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인 26세의 흑인 남성 크리스 워싱턴(Daniel Kaluuya)은 만난 지 5개월 된 백인 여자친구 로즈 아미티지(Allison Williams)의 뜻에 따라 이번 주말을 그녀의 부모님과 함께 보내기로 한다. 하지만 크리스는 자신이 흑인이라는 것을 로즈의 부모님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 걱정하지만, 로즈는 자신의 아버지는 오바마가 세 번째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만 있다면 또 그에게 투표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부모님은 인종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크리스를 안심시킨다. 로즈와 함께 로즈의 부모님 집에 도착한 크리스는 걱정과는 달리 로즈의 부모님으로부터 환대를 받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크리스는 신경 외과 의사인 로즈의 아버지 딘 아미티지(Bradley Whitford)와, 정신과 의사이자 최면술사인 로즈의 어머니 미시 아미티지(Catherine Keener), 그리고 자기 아버지처럼 신경 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 의학을 공부 중인 로즈의 남동생 제러미 아미티지(Caleb Landry Jones)에게서 어딘가 이상함을 느낀다. 크리스는 로즈의 가족뿐만이 아니라, 로즈 가족의 흑인 고용인들인 월터(Marcus Henderson)와 조지나(Betty Gabriel), 그리고 돌아가신 로즈의 할아버지가 연례행사로 만든 파티에 참석한 손님들에게서도 이상함을 느낀다.
'겟 아웃'은 각본과 감독, 그리고 제작까지 담당한 흑인 영화감독 조던 필 감독이 만든 공포 영화이다. 하지만 '겟 아웃'은 관객들에게 단지 두렵고 무서운 느낌이 들게만 만든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다. '겟 아웃'은 공포 영화로서는 드물게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공포 영화이다. '겟 아웃'은 복선이 곳곳에 깔려 있는 영화의 이야기 속에서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는 공포 영화이다. 특히 '겟 아웃'은 공공연하게 흑인 노예를 가지고, 부리고, 사고팔게 한 노예 제도가 폐지된 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미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그리고 과거에 비해 좀더 복잡해진 오늘날 미국 사회의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다.
물론 '겟 아웃'의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아미티지 가족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는 황당하다. 아미티지 가족에 의해 가죽 의자에 묶인 채 게임방에 갇힌 크리스는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구식 텔레비전의 화면에 등장한 로즈의 할아버지 로만 아미티지(Richard Herd)와, 파티에서 만난 시각 장애인 미술상 짐 허드슨(Stephen Root)에게서 아미티지 가족의 비밀을 듣게 된다. 로만은 뇌를 이식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 주로 신체적 장점을 가진 흑인의 몸에 백인의 뇌를 이식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부분 이식이다. 신경계에 복잡하게 연결된 뇌의 일부는 남길 수 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흑인은 제한된 의식을 가지고 몸 안 어딘가에 있게 된다. 운동 기능은 백인이 컨트롤하고, 흑인은 몸이 무엇을 하는 지 보고 들을 수는 있지만, 미시의 최면에 빠졌을 때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침잠의 공간"에 있게 된다. 이제 시각 장애인 미술상인 짐은 자신의 뇌를 사진작가인 크리스의 몸에 이식시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크리스의 눈을 가지고자 한다.
아미티지 저택에서 열린 파티는 사실은 백인들을 상대로 크리스를 경매하기 위한 것이다. 백인들은 강하고, 빠르고, 멋진 흑인의 몸에 자신들의 뇌를 이식시키고 싶어 한다. 크리스의 커다란 사진 옆에서 딘이 파티에 참석한 손님들을 상대로 크리스를 경매하는 장면을 보면 과거의 노예 시장을 보는 듯하다.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흑인들의 사회적, 문화적 지위는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다. 예술계에서는 많은 흑인 예술가들이 재능을 인정받고 있고, 스포츠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흑인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에 열광하고 있으며, 흑인인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은 여전히 미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 '겟 아웃'은 백인이 자신의 뇌를 강하고, 빠르고, 멋진 흑인의 몸에 이식시키는 이야기를 통해, 흑인들의 사회적, 문화적 지위가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되긴 했지만 여전히 미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백인 우월주의와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은 백인 경찰관이 흑인을 구타하는 사건과 같은 일이 터지면 그에 대한 흑인의 저항과 투쟁으로 이어져 흑백 갈등으로 표면화되기도 한다. '겟 아웃'에서 백인의 뇌가 이식된 흑인의 눈 앞에서 휴대폰의 플래시를 터뜨리자 "침잠의 공간"에서 잠시 깨어난 흑인이 자신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백인에 저항하는 이야기는 이러한 흑백 갈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미티지 가족의 비밀을 알고서 '겟 아웃'을 다시 보면, 영화의 장면과 대사 속에 숨겨진, 처음 볼 때는 알아채지 못한 또 다른 의미와 의도를 포착하게 되고, 조던 필 감독의 뛰어난 각본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크리스와 로즈는 아미티지 저택으로 가는 도중에 갑자기 사슴 한 마리가 도로로 뛰어들어 사슴을 치는 사고를 당한다. 현장에 나타난 경찰관 라이언(Trey Burvont)이 운전을 한 로즈의 신분증뿐만 아니라 크리스에게도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자, 로즈가 그는 운전하지도 않았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며 라이언에게 항의한다. '겟 아웃'을 처음 볼 때는 이 장면에서 로즈가 라이언의 인종 차별적인 행동에 항의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크리스를 납치 중인 로즈가 나중에 경찰에게 추적당할까 염려하여, 라이언에게 신분증을 보여 주려던 크리스를 막은 것이다. 라이언은 최근에 흑인 남성이 실종되는 사건으로 인해 크리스에게 신분증을 요구한 것일 수도 있는데, 크리스는 로즈가 남자친구인 자신을 위해 라이언의 인종 차별적인 행동에 항의한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경찰관이 검문 도중 흑인을 구타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조던 필 감독은 이러한 일들이 오해로 인해 벌어진 일들은 아닌지, 흑인에게는 문제가 없었던 것인지를 관객들, 특히 흑인 관객들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조던 필 감독은 흑백 갈등 문제에 있어서 흑인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크리스의 흑인 친구인 TSA(교통안전청) 직원 로드 윌리엄스(Lil Rel Howery)를 통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겟 아웃'에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로드는 충분히 사람들의 오해를 살 만큼 수다스럽다. 로드는 경찰서를 찾아가 크리스의 실종에 대한 상황 설명을 하지만, 그의 수다스러움으로 인해, 그와 같은 흑인인 여형사 라토야(Erika Alexander)뿐만 아니라, 역시 흑인인 다른 두 명의 형사들, 드레이크(Jeronimo Spinx)와 가르시아(Ian Casselberry)에게서 비웃음만 받는다.
