 폭파했지. 내 형제들은 죽고, 내 아버지와 여동생은 교수형을 당했어....우리는 대가를 치뤘지. 그래서 비시 놈들은 드골파 놈들로 대치될 수 있었고, 나치는 스탈린과 미국으로 대치될 수 있었어. 우린 정부와는 거리를 두고 있지."

파파는 자신이 한 일이 가족을 위한 것이었음을, 그리고 정부와는 이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파파를 만날 당시만 해도 복수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보다는 조국의 임무가 먼저였던 애브너는 파파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자신에게 부여한 임무에 회의를 느끼고 브루클린으로 옮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애브너도 이스라엘로 돌아오라는 작전 담당관 에브라임(Geoffrey Rush)의 제안을 거절함으로서 더이상 정부와 일을 하지 않기로 한다. 애브너가 에브라임에게 말한다. "우리는 무엇을 얻었나요? 우리가 암살한 사람들은 더 나쁜 사람들로 대치됐어요....당신이 무엇을 믿든, 이렇게는 평화가 오지 않아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뮌헨'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이해와 용서이다. 개인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얽혀 있는 역사적,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이해와 용서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기에는 문제를 너무나 단순화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의 마지막에 에브라임도 간접적으로 인정하듯이, 실제로도 모사드에 의해 암살된 인물들이 뮌헨 올림픽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인물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뮌헨'은 암살 목표물로 지목된 11명의 팔레스타인인들 중, 1979년에 살해된 알리 하산 살라메를 포함한 9명이 살해되었다는 자막과 함께 저 멀리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 무역 센터의 쌍둥이 빌딩을 보여 주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부시 정부가 아무런 증거도 없이 9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암살한 이스라엘 정부와 다를 것이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뮌헨'은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 음악상의 5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으나, 단 하나의 상도 수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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