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 브라보'의 오프닝 시퀀스는 유명하다. 텍사스 변방 마을 리오 브라보의 보안관인 존 T. 챈스(John Wayne)의 유능한 보안관 대리였으나, 실연으로 2년 동안 술독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듀드(Dean Martin)가 뒷문을 통해 술집에 들어서는 장면부터, 듀드를 조롱하고 구타하는 과정에서 살인까지 저지르고 다른 술집으로 이동하여 술을 마시던 조 버데트(Claude Akins)를 체포하기 위하여, 챈스가 술집에 들어서는 장면까지, 약 3분 15초 동안 대사 한마디 없이 전개된다.

듀드의 도움으로 간신히 조를 체포한 챈스는 며칠 내에 리오 브라보를 지나는 미연방 재판소 집행관에게 조를 넘길 작정이다. 하지만 부유한 목장주인, 조의 형 네이단 버데트(John Russell)가 3,40명의 프로페셔널들을 고용하여 마을을 봉쇄하고, 감옥에 갇혀 있는 말썽꾸러기 동생 조를 탈출시키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네이단 일당에 맞선 챈스를 도와줄 사람은, 공직자로서의 자긍심을 잃어버린 지 오래된 듀드와, 챈스의 또 다른 보안관 대리인 까탈스러운 절름발이 노인 스텀피(Walter Brennan), 단 두 사람뿐이다. 친구인 챈스를 도와주기 위하여 챈스를 도와줄 사람을 구하러 마을을 동분서주한 포장 마차대 대장 팻 휠러(Ward Bond)가 네이단이 고용한 총잡이에게 살해당한다. 휠러가 포장 마차대의 경호원으로 고용한 젊은 총잡이 콜로라도(Ricky Nelson)가 챈스와 함께 하기로 결심한다. 마침내 네이단 일당은 듀드를 인질로 잡고 조와 맞교환하자고 제안한다.

'리오 브라보'의 연출과 제작을 담당한 하워드 혹스 감독은 데뷔 이후 45년에 이르는 영화 연출 활동 기간 동안, 스크루볼 코미디(screwball comedy)를 비롯해서, 서부 영화, 필름 누아르(film noir),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두루 섭렵하였고, 각 장르마다 걸작들을 만들어 냈던 할리우드 고전기의 대표적 영화감독 중 하나이다. 그가 연출한 '스카페이스 (Scarface, 1932)'는 갱스터 영화의 고전이 됐고, '아이 양육 (Bringing Up Baby, 1938)'과 '히스 걸 프라이데이 (His Girl Friday, 1939)'와 같은 스크루볼 코미디의 걸작들을 연출하면서 그는 이 장르의 대가가 됐다.

하워드 혹스 감독은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병역을 거부했다가 결국 참전하여 용맹을 떨친 실존 인물인 알빈 C. 요크(Alvin C. York, Gary Cooper)의 실화를 다룬 전쟁 영화 '요크 상사 (Sergeant York, 1941)'를 연출했는데, 이 영화는 그해 최고의 흥행작이 됐다. 하워드 혹스 감독은 '리오 브라보'의 각본을 쓴 줄스 퍼스맨과 리 브래킷이 레이먼드 챈들러의 탐정 소설을 각색한 '빅 슬립 (The Big Sleep, 1946)'을 연출했는데, 이 영화는 필름 누아르의 고전이 됐고, '레드 리버 (Red River, 1948)'와 '리오 브라보'와 같은 서부 영화의 걸작들을 연출하면서 그는 이 장르의 대가인 존 포드 감독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었다. 또한 하워드 혹스 감독은 당시 떠오르는 신예였던 마릴린 먼로와, 당대의 글래머 스타인 제인 러셀을 투톱으로 한 뮤지컬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Gentlemen Prefer Blondes, 1953)'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워드 혹스 감독은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의 전설을 다룬 '파라오 (Land of the Pharaohs, 1955)'가 실패한 후 4년 동안 영화를 연출하지 않았다. 하워드 혹스 감독은 복귀작으로 서부 영화의 걸작 중 하나인 '리오 브라보'를 연출하여 영화감독으로서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리오 브라보'는 서부 영화이지만,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연출하여 자신의 재능을 보여 준 하워드 혹스 감독의 영화인 만큼, 서부 영화뿐만 아니라, 스크루볼 코미디, 뮤지컬 영화 등의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져 있는 영화로, 하워드 혹스 감독이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화는 그저 재미있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했듯, '리오 브라보'도 141분의 상영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는 영화이다.

서스펜스 넘치는 네이단 일당과의 대치 상황 속에서도 챈스와, 깃털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하지만 결코 상스럽지 않은 미모의 여인 페더스(Angie Dickinson)가 타는 "썸"은 마치 스크루볼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하다. 페더스는 스크루볼 코미디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의 전형을 보여 준다. 페더스는 남성처럼 독립적이고 진취적으로 행동하면서도 여성적인 재치와 지성을 겸비하고 있고, 자유분방하면서도 결코 난잡하지 않다. 챈스는 페더스를 무뚝뚝하게 대하지만,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페더스에 대한 애정은 점점 커져만 간다. 당시 존 T. 챈스 역의 존 웨인의 나이는 스크루볼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으로는 너무 많은 51살이었고, 페더스 역의 앤지 디킨슨의 나이는 27살이었는데, 존 웨인과 앤지 디킨슨은 뛰어난 연기로 24년이라는 나이 차가 무색한, 로맨틱한 "케미"를 보여 주었다.

