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해부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인 고드윈 백스터(Willem Dafoe)의 제자이자 평소 그를 존경해 왔던 맥스 맥캔들스(Ramy Youssef)는, 뇌손상을 입고 백스터에게 치료를 받은 후 어린 아기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30세 가량의 젊고 아름다운 여성 벨라 백스터(Emma Stone)의 발달 과정을 기록하는 일을 맡아 달라는 백스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벨라를 필요 이상으로 과잉보호하는 백스터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맥스는 백스터의 캐비닛에서 벨라와 관련한 자료를 발견하고, 백스터에게 벨라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벨라를 왜 감추려 하는지 다그쳐 묻는다. 맥스는 백스터로부터 벨라는 얼마 전에 런던교에서 강에 투신자살한, 신원을 알 수 없는 임산부의 시신이 발견되는데, 이 임산부를 백스터가 아직 살아 있는 태아의 뇌를 꺼내 죽은 임산부의 몸에 이식시켜 되살린 것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벨라를 관찰하면서 벨라에게 마음을 뺏긴 맥스는 백스터의 제안에 따라 벨라와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백스터는 변호사 던컨 웨더번(Mark Ruffalo)에게 벨라와 맥스의 결혼 계약서 작성을 맡긴다. 하지만 아름다운 벨라에게 반한 짓궂고 불손한 바람둥이 던컨은 자신과 함께 리스본에 가자고 벨라에게 제안하고, 하루가 다르게 지능이 발달하면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이 넘쳐나던 벨라는 백스터와 맥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던컨을 따라 리스본으로 여행을 떠난다.

'가여운 것들'은 휘트브레드상과 가디언 소설상을 수상한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동명의 소설을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영화화한 영화이다. '가여운 것들'의 원작 소설은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마이클 도널리라는 지역 역사박물관의 큐레이터가 폐기 문서 더미에서 우연히 발견한, 빅토리아 시대 의학박사인 아치볼드 맥캔들리스가 쓴 회고록인 "스코틀랜드 공중보건 담당관 아치볼드 맥캔들리스 박사의 젊은 시절 일화들"이라는 제목의 책과, 맥캔들리스의 아내인 의학박사 "빅토리아" 맥캔들리스가 쓴 편지가 '가여운 것들 (Poor Things)'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서문", 2) 결국에는 자신의 아내가 되는 벨라 백스터를 둘러싼 기이한 일화들을 담은 맥캔들리스의 회고록 "스코틀랜드 공중보건 담당관 아치볼드 맥캔들리스 박사의 젊은 시절 일화들", 3) "빅토리아" 맥캔들리스가 자신을 둘러싼 남편의 회고록이 거짓투성이임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미래의 후손에게 남긴 "의학박사 "빅토리아" 맥캔들리스가 손주 혹은 증손주에게 보내는 이 책에 관한 편지", 4) 앨러스데어 그레이가 맥캔들리스의 이야기가 완전히 사실들로 이루어진 것임을 증명할 충분한 물적 증거를 수집했고, 증거의 일부를 제시하는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비평적·역사적 주석"이다.

앨러스데어 그레이는 "서문"에서, 이 책의 주요 부분은 마이클 도널리가 발견한 맥캔들리스 책의 원본을 가능한 한 거의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고, "편집자"인 자신은 각 장의 장황한 표제들을 더 깔끔하고 간략한 제목들로 대체하고, 책 전체를 '가여운 것들'로 제목을 다시 붙였을 뿐이며, 도널리는 허구라고 생각하는 맥캔들리스의 이야기는 역사라고 "능청스럽게" 주장한다.

'가여운 것들'은 원작 소설의 네 부분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맥캔들리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원작 소설만큼이나 독특한 형식의 영화이다. 원작 소설은 "저자"인 앨러스데어 그레이가 허구와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뒤섞은 "서문"과 "비평적·역사적 주석"을 통하여 벨라 백스터를 둘러싼 맥캔들리스의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꾸며냈다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가여운 것들'에서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여전히 빅토리아 시대이지만, 어린아이들을 위한 동화 같은 아름다운 미장센의 초현실적인 배경과, 광각 렌즈로 촬영한 기괴한 장면들을 통하여 벨라를 둘러싼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더이상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Sci-Fi 드라마의 형식으로 바꾸어 놓았다.