딘은 벽에 걸린 육상 선수 시절의 자신의 아버지의 사진을 크리스에게 보여 주면서 자신의 아버지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위한 예선에서 미국의 흑인 육상 선수 제시 오언스(Jesse Owens)에게 패배했다고 이야기해 준다. 아미티지 저택에서의 첫날밤, 잠이 오지 않는 크리스는 밖에 나와 담배를 피려는 순간, 저 멀리 어둠 속에서 자신을 향해 미친듯이 뛰어오는 월터를 보고 놀란다. 다음날 아침 월터는 어젯밤에 운동을 한 것일 뿐인데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고 크리스에게 말한다. 월터는 아미티지 저택의 관리인일 뿐임에도 자신이 아미티지 저택의 주인인 것처럼 파티를 위해 아미티지 저택에 도착한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사실 월터는 로만이다.
휴대폰의 전원 코드가 뽑혀져 있는 것을 본 크리스는 로즈에게 조지아가 휴대폰의 전원 코드를 뽑아 놓았다고 말한다. 크리스는 자신에게 사과하기 위해 나타난 조지아에게 괜찮다면서 "고자질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I wasn't tryin' to snitch.)"라고 말한다. 여기서 "고자질하다"는 뜻의 "snitch"는 주로 흑인들이 사용하는 단어인데, 조지아는 이 단어를 알지 못한다. 크리스가 파티의 손님들 중 유일한 흑인인 로건 킹(LaKeith Stanfield)에게 주로 흑인들이 하는, 주먹을 부딪치는 인사를 하기 위해 주먹을 내밀자, 크리스가 내민 주먹의 의미를 알지 못한 로건은 손바닥으로 크리스의 주먹을 잡고 악수를 한다. 크리스와 인사를 나눈 후 자기보다 30살은 많아 보이는 필로미나 킹(Geraldine Singer)이라는 백인 여성과 함께 자리를 옮긴 로건은 지인들 앞에서 자신이 입은 옷을 자랑하듯 빙글 도는데, 사실은 바뀐 몸을 자랑한 것이다.
'겟 아웃'의 원제목인 'Get Out'의 의미는 "나가", "벗어나", "사라져"이다. 크리스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로건의 사진을 찍는데, 휴대폰의 플래시가 터지자 로건은 갑자기 코피를 흘리면서 크리스를 향해 "나가!"라고 외친다. 사실 로건은 6개월 전에 실종된 재즈 음악가 안드레 헤이워드(LaKeith Stanfield)이다. '겟 아웃'의 시작과 함께 흰색 스포츠카를 타고 투구를 쓴 괴한에게 납치당하는 흑인 남성이 바로 안드레다. '겟 아웃'의 마지막에 크리스가 아미티지 저택을 벗어나기 위해 시동을 건 제러미의 흰색 스포츠카와, 그 안에서 발견한 투구를 미루어 안드레를 납치한 투구 쓴 괴한은 제러미임이 틀림없고, 납치당하기 직전에 안드레가 통화를 한 상대는 아마도 안드레를 납치 장소로 끌어들인 로즈였을 것이다. 안드레의 몸에 로건이라는 백인의 뇌가 이식된 것이다. 안드레는 크리스의 휴대폰에서 터진 플래시로 인해 "침잠의 공간"에서 잠시 깨어났고, 안드레가 외친 "나가!"는 크리스에게 이곳을 나가라는 경고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로건에게 하는 경고이기도 하다.
'겟 아웃'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바로 크리스가 미시의 최면에 걸려 "침잠의 공간"의 심연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관객들에게 우울증이나 무력감에 빠지면 바로 이 장면을 볼 때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미시의 최면에 빠진 크리스가 느끼는 것을 시각적으로 탁월하게 묘사한 장면이다.
'겟 아웃'은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하여,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의 4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아카데미 각본상만 수상하였다. '겟 아웃'에서 크리스 워싱턴을 연기한 다니엘 칼루야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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