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유로부터 남쪽 60마일 떨어진 지중해의 망망대해에서 어부들이 등에 두 발의 총상을 입은 채로 표류하고 있는 한 남자를 구조한다. 남자는 의식을 찾게 되지만 기억 상실증으로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는 어부들에게 구조될 당시 자신의 엉덩이에 숨겨져 있던 취리히의 한 은행의 계좌 번호를 단서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스위스로 향한다.
그는 은행의 대여 금고에 보관되어 있는 자신의 사진이 붙어 있는 미국 여권을 통해 자신이 파리에서 살고 있는 제이슨 본(Matt Damon)임을 확인하지만, 서로 다른 이름으로 만들어진 다른 나라 국적의 여권들을 발견하고는 다시 혼란에 빠진다. 돈과 여섯 개의 여권, 그리고 권총이 보관되어 있는 대여 금고를 가지고 있고, 은행 계좌 번호를 엉덩이에 숨기고, 경찰들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난 도대체 누구인가?
제이슨 본은 우연히 만나게 된 마리(Franka Potente)라는 여자에게 2만 달러를 주고 자신을 파리까지 태워 줄 것을 부탁한다. 제이슨 본은 자신이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면 갈수록 어떤 거대한 조직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과 직면하게 된다.
한편, 버지니아주 랭글리의 CIA에서는 트레드스톤의 책임자 콩클린(Chris Cooper)이 제이슨 본이 망명한 아프리카의 실권자 닉와나 웜보시(Adewale Akinnuoye-Agbaje)를 암살하는데 실패했다는 보고를 받는다. 콩클린의 직속상관인 워드 애보트(Brian Cox)는 콩클린에게 웜보시 암살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제이슨 본에 의해 트레드스톤의 실체가 탄로 날까 불안한 콩클린은 트레드스톤 소속 요원들에게 제이슨 본을 제거하라는 지령을 내린다.
'본 아이덴티티'는 로버트 루들럼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이다. 로버트 루들럼은 제이슨 본의 이야기를 다룬 세 권의 소설 - '본 아이덴티티 (The Bourne Identity)', '본 슈프리머시 (The Bourne Supremacy)', '본 얼티네이텀 (The Bourne Ultimatum)' - 을 썼는데, '본 아이덴티티'의 흥행 성공으로 나머지 두 소설도 영화화 - '본 슈프리머시 (The Bourne Supremacy, 2004)', '본 얼티메이텀 (The Bourne Ultimatum, 2007)' - 되었다. '본 아이덴티티'는 더그 라이만 감독이 연출하였고,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은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연출하였다.
사실 로버트 루들럼의 '본 아이덴티티'가 영화화된 건 더그 라이만 감독의 '본 아이덴티티'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14년 전에 로저 영 감독이 연출하고, 리차드 챔버레인과 재클린 스미스가 주연한 TV 영화 '저격자 (The Bourne Identity, 1988)'가 나왔었다. 난 이 '저격자'를 보고 난 후 바로 원작 소설을 읽었을 정도로 '저격자'를 재미있게 보았다. 그리고 원작 소설은 '저격자'보다도 더 재미있었는데, 아쉽게도 원작 소설의 이야기가 주는 재미를 더그 라이만 감독의 '본 아이덴티티'에서는 느낄 수가 없다. '본 아이덴티티'의 이야기는 원작 소설의 이야기와는 아주 많이 다르다. 사실 원작 소설의 이야기를 그대로 영화로 옮기기에는 원작 소설의 이야기가 너무나 방대하다. 따라서 더그 라이만 감독은 이야기보다는 화려한 액션에 치중함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을 내리는데, 영화라는 것이 소설과는 달리 이야기보다는 영상으로 재미를 주는 예술이고, 특히 오늘날 영화들이 점점 시각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그 라이만 감독의 결정은 적절했다고 본다.
'본 아이덴티티'는 이야기를 통해 줄 수 없는 재미를 화려한 액션으로 커버하고 있다. '저격자'가 '본 아이덴티티'보다는 원작 소설의 이야기에 훨씬 더 가깝지만, '본 아이덴티티'가 '저격자'보다도 더 재미가 있는 건 바로 '본 아이덴티티'의 화려한 액션 때문이다.
'본 아이덴티티'에서 가장 유명한 액션 장면은 제이슨 본과, 제이슨 본을 제거하라는 지령을 받고 파리에 있는 제이슨 본의 집을 침입한 트레드스톤 소속 요원 카스텔(Nicky Naude)과의 일대일 격투 장면이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일대일 격투 장면을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에서도 써먹는다.
제이슨 본은 마리와 함께 마리의 이복형제 애몬(Tim Dutton)의 집으로 피신하지만, 제이슨 본을 제거하라는 지령을 받은 트레드스톤 소속 요원 교수(Clive Owen)가 애몬의 집까지 쫓아온다. 제이슨 본은 총을 맞고 쓰러진 교수로부터 트레드스톤이라는 이름을 듣게 된다. 마리와 애몬의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보낸 제이슨 본은 교수의 휴대폰으로 콩클린과 통화를 하고, 콩클린을 파리로 오게 한다. 파리에 있는 트레드스톤의 아지트에서 콩클린과 대면한 제이슨 본은 자신이 웜보시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당시를 기억해 낸다. 자신이 트레드스톤 소속 암살 요원이었다는 사실에 실망한 제이슨 본은 콩클린에게 더이상 자신을 찾지 마라는 경고를 하고 트레드스톤의 아지트를 떠난다.
한편, 워드 애보트는 트레드스톤 소속 요원 맨헤임(Russell Levy)에게 지령을 내려 파리에 있는 콩클린을 살해하게 하고 트레드스톤을 폐쇄한다. 그리고 마샬(David Selburg) CIA 국장에게 트레드스톤은 단지 고등 훈련 프로그램이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본 아이덴티티'뿐만 아니라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의 각본을 쓴 토니 길로이는 나중에 영화감독으로서 '마이클 클레이튼 (Michael Clayton, 2007)'과 '본 레거시 (The Bourne Legacy, 2012)'를 연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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