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 29일 30억의 인간이 죽었다. 핵전쟁의 생존자들은 이날을 심판의 날이라고 했다. 그들은 기계들과의 전쟁이라는 또 다른 악몽과 마주했다. 기계들을 조종하는 컴퓨터인 스카이넷은 두 터미네이터를 시간을 거슬러 보냈는데, 그들의 임무는 인간 저항군의 지도자인 내 아들 존 코너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터미네이터는 존이 태어나기 전인 1984년에 나를 죽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두 번째는 존이 아직 어릴 때에 존을 제거하려 했는데, 전과 같이 저항군도 존을 보호할 전사를 보낼 수 있었다. 문제는 그들 중 어느 쪽이 먼저 존에게 오는가였다."

사라 코너(Linda Hamilton)의 내레이션으로 영화가 시작하는 '터미네이터 2'는 7년 전에 나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The Terminator, 1984)'의 속편으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윌리엄 위셔와 함께 각본을 쓰고, 연출과 제작까지 담당했다. '터미네이터'에서 제작을 담당했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전처이자, 영화 제작사 퍼시픽 웨스턴 프로덕션(Pacific Western Production)의 설립자인 게일 앤 허드는 '터미네이터 2'에서는 영화 제작사 캐롤코(Carolco)의 마리오 카서와 함께 제작 감독을 담당했다. 그리고 '터미네이터'에서 터미네이터(Arnold Schwarzenegger)와 사라 코너(Linda Hamilton)를 각각 연기했었던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린다 해밀턴이 '터미네이터 2'에서도 같은 역으로 출연하며, '터미네이터'에서 범죄 심리학자 실버만(Earl Boen)을 연기한 얼 보엔이 '터미네이터 2'에서도 닥터 실버만(Earl Boen)을 연기한다.

'터미네이터'를 미리 본 관객들은 '터미네이터 2'에서 터미네이터(Arnold Schwarzenegger)와 T-1000(Robert Patrick)이 복도에서 어린 존 코너(Edward Furlong)를 사이에 두고 맞닥뜨리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반전에 놀랐을 것이다. 이때까지 관객들은 '터미네이터'에서 사라를 제거하기 위해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와 똑같은 터미네이터가 존을 제거하기 위해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이고, T-1000은 터미네이터가 아닌, '터미네이터'의 카일 리스(Michael Bien)와 같이, 존을 보호하기 위해 미래에서 온 인간 전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터미네이터가 존을 보호하기 위해 저항군이 보낸 터미네이터이고, T-1000은 존을 제거하기 위해 스카이넷이 보낸 터미네이터이다!

터미네이터는 존에게 T-1000에 대해 설명해 준다. T-1000은 터미네이터보다 진보된 모델이며, 액체 금속 터미네이터이다. T-1000은 물리적 접촉으로 자신과 같은 크기의 어떤 것이든 모방할 수 있고, 화학 물질, 가동 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총이나 폭발물 같은 복잡한 기계들을 형성할 수는 없지만, 칼이나 찌르는 흉기 같은 단단한 금속 형태를 형성할 수는 있다.

관객들은 터미네이터와 T-1000이 복도에서 맞닥뜨리는 장면에서, 반전뿐만 아니라 T-1000이 보여 주는 CGI(Computer Generated Imagery) 특수 효과에도 놀랐을 것이다. '터미네이터 2'가 제작될 당시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터미네이터'와, '에이리언 2 (Aliens, 1986)', '어비스 (The Abyss, 1989)'를 연출한 영화감독으로서, '터미네이터'가 제작될 당시와는 달리, 막대한 제작비를 영화 제작에 투입할 수 있는 영화감독이 되어 있었다. 당시 '터미네이터 2'에 사상 유례 없는 제작비가 투입되었는데, 제작비의 많은 부분이 특수 효과에 들어갔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미 '터미네이터'의 초기 각본에 액체 금속 터미네이터를 등장시켰었는데, 당시 기술적 한계로 인해 영화에는 등장시키지 못했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터미네이터 2'에서 그 한을 푼 셈이다.

