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 윌 비 블러드'의 주인공인 석유업자 다니엘 플레인뷰(Daniel Day-Lewis)가 이복동생인 헨리(Kevin J. O'Connor)에게 말한다. "난 경쟁심이 강해. 난 다른 사람이 성공하는 것을 못 봐. 난 사람들이 싫어. ... 사람들을 보면 좋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이지 않아. 난 모든 사람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벌고 싶어. ... 난 사람들에게서 최악을 봐, 헨리.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그들을 가까이할 필요는 없어. 난 몇 년간 조금씩 증오심만 키워 왔어. 네가 여기 있으니 힘이 나. 나 혼자서 이 일을 하기 힘들어. 이런 사람들과 같이."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다니엘의 이 대사는 영화의 주제를 암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중요한 대사이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다니엘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야망, 그로 인한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업튼 싱클레어의 소설 '오일! (Oil!)'을 바탕으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영화이다. 하지만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오일!'의 첫 150 페이지 가량의 내용만을 영화의 각본으로 각색하였고, 따라서 '오일!'의 전체적인 이야기와 영화의 이야기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영화의 제목도 '오일!'이 아닌, '데어 윌 비 블러드'라는 새로운 제목을 붙였다.

1898년에 뉴멕시코의 황무지 사막 한가운데서 은을 캐던 다니엘은 1902년에 캘리포니아에서 석유 유전을 발굴한다. 이때 사고로 동료인 H.B. 에일먼(Barry Del Sherman)이 죽고, 다니엘은 고아가 된 에일먼의 한 살짜리 아들 HW를 자신의 아들처럼 키운다. 다니엘은 어린 HW(Dillon Freasier)를 항상 데리고 다니면서 석유 사업을 한다.

어느 날 폴 선데이(Paul Dano)라는 이름의 청년이 다니엘을 찾아와, 자기 가족의 목장이 있는 땅에 석유가 나는데 자신에게 500달러를 주면 그 땅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겠다고 말한다. 폴이 알려 준 선데이 목장을 찾은 다니엘과 HW는 폴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한다. 다니엘은 선데이 목장 땅과, 밴디(Hans Howes)의 땅을 제외한 인근의 모든 땅을 사들이고, 석유를 채굴하기 위해 유정탑을 세우고 시추를 시작한다.

탐욕스러운 다니엘은 석유가 묻혀 있는 땅의 소유자들이 석유 시추에 문외한들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이들에게는 큰 돈이지만, 석유를 발굴했을 시 자신이 벌어들일 엄청난 돈에 비하면 거의 땅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는 값을 이들에게 제시하여 땅을 사들인다. 선데이 목장 땅의 경우, 다니엘은 소유주인 아벨 선데이(David Willis)에게 목장 땅에 석유가 묻혀 있다는 것을 숨기고, 신선한 공기가 필요한 병든 아들을 위해서 메추라기 사냥을 할 수 있는 이 아름다운 목장 땅을 사겠다고 말한다. 선데이 목장 땅 인근의 땅도 사들이려는 다니엘은 마을 주민들 및 목장 소유주들을 불러모아, 석유가 발견되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학교도 짓고, 새로운 도로도 내고, 빵을 만들기 위한 곡식을 재배할 수 있도록 척박한 땅에 관개 시설을 정비할 것이라고 현혹한다.

드디어 유정탑에서 가스 분출과 함께 석유가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유정탑에서 시추 작업을 구경하던 HW가 가스 분출 사고로 청각을 잃게 되지만, 다니엘은 엄청난 양의 석유를 발굴한 것에 더 흥분한다. 유정탑에서 석유와 함께 솟아오르는 불기둥은 다니엘의 탐욕을 상징한다. 다니엘은 불기둥을 바라보며 사업 파트너인 플레처(Ciaran Hinds)에게 외친다. "우리 발 밑에 엄청난 양의 석유가 있어. 나 말고는 아무도 못 가져."

탐욕에 눈이 멀어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다니엘은 갑자기 나타난 이복동생 헨리에게 네가 여기 있어 힘이 난다는 말도 해 주고 헨리를 사업 파트너로 삼고 의지하면서, 그래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 주지만, 이내 헨리를 의심하게 되고, 결국 헨리가 자신의 이복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헨리를 바로 총으로 쏴 죽인다. 또한, 다니엘의 유정을 인수하려는 스탠더드 오일사의 H.M. 틸포드(David Warshofsky)가 다니엘에게 지금껏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니 이제는 청각을 잃은 아들을 돌보며 시간을 보내라며 유정을 팔 것을 제안하지만, 다니엘은 틸포드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다니엘에게 석유는 피보다 더 진한 것이었다.

