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5월 16일, 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로스앤젤레스 Hollywood Boulevard의 루즈벨트 호텔(Hotel Roosevelt)에서 열렸다. 이날 윌리엄 A. 웰먼 감독의 '날개'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함으로서 첫번째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라는 할리우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영광을 차지하게 된다. 사실 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두 개의 작품상 부문이 있었으며, 따라서 두 개의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했었다. '날개'가 "탁월한 작품(Outstanding Picture)"으로, 그리고 F.W. 무르나우 감독의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1927)'가 "독특하고 예술적인 작품(Unique and Artistic Picture)"으로 작품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듬해 "독특하고 예술적인 작품" 부문이 폐지되면서 '날개'가 공식적인 첫번째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 된 것이다.
'날개'는 현재까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유일한 무성 영화이다. 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때는 발성 영화들이 막 나오기 시작하던 때였다. 1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선정된 1927, 28년에 제작된 영화들 중에서도 이미 '재즈 싱어 (The Jazz Singer, 1927)'라는 발성 영화 - '재즈 싱어'가 할리우드 최초의 발성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노래가 나오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성으로 되어 있다 - 가 있었으나, 발성 영화가 무성 영화와 경쟁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선정에서 제외되었다. 대신에 '재즈 싱어'를 제작한 영화 제작사, 워너 브러더스(Warner Brothers)에게 아카데미 특별상이 주어졌다. 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100% 발성 영화인 '브로드웨이 멜로디 (Broadway Melody, 1929)'가 작품상을 수상한다.
전쟁에서 죽은 하늘의 젊은 용사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문구로 시작하는 '날개'는 제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초기에 작품상을 수상한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러하듯, '날개' 역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이긴 하지만 영화의 작품성은 떨어지는 영화이다. '날개'는 지금도 몇몇 할리우드 영화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미국식 애국주의 이야기에, 세 남녀의 사랑과 우정의 진부한 삼각 관계 이야기가 양념처럼 첨가되어 있는 영화이다.
메리(Clara Bow)는 하늘을 나는 꿈을 가지고 있는 마을의 평범한 청년, 잭(Charles Rogers)을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잭은 도시에서 온 실비아(Jobyna Ralston)에게 빠져 있다. 잭은 실비아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비아는 마을에서 제일 부자인 데이비드(Richard Arlen)를 사랑하고 있다. 전쟁이 터지자, 잭과 데이비드는 미국 공군에 자원 입대하고, 메리는 여성 운전병으로 참전하게 된다. '날개'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어나는 잭과 데이비드의 우정, 그리고 잭과 메리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날개'는 영화의 이야기는 다소 진부하지만, 영화 기술적인 면에서는 강한 인상을 주는 영화이다. '날개'는 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함께, 오늘날의 시각효과상에 해당하는 기술효과상도 수상했는데, 실감나는 공중전 장면에서 아카데미 기술효과상을 수상한 영화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날개'는 지금 보아도 스케일이 상당히 큰 영화인데, 공중전 장면과,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서 보여 주는 생미옐 전투(Battle of Saint-Mihiel) 장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 생미옐 전투는 미국 파견군(American Expeditionary Forces, A. E. F.)과 프랑스군이, 독일군이 점령한 생미옐을 탈환하기 위해 독일군을 상대로 1918년 9월 12일에서 15일 사이에 벌인 전투로, 영화에서도 보여 주듯 실제로도 생미옐을 탈환하는데 미국 공군의 활약이 컸던 전투였다.
'날개'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후에 '요크 상사 (Sergeant York, 1941)'와 '하이 눈 (High Noon, 1952)'으로 두 번이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게리 쿠퍼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막사에서 잭과 데이비드에게 자신을 화이트(Gary Cooper)라고 소개하는 이가 게리 쿠퍼이다. 그리고 윌리엄 A. 웰먼 감독의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생미옐 전투에서 "Attaboy! Them buzzards are some good, after all!"라고 외치면서 죽는 병사가 바로 윌리엄 A. 웰먼 감독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잭은 죽어가는 데이비드에게 우정의 키스를 하는데, '날개'는 처음으로 남자가 남자에게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이다. 또한 '날개'는 처음으로 여배우의 누드가 나오는 영화이기도 한데, 파리의 어느 침실에서 메리가 군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드레스를 벗고 있을 때 갑자기 침실로 들어오는 헌병대를 보고 놀라는 장면에서 메리를 연기한 클라라 보우의 가슴이 1초간 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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