벨라는 백스터의 이름 고드윈(Godwin)을 "갓(God)"이라고 줄여 부르는데, 사실상 백스터는 벨라의 창조주(God)와 다르지 않으므로, 벨라가 그를 "갓"이라고 부를 때는 의도치 않게 이중의 의미를 갖는다.

'가여운 것들'의 초반부는 백스터가 벨라를 창조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몇몇 장면들만 제외하고 흑백 화면으로 전개된다. 신생아의 눈은 색을 인식하지 못하고 세상을 흑백으로 보는데, 벨라는 아직 어린 아기의 지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능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으로 던컨을 따라 여행을 떠난 벨라가 던컨과 "격렬한 점핑"을 하는 장면부터 컬러로 전환된다. 컬러로 전환되면서 벨라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인간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가여운 것들'은 태아의 뇌를 이식받고 다시 태어난 벨라와, 벨라가 던컨과의 여행에서 처음 보는 세상과 새롭게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과, 이로부터 파생되어 나온 제국주의, 빈부 격차, 성차별 등의 여러 국가적,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을 비판적이고 풍자적으로 다루고 있다. 앨러스데어 그레이는 "서문"에서 맥캔들리스의 이야기에서는 "것들"이 자주 언급되고,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언제 어느 때든 "가엾다"고 묘사되거나 스스로를 "가엾다"고 말하기 때문에 '가여운 것들'로 제목을 붙였다고 설명한다. 결국 '가여운 것들'은 "가여운", "불쌍한", "딱한", "가난한", "가련한", "불행한", "비참한" 인간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식사 때 음식을 손으로 집어 먹고, 입에 넣은 음식을 도로 내뱉고, 처음 본 맥스의 얼굴을 때리고, 맥스가 보는 앞에서 오줌을 싸는 벨라의 이상 행동은 지극히 어린 아기의 행동이다. 어린 아기의 지능과 어른의 신체를 가진 벨라의 정신 연령과 신체는 어긋나 있다. 인간은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능의 발달과 신체의 성장이 동시에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사회의 규범과 예의를 배우면서 해도 되는 행동과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구분한다. 그리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식욕, 성욕, 수면욕의 삼욕(三欲)의 본능 중에서 성욕은 이러한 과정을 어느 정도 거친 후에 나타나는 본능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없이 이미 어른의 신체를 가지고 있는 벨라는 우연히 자위행위의 쾌감을 발견한 뒤, 아침 식사 중에도 사과를 두 다리 사이에 넣어 자위행위를 하고, 맥스가 보는 앞에서도 오이로 자위행위를 하는 등 스스럼없이 성욕을 드러낸다. 벨라는 던컨과 던컨이 지칠 때까지 "격렬한 점핑"을 하고, 나중에는 스스로 매음굴에 들어가 여러 남자들과 "격렬한 점핑"을 한다.

보통 아이들이 어른들에 비하여 더 왕성한 호기심이 있어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더 많다. 벨라는 여행 중에 던컨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며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세상사를 흡수해 나간다. 런던에서 리스본, 알렉산드리아, 파리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간과 사회, 철학, 당시의 국제 정세와 사회상 등을 주제로 논쟁하며 벨라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지능이 발달하고 경험과 지식이 쌓여 감에 따라 여러 가지 의문도 가지게 되고 모순도 보게 된다.

던컨에게 유괴되어 배를 타게 된 벨라는 20년 동안 성교를 하지 않은 마사 폰 커츠록(Hanna Schygulla)과, 30대 미국인 해리 애스틀리(Jerrod Carmichael)를 만난다. 던컨이 마사를 배 밖으로 던져 버리겠다고 날뛰는 코믹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마사가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이자 낙관주의자인 마사는 인간과 사회는 철학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반면, 냉소주의자인 해리는 철학을 통한 발전은 인간들이 인간은 잔혹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간은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죽는다라고 말한다.

해리는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벨라에게 알렉산드리아에서 호텔의 발코니 바로 아래에 가난과 절망으로 죽은 아기들이 누워 있는 빈민가의 처참한 광경을 보여 주고, 이를 본 벨라는 큰 충격을 받는다. 세상을 알았으니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벨라에게 해리가 말한다. "불가능해요. 그게 핵심이죠. 종교나, 사회주의, 자본주의의 거짓말에 속지 말아요. 우리 인간은 가망 없는 존재에요. 명심해요. 이상주의는 무너지기 쉽지만, 현실주의는 아니에요. 진실만이 당신을 보호해 줄 겁니다."