결국 알콜 중독에다가 스스로 고립되어 가던 다니엘은 아들처럼 키운 HW(Russell Harvard)마저 떠나면서 완전히 혼자가 된다.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다니엘 못지않게 탐욕스러운 인간이 한 명 더 있다. 폴의 쌍둥이 형제인 일라이 선데이(Paul Dano)다. 일라이는 제3계시교라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다. 아버지인 아벨과는 달리 선데이 목장 땅에 석유가 묻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일라이는 다니엘에게 자신의 교회를 세울 돈을 요구한다. 다니엘이 석유를 발굴하자 일라이는 약속한 돈을 받기 위해 다니엘을 찾아가지만 오히려 다니엘에게 폭행과 모욕을 당한다. 일라이는 분풀이로 아버지 아벨에게 땅을 헐값에 팔아넘긴 나태하고 어리석은 아버지라고 폭언을 하고 폭행까지 가하는 패륜을 저지른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미국 사회를 비판하는 영화이다. 자본주의와 종교는 미국 사회를 받치고 있는 두 개의 기둥이다. 다니엘이 자신을 떠나려는 HW에게 고아인 너를 거두어들인 이유는 땅을 살 때 사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호감을 줄 수 있는 얼굴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아들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가정적인 남자라고 소개하는 다니엘을 통해, 가족의 부양, 양육, 보호라는 미명 아래 탐욕과 비리로 이루어진 미국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한다. 또한, 다니엘 못지않게 돈에 집착하는 일라이를 통해, 자본에 종속된 종교의 세속화를 비판한다.

자신의 배역 선택과 연기에 철두철미한 것으로 이름 높은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돈에 강하게 집착하는 다니엘 플레인뷰의 역할을 맡아 훌륭한 연기를 보여 주는데,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폴 선데이와 일라이 선데이의 역할을 맡은 폴 다노도 다니엘 데이 루이스에 전혀 뒤지지 않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 준다. 어린 HW의 역할을 맡아 어린아이답지 않은 연기를 보여 준 딜런 프리지어는 촬영 현지에서 캐스팅된 비전문 배우이다.

다니엘은 선데이 목장 땅과 인근의 땅을 사들일 당시에 미처 사들이지 못한 밴디의 땅에 석유를 수송하기 위한 송유관을 설치하려 하지만, 그 대가로 밴디는 다니엘에게 제3계시교 교회에 나와 세례를 받고 구원을 받을 것을 요구한다. 다니엘은 하는 수 없이 제3계시교 교회에 나가 일라이 앞에 무릎을 꿇고, 일라이는 이전에 다니엘에게 당한 폭행과 모욕을 고스란히 되돌려 준다. 구원이란 명목하에 일라이에게 폭행과 모욕을 당한 다니엘이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송유관을 설치할 수 있게 됐어."

밴디의 땅에 송유관을 설치하기 위하여 일라이의 폭행과 모욕을 참아 내는 다니엘의 모습은 관객들이 헛웃음을 칠 정도로 우스꽝스럽다. 한 편의 코미디극을 보는 듯하다.

실제로 '데어 윌 비 블러드'는 탐욕에 눈이 멀어 스스로 파멸의 길로 나아가는 다니엘을 주인공으로 한 조롱극이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은을 캐던 다니엘이 석유 유전을 발굴하는 이야기를 담은 프롤로그에 이어, 다니엘이 마치 관객들에게 자신과 HW를 소개하는 듯한 장면으로 본격적인 영화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신사 숙녀 여러분, 저는 오늘밤 우리 주의 절반을 가로질러 이곳에 왔습니다. ... 다 아시겠지만 저는 석유업자입니다. ... 저는 가정적인 남자입니다. 저는 가족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합니다. 여기는 제 아들이자 파트너인 HW 플레인뷰입니다. ..."

그리고 '데어 윌 비 블러드'의 마지막에 일라이를 볼링핀으로 쳐죽인 다니엘이 자신의 하인에게 "끝났어."라고 외치는 장면과 함께 영화도 끝나는데, 다니엘의 이 대사는 자신은 이제 끝장났다는 의미와 함께,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조롱극이 끝났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음악은 라디오헤드(Radiohead)의 멤버 조니 그린우드가 담당했는데, 다니엘의 파멸을 예고하듯 영화의 시작부터 시종일관 불안함이 느껴지는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이 흘러나오다가, 일라이를 죽인 다니엘을 보여 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요하네스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77 제3악장 Vivace Non Troppo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77:3. Vivace Non Troppo)'의 경쾌한 클래식 음악이 끝장난 다니엘을 조롱한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촬영상, 미술상, 편집상, 음향 편집상의 8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 촬영상의 2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였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영국 영화 연구소(British Film Institute, BFI)에서 간행하는 영화 전문 월간 잡지 'Sight & Sound'가 2022년에 발표한 "영화 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The Greatest Films of All Time)"에서 122위에 랭크되어 있다.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엔딩 크레딧 뒤에 "이 영화를 로버트 알트먼에게 바칩니다."라는 자막이 나온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수많은 배우들과 거대한 조화를 이루며 영화 작업을 이뤄가는 방식으로 인해, '야전병원 매쉬 (MASH, 1970)', '내쉬빌 (Nashville, 1975)' 등을 연출한 로버트 알트먼 감독과 종종 비교되기도 했었는데, 한창 '데어 윌 비 블러드'가 제작 중일 때 고인이 된 로버트 알트먼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다.

 

"I'm finished."

(끝났어.)

Posted by unforgett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