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주 톤토를 떠나 로즈버그로 향하는 역마차 안에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타고 있다. 역마차를 끄는 마부 벅(Andy Devine)과, 로즈버그에서 무법자 루크 플러머(Tom Tyler)를 봤다는 벅의 말을 듣고 로즈버그로 가는 보안관 컬리(George Bancroft)를 위시하여, 법과 질서 연맹의 여성들에 의해 마을에서 쫓겨난 매춘부 달라스(Claire Trevor), 건물 임대료를 내지 못해 쫓겨난 알콜 중독자 의사 분(Thomas Mitchell), 로즈버그에 있는 기병대 장교 남편을 보기 위해 임신한 몸으로 버지니아에서 온 루시 말로리(Louise Platt), 루시 말로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진해서 역마차에 오른 도박꾼 햇필드(John Carradine), 수줍은 위스키 장사꾼 피콕(Donald Meek), 은행돈을 횡령하여 달아나고 있는 은행가 게이트우드(Berton Churchill), 그리고 플러머 형제들에게 살해된 아버지와 동생의 원수를 갚기 위해 탈옥한 링고 키드(John Wayne)가 그들이다. 이들은 제로니모를 위시한 아파치 무리가 자주 출몰하는 위험한 지역을 통과해야 한다.
존 포드 감독은 서부 영화로 유명한 영화감독이다. 존 포드 감독 자신도 한 공식 석상에서 자신은 서부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존 포드 감독은 무성 영화 시대에도 다수의 서부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존 포드 감독은 무성 영화인 서부 영화 '세 악당 (3 Bad Men, 1926)' 이후로 13년 동안 서부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이 시기는 서부 영화의 암흑기이기도 했다.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빅 트레일 (The Big Trail, 1930)'과 '시마론 (Cimarron, 1931)'과 같은 서부 영화들의 잇따른 흥행 실패로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들은 서부 영화의 제작을 포기했고, 서부 영화는 소규모 영화 제작사에 의해 B급 영화로 근근이 제작되고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존 포드 감독이 13년 만에 만들어 엄청난 흥행 성공을 거둔 서부 영화 '역마차'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영화이다. '역마차'는 서부 영화를 부흥시킨 영화이고, 존 포드 감독이 계속해서 '황야의 결투 (My Darling Clementine, 1946)', '수색자 (The Searchers, 1956)',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The Man Who Shot Liberty Valance, 1962)'와 같은 서부 영화의 걸작들을 만들어 서부 영화감독으로 유명해지게 되는 발판이 된 영화이고, 존 포드 감독과, '역마차'로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된 존 웨인이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최고의 콤비로서 '수색자'를 포함한 총 21편의 영화를 같이 만들게 되는 출발점이 된 영화이다.
서부 영화는 19세기 후반의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법과 질서를 수호하려는 백인 영웅과, 이를 파괴하려는 무법자들이나 야만적인 인디언들의 대결을 주로 다루고 있다. 서부 영화에서의 이러한 대결은 서부의 야만과, 동부로부터 서부에 들어온 문명의 대립을 상징하는데, 서부 영화는 이러한 대립을 통해 세워진 미국의 역사를 찬양하고, 이와 함께 관객들에게 문명화로 사라진 야생의 서부에 대한 향수도 불러일으킨다. '역마차'에서 법과 질서가 어느 정도 정착된 문명화된 -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긴 하지만 - 톤토를 떠나, 톤토보다 더 서쪽에 있는, 여전히 플러머 형제들과 같은 무법자들이 활개치고 다니는 야만적인 로즈버그로 향하는 역마차는 서부의 문명화를 상징하고 있는데, 특히 동부에서 온 루시 말로리가 로즈버그로 가는 도중에 아기를 낳는 것은 바로 서부에 동부의 문명이 들어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역마차'에서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탄 역마차는 다민족 국가인 미국을 상징하고 있다. 이 역마차 안에서도 사회적 편견은 존재한다. 루시 말로리가 달라스와 떨어져 앉는 식탁 장면은 유명하다. 하지만 이들은 여러 난관을 함께 헤쳐 나가면서 결속한다. '역마차'는 사회에서 멸시 받은 달라스와 링고 키드, 의사 분을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도덕적인 인물들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서부를 개척하고 미국을 세운 주체는 민초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역마차'에서 존 웨인이 연기하는 링고 키드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링고 키드는 정말 영웅처럼 등장한다. 링고 키드는 사회에서 멸시 받은 달라스를 숙녀로서 대해 주고,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역마차에 남아 인디언들의 공격으로부터 역마차를 지키고, 로즈버그에서는 혼자서 플러머 형제들을 처리하여 로즈버그에도 법과 질서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한다.
'역마차'에는 링고 키드와 플러머 형제들의 결투 장면과 인디언들이 역마차를 공격하는 장면 등, 서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액션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무엇보다도 역마차의 말에 오른 인디언이 링고 키드가 쏜 총에 맞고 말의 다리와 역마차의 바퀴 사이로 떨어지는 액션 장면은 압권이다.
존 포드 감독도 나중에는 '수색자'나 '샤이안족의 최후 (Cheyenne Autumn, 1964)'와 같은, 인디언들을 야만적으로만 보는 관점에서 탈피한 수정주의 서부 영화들을 만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정통 서부 영화인 '역마차'에서는 인디언들을 야만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링고 키드가 달라스에게 청혼을 하는 낭만적인 장면에서 서부에 대한 동경을 느낄 수 있다. 링고 키드가 달라스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유명한 장면에서 링고 키드가 말한다. "국경 너머에 제 목장이 있어요. 좋은 곳이죠. 정말 좋은 곳이에요. 나무와 풀, 물, 그리고 반쯤 지은 오두막이 있어요. 남자가 살 수 있는 곳이죠. 여자도요. 가겠어요?"
컬리는 플러머 형제들을 처리한 링고 키드를 체포하지 않고 놓아준다. 의사 분이 국경 너머에 있는 링고 키드의 목장으로 향하는 링고 키드와 달라스가 탄 마차를 바라보며 내뱉는 대사는 서부에 문명이 들어온 것에 기뻐하면서도 사라져 가는 서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저들은 문명의 축복으로부터 안전하겠군."
'역마차'는 존 포드 감독이 아리조나주와 유타주의 경계 지점에 있는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에서 촬영한 첫 영화이다. 존 포드 감독은 자신의 서부 영화 대부분을 이곳에서 촬영하였다.
조연 전문 배우인 토마스 미첼은 의사 분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역마차'는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등, 7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남우조연상과 음악상의 2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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