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의 오프닝 장면은 유명하다. 세 명의 총잡이가 기차역에 나타나면서 영화는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기차가 기차역에 도착할 때까지 무려 10분 동안, 기차역에서 기차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는 세 명의 총잡이만을 보여 주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의 오프닝 장면은 관객들에게 조만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극도의 불안감과 긴장감을 안겨 준다.
마침내 기차가 기차역에 도착한다. 하지만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한 세 명의 총잡이가 기차역을 떠나려는 순간, 하모니카 연주 소리가 넓게 울려 퍼진다. 세 명의 총잡이는 기차 반대편에서 내린 듯한 하모니카를 입에 문 한 남자와, 기차가 막 떠난 텅 빈 철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다. 결국 프랭크(Henry Fonda)가 보낸 세 명의 총잡이는 이름 모를 하모니카 남자(Charles Bronson)의 총에 쓰러진다.
한편 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막과 다름없는 땅을 매입하여 스위트워터라고 이름 붙이고, 스위트워터에 집을 짓고 세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일랜드 출신의 브렛 맥베인(Frank Wolff)은 한 달 전 뉴올리언스에서 결혼식을 올린 새 아내 질 맥베인(Claudia Cardinale)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곧 플래그스톤 역에 도착할 질을 스위트워터로 데리고 오기 위해 맥베인의 아들 패트릭이 마차를 타고 플래그스톤 역으로 출발하려는 순간, 프랭크 일당이 나타나 맥베인과 그의 세 자녀를 무참히 살해한다. 그리고 프랭크는 탈옥한 무법자 샤이엔(Jason Robards)에게 맥베인 일가를 살해한 범인으로 몰기 위해, 이 지역에서는 샤이엔 일당만 입고 다니는 더스터 코트의 칼라를 문 옆의 못에 걸어 둔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영화감독들인 다리오 아르젠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초안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이탈리아의 영화 각본가인 세르지오 도나티가 각본을 쓰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연출을 한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의 영화이다.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 사이에 유행했던 스파게티 웨스턴은 이탈리아 및 스페인에서 제작된 유럽식 서부 영화이다.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표현은 스페인의 저널리스트 알폰소 산체스가 스파게티 웨스턴이 주로 이탈리아 영화감독들에 의해 제작되었고, 제작비 절감을 위해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에 이탈리아식 국수 요리인 스파게티를 붙여 만들어낸 것이다. 스파게티 웨스턴은 또 다른 이탈리아식 국수인 마카로니를 붙여 만든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 표현은 일본의 영화 평론가 요도가와 나가하루가 만들어낸 것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표현이지만 한국에서는 종종 사용되고 있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부 영화는, 이미 어느 정도 문명화되어 있던 동부와 달리, 도덕과 법이 미치지 못하고 총과 폭력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원리가 지배하던 서부에서 법과 질서를 수호하려는 영웅과 이를 파괴하려는 악당의 대결을 다룬 영화이다. 존 포드 감독을 대표로 하는 미국의 정통 서부 영화들은 도덕적이고 정의로우며,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영웅과, 인디언이나 무법자가 악당으로 등장, 선악의 구도로 나뉜 권선징악의 서사를 갖고 있으며, 서부 개척 시대의 감성과 낭만을 보여 준다. 이에 반해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주연으로 기용하여 달러 3부작 -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1964), '속 황야의 무법자 (For a Few Dollars More, 1965),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 - 을 연출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개척한 스파게티 웨스턴은 이러한 정통 서부 영화의 장르적 관습을 해체시킨 수정주의 서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스파게티 웨스턴은 정통 서부 영화들이 미화시켰던 서부 개척사를 물질적 이득만을 좇는 탐욕과 약탈의 역사로 바라보고 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는, 스위트워터에 기차역과 철도가 건설되고 기차가 들어오는, 서부 개척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서부 개척의 이면에 숨겨진, "옛날 옛적 서부에서" 벌어진 추악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프랭크가 맥베인 일가를 살해한 것은 맥베인이 소유한 스위트워터 때문이다. 