터미네이터는 사라에게 스카이넷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누가 책임자인지를 이야기해 준다. 책임자는 사이버다인 시스템즈사의 특별 프로젝트 책임자인 마일즈 다이슨(Joe Morton)으로, 그는 몇 달 내에 혁신적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든다. 3년 내에 사이버다인은 군사용 컴퓨터 시스템의 최대 공급업체가 된다. 모든 스텔스 폭격기들이 사이버다인의 컴퓨터로 업그레이드되고, 완전하게 무인화된다. 그 후 그것들은 완벽히 작전 가능한 수준으로 비행한다. 스카이넷 재정 법안이 통과되고, 1997년 8월 4일에 시스템이 운전을 개시한다. 전략 방위에서 인간의 결정은 사라지고, 스카이넷은 기하급수적 속도로 학습을 시작하여, 8월 29일 동부 표준시 새벽 2시 14분에 자의식을 가지게 된다. 당황한 인간들이 플러그를 뽑으려 하자, 스카이넷은 러시아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다. 스카이넷이 러시아를 공격한 이유는 러시아의 반격이 자신의 적인 이곳의 인간들을 없앨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다시 도시에 핵폭탄이 터지는 꿈을 꾼 사라는 다이슨을 죽이기 위해 다이슨의 집으로 쳐들어가지만 차마 죽이지는 못한다. 사라는 다이슨이 첫 번째 터미네이터의 CPU 칩을 기반으로 스카이넷을 개발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터미네이터 2'에서 보여 주는 사이버다인사의 보관실에 보관되어 있는 CPU 칩과 금속 손은 '터미네이터'에서 사라가 액압 프레스로 터미네이터를 "끝내 버릴" 때, 터미네이터가 끝까지 사라를 제거하기 위해 사라의 목을 향해 뻗은 바로 그 손이며, '터미네이터'의 삭제된 장면에서 공장장이 액압 프레스에서 발견하여 경찰관 몰래 숨긴 바로 그 CPU 칩이다. 사라와 존, 터미네이터는 사이버다인사의 보관실에 보관되어 있는 CPU 칩뿐만 아니라, 파일, 디스크 드라이브 등 연구실에 있는 관련 자료들을 모두 없애 버리기 위해 다이슨의 안내로 사이버다인사에 침입한다.

'터미네이터 2'는 '터미네이터'에 비해 특수 효과의 향상뿐만 아니라 영화의 이야기도 깊어졌다. 사실 '터미네이터'는 쫓고 쫓기는 이야기만 있었으나, '터미네이터 2'는 화려한 액션 시퀀스 속에 운명과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미래의 존이 아버지인 카일 리스를 통해 사라에게 보낸 메시지 "미래는 정해지지 않았다. 운명이란 건 없고,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위해 만드는 것이다."에 따라, 사라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행동한다. 하지만 사라는 인간성을 버리면서까지 다이슨을 죽일 수는 없었다. 물총을 들고 서로 싸우는 아이들을 보고 존이 터미네이터에게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 인간들 말이야."라고 말하자, 터미네이터가 "인간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터미네이터 2'에서 터미네이터는 존의 아버지를 대신한다. 터미네이터는 기계지만 점점 인간의 감정들을 알아 가고, 결국 인간들을 위해 희생한다. 터미네이터는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CPU 칩마저 없애 버리기 위해 스스로 용광로에 들어간다. '터미네이터 2' 확장판의 마지막에 사라가 말한다. "희망이란 사치가 터미네이터에 의해 내게 주어졌다. 기계가 인간 생명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 또한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터미네이터 2'는 극장판과, 나중에 출시된 확장판이 있는데, 극장판과 확장판의 결말이 다르다. 극장판은 터미네이터를 떠나보내고 눈물을 흘리는 존을 안는 사라의 얼굴을 보여 주는 장면이 화면을 향해 돌진하는 포장 도로를 보여 주는 장면으로 디졸브 되면서 나오는 사라의 짧은 내레이션으로 끝난다. "알 수 없는 미래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나는 처음으로 희망을 가지고 그 미래를 마주한다. 기계인 터미네이터가 인간 생명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 또한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확장판은 "1997년 8월 29일은 지나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이클 잭슨은 40살이 되었다. 심판의 날은 없었다. ..."라고 나오는 사라의 내레이션과 함께, 2029년의 어느 화창한 날에 워싱턴의 스카이라인이 내다보이는 공원의 놀이터에서 64살의 사라와, 상원 의원이 된 44살의 존 코너(Michael Edwards)가 존의 어린 딸과 놀아 주는 장면을 보여 주면서 끝난다. 확장판의 결말을 통하여 '터미네이터 2'에 나오는 내레이션의 주인공이 바로 64살의 사라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 결국 '터미네이터 2'의 이야기는 64살의 사라가 회상을 통해 관객들에게 들려준 것이다. '터미네이터 2'의 원래의 결말은 확장판의 닫힌 결말이었으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관객들에게 여운을 주기 위해 극장판의 열린 결말로 바꾼 것이다.