인간은 잔혹하다는 해리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그리고 여전히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벨라가 해리에게 말한다. "이제야 해리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아요. 단지 세상의 고통에 꺾여 버린 어린 소년일 뿐이에요."

한편 던컨은 벨라가 자신의 청혼도, "격렬한 점핑"도 받아 주지 않자 도박에 빠져들고, 도박에서 딴 돈을 벨라가 빈민가의 불쌍한 사람들에게 주는 바람에 빈털터리 신세가 된다. 빈털터리 던컨과 함께 파리에 도착한 벨라는 백스터가 준 비상금을 던컨에게 빼앗겨 버리고, 돈을 벌기 위해 스위니(Kathryn Hunter)가 운영하는 매음굴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된다. 이곳에서 벨라는 해리가 해 준 말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가여운 것들'에서 매음굴은 자본주의 사회를, 스위니는 임금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가를 상징한다. 스위니는 돈을 벌기 위해 벨라와 여자들을 착취하고,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여자들도 평등하게 "격렬한 점핑"의 대상을 고를 수 있다면 모두에게 좋지 않겠느냐는 벨라와 트와네트(Suzy Bemba)의 의견을 묵살한다. 벨라와 트와네트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회주의자들의 모임에도 참석하지만, 벨라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낀다. '가여운 것들'이 매음굴에서 벨라가 다양한 욕망을 가진 남자들과 "격렬한 점핑"을 하는 모습들을 보여 주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자의 착취를 강조하기 위해서이며, 벨라는 미남 신부(Hubert Benhamdine)와도 "격렬한 점핑"을 하는데, 종교도 자본주의에 종속되어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사회주의자 벨라는 스위니에게 자본주의를 향한 분노를 표출한다. "...우리는 당신이 주는 칭찬과 초콜릿으로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죠. ... 나는 거의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요. 그리고 나의 연민은 서서히 경멸적인 분노로 바뀌어 가고 있어요."

백스터가 위독하다는 맥스의 엽서를 받고 런던으로 돌아온 벨라는 죽어 가는 백스터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벨라는 자신이 엄마이면서 딸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만, 자신을 되살린 백스터를 용서한다. 그리고 자신은 의사가 되겠다고 백스터에게 말하고, 맥스에게는 그의 아내가 되겠다고 말한다.

교회에서 벨라와 맥스의 결혼식이 거행되는 도중에 알피 블레싱턴(Christopher Abbott) 장군이 나타나, 벨라는 임신으로 인한 정신적 혼란과 히스테리 상태에서 집을 나간 자신의 아내 "빅토리아" 블레싱턴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블레싱턴 장군의 아내인 "빅토리아" 블레싱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벨라는 결혼식을 중단하고, 자기 몸의 남편에서 자기 뇌의 아버지인 블레싱턴 장군을 일단 따라가기로 한다.

알피는 빅토리아 시대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괴물 같은 인간이다. 영토를 빼앗는 데 일생을 바친 알피는 자신의 하인들을 총으로 위협하고, 자신의 아내인 "빅토리아"를 영토에 비유한다. 그리고 "빅토리아"의 성욕을 억제하기 위해 그녀의 음핵을 절제하는 수술을 강제하려 한다.

잔혹한 옛 남편의 실체를 확인하고 자신이 왜 다리에서 투신자살을 했는지 이해하게 된 벨라는 알피와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발에 총상을 입고 정신을 잃은 알피를 끌고 백스터와 맥스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고, 총상을 치료한 맥스와 함께 알피를 순한 염소로 개조한다.

'가여운 것들'에서 벨라 백스터 역의 엠마 스톤, 던컨 웨더번 역의 마크 러팔로, 고드윈 백스터 역의 윌렘 데포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열연을 선보인다. 특히 엠마 스톤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배역을 맡아 열연을 선보이는데,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가여운 것들'은 80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하여 11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여우주연상, 미술상, 분장상, 의상상의 4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Posted by unforgett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