플래그스톤까지 연결된 철도가 계속해서 서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 맥베인은 플래그스톤 서쪽으로 50 마일 이내에 증기 기관의 작동에 필요한 물이 있는 곳은 지하수가 흐르는 스위트워터뿐임을 알아내고, 이곳에 철도가 지나가는 마을을 세워 큰 돈을 벌 꿈을 꾸고 있었다. 죽기 전에 태평양이 보이는 서쪽 끝까지 철도를 이으려는, "달팽이가 남기는 더러운 점액과도 같은 아름답고 반짝이는 두 줄의 레일을 남기는" 욕심 많고 타락한 철도 사업가 모튼(Gabriele Ferzetti)이 스위트워터를 차지하기 위해 프랭크를 고용한 것이다. 하지만 욕심이 생긴 프랭크는 스위트워터를 자신이 차지하기 위해 맥베인의 유산 상속을 하게 된 질을 납치하고 질에게 스위트워터를 경매에 붙이도록 해서 자신이 헐값에 사려고 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에는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영웅은 등장하지 않는다. 타락한 철도 사업가에 고용된 냉혹한 살인자 프랭크와, 형을 목매달아 죽인 프랭크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하모니카 남자가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1940)', '황야의 결투 (My Darling Clementine, 1946)', '아파치 요새 (Fort Apache, 1948)', '12명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en, 1957)' 등에서 주로 정의로운 캐릭터를 연기하여 미국의 대표적인 영화배우가 된 헨리 폰다를 지독한 악당 프랭크 역으로 캐스팅한 것 자체가 미국의 정통 서부 영화들이 묘사한 가치를 전복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의 이야기는 헨리 폰다가 주연으로 출연한 정통 서부 영화의 걸작 중 하나인 존 포드 감독의 '황야의 결투'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황야의 결투'는 헨리 폰다가 연기하는 와이어트 어프(Henry Fonda)가 무법천지인 툼스톤 마을의 보안관이 되어 마을의 무법자 클랜턴(Walter Brennan) 일당을 일망타진하고, 동부에서 온 우아한 클레멘타인 카터(Cathy Downs)가 마을의 학교 선생님으로 툼스톤에 남게 되면서 툼스톤에 동부의 문명이 도래한 것을 낭만적으로 보여 준다. 반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에서 헨리 폰다는 와이어트 어프의 영웅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지독한 악당 프랭크로 등장하고, 살해당한 남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위트워터에 남아 마을을 개척하는 질은 그녀를 납치한 프랭크에 의해 뉴올리언스에서 인기 있는 매춘부였음이 밝혀진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들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영화 음악이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학창 시절부터 친분을 나누었고, 달러 3부작부터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마지막 연출작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까지 영화 작업을 함께 한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영화만큼이나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영화 음악을 통해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영화들을 더욱 인상적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의 음악도 엔니오 모리꼬네가 담당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에서 하모니카 남자가 등장할 때마다 울려 퍼지는 하모니카 연주 음악은 인상적이다. 플래그스톤 역에 도착한 질은 자신을 데리러 올 가족을 기다리지만 가족은 나타나지 않는다. 질이 가족이 될 맥베인과 그의 세 자녀가 살해당한 사실도 모른 채 혼자서 쓸쓸하게 플래그스톤 역을 빠져나갈 때 흐르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관객들의 마음을 찢어 놓는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를 통해 관객들에게 미국 서부 개척사의 추악한 이면을 바로 보게 해 주었다. 따라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의 이야기는 미국의 정통 서부 영화에 비해 좀 더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가 보여 주는 장면들은 대단히 영화적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클로즈업의 연쇄와 와이드 스크린을 활용한 대담한 화면 구성을 통해, 조금은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멋진 장면들을 연출하는데, 이것이 다소 느린 화면의 전개와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영화에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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