"Hasta la vista, baby."

(또 보세, 친구.)

 

'터미네이터 2'의 원래의 결말인 확장판의 닫힌 결말을 보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처음부터 '터미네이터 2'의 후속편을 더이상 연출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다. 실제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터미네이터 2' 이후 제작된 4편의 터미네이터 영화들 - '터미네이너 3 (Terminator 3: Rise of the Machines, 2003)',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Terminator Genisys, 2015)',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Terminator: Dark Fate, 2019)' - 을 연출하지 않았다. 다만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서 이야기 초안과 제작만을 담당했다.

'터미네이터 2'의 확장판에서는 극장판에서 삭제된 장면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서 형사적으로 정신이상 판정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주립 병원에 갇혀 있는 사라가 꿈에서 카일 리스를 보는 장면이 있는데, '터미네이터'에서 카일 리스를 연기한 마이클 빈이 등장한다. 또한 사라와 존이 스카이넷이 터미네이터를 보낼 때 터미네이터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읽기 전용" 모드로 설정해 놓은 CPU 칩을 터미네이터의 머리에서 빼내, 배울 수 있는 "쓰기" 모드로 재설정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후 터미네이터는 인간의 감정들을 배우고 이해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존이 CPU 칩을 다시 꽂았을 때 터미네이터가 보는 화면에 "사이버다인 시스템즈 시리즈 800 모델 101 버전 2.4"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터미네이터가 800 시리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극장판에서 삭제된 장면들, 주립 병원에서 사라가 병원 직원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강제로 진정제를 먹는 장면, T-1000이 존의 개를 죽이고 존의 침실을 수색하는 장면, 존이 터미네이터에게 미소 짓는 법을 가르쳐 주는 장면, 액체 질소로 인해 얼어붙은 상태에서 터미네이터가 쏜 총을 맞고 산산조각이 난 T-1000이 다시 복구된 후에 제강소 안에서 오작동을 일으키는 장면 등을 확장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터미네이터 2'는 6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편집상, 음향상, 음향 편집상, 시각 효과상, 분장상의 6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음향상, 음향 편집상, 시각 효과상, 분장상의 4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2024년 6월 8일자 언론 보도 기사들 중에 '터미네이터 2'를 연상시키는 기사가 있었다. 이 기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인공 지능 기술 발달이 핵전쟁 위협을 배가시킬 것이라며 핵보유국들이 핵 확산과 사용을 막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현지 시간 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군비 통제 협회 연례 회의에 보낸 녹화 메시지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위험이 냉전 이후 최고조에 달해 있다."며 이 같이 경고했다. 또 모든 국가가 핵 사용을 기계나 알고리즘에 맡기지 않고 인간이 결정하도록 합의해야 한다면서 핵보유국들의 군비 축소 대화 재개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터미네이터 2'가 나올 당시에는 '터미네이터 2'의 장르가 SF(Science Fiction)였으나, 이제는 더이상 SF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Posted by unforgett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