듀드 역의 딘 마틴은 말할 필요도 없고, 콜로라도 역의 리키 넬슨은 당시 엘비스 프레슬리의 라이벌로, 영화배우보다는 가수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당시 가장 인기 좋은 가수들이 '리오 브라보'에 출연한 만큼 이들의 노래가 빠질 리가 없다. 네이단 일당과의 마지막 대결을 앞두고 듀드와 콜로라도는 스텀피와 함께 휴식을 취하면서 'My Rifle, My Pony, and Me'와 'Get Along Home, Cindy'를 부른다. 그리고 '리오 브라보'의 마지막에 딘 마틴이 부르는 'Rio Bravo'가 흘러나오면서 영화는 끝난다. 'My Rifle, My Pony, and Me'과 'Rio Bravo'는 '리오 브라보'의 음악을 담당한 디미트리 티옴킨이 작곡하고, 폴 프랜시스 웹스터가 작사를 했다. 'My Rifle, My Pony, and Me'은 원래 디미트리 티옴킨이 음악을 담당한 '레드 리버'에 등장한 노래('Settle Down')였으나, 폴 프랜시스 웹스터가 새로운 가사를 입힌 것이다.

네이단은 술집의 악단으로 하여금 'El Deguello'를 하루 종일 연주하게 하여 챈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콜로라도가 챈스에게 설명해 주듯, 'El Deguello'는 'The Cutthroat Song (살인의 노래)'으로, 실제로 멕시코인들이 텍사스인들을 알라모 요새에 가두었을 때 텍사스인들에게 인정사정 봐주지 않을 것임을 알리기 위해 멕시코인들이 밤낮으로 연주했던 곡이다. 이 곡은 이듬해에 존 웨인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영화 '알라모 (The Alamo, 1960)'의 오프닝 장면에서도 사용된다.

'리오 브라보'는 또 다른 서부 영화의 걸작 중 하나인 '하이 눈 (High Noon, 1952)'의 이야기에 비판적이었던 하워드 혹스 감독과 존 웨인이 '하이 눈'에 대한 반박으로 만든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하이 눈'에서 마을의 보안관 윌 케인(Gary Cooper)은 악당 프랭크 밀러(Ian MacDonald) 일당이 마을에 들이닥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하이 눈'의 각본을 쓴 칼 포어맨은 당시 미국 사회에 불어닥친 "빨갱이 사냥" 매카시즘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결국 영국으로 이민을 갔는데, '하이 눈'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할리우드와 사회로부터 탄압받고 소외당한 소수의 영화인, 정치인, 지식인들을 윌 케인에, 블랙리스트에 오를까 두려워 매카시즘에 반론조차 제기하지 못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고통받고 있는 동료들을 방관하기만 한 다수의 영화인, 정치인, 지식인들을 마을 사람들에 비유하여 매카시즘에 반발한 영화라는 비평을 받았다. 보수적인 공화당원이며 철저한 반공주의자로, 매카시즘의 장본인인 조지프 매카시(Joseph McCarthy) 상원 의원의 지지자였던 존 웨인은 '하이 눈'을 비미국적(un-American)인 영화라고 혹평하고, 자신이 칼 포어맨을 미국을 떠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에 대해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오 브라보'의 챈스는 '하이 눈'의 윌 케인과는 달리, 아예 처음부터 누구의 도움도 바라지 않는다.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해 보이는 챈스에게 휠러가 자신의 마부들을 쓰라고 제안하자, 챈스는 그들 대부분은 아내와 아이들 걱정만 하는 선의의 아마추어들로, 네이단이 고용한 돈벌이만을 생각하는 프로페셔널들의 타겟만 될 뿐이라고 거절한다. 게다가 챈스는 '하이 눈'의 윌 케인과는 달리, 아주 혼자는 아니다. 보안관 대리들인 듀드와 스텀피가 있고, 챈스를 도와주려다 살해당한 휠러가 있었고, 챈스와 함께 하기로 결심하고 보안관 대리가 된 콜로라도가 있다. 그리고 챈스를 도와주기 위하여 탄피를 들고 네이단 일당과의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 나타난 챈스의 친구이자 멕시코인 호텔 경영자인 카를로스(Pedro Gonzalez-Gonzalez)도 있다.

존 웨인과 하워드 혹스 감독은 '하이 눈'에서 도와 달라는 윌 케인의 요청을 거절하는 겁쟁이 마을 사람들과, 마을의 보안관이면서 겁쟁이처럼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윌 케인을 역겨워 했다. 하워드 혹스 감독은 말년에 다시 존 웨인을 주연으로 기용하여 두 편의 서부 영화 '엘 도라도 (El Dorado, 1966)'와 '리오 로보 (Rio Lobo, 1970)'를 연출하고 45년에 이르는 영화 연출 활동을 마무리하는데, 이 두 편의 서부 영화 모두 '리오 브라보'의 아류작들이다. 그만큼 하워드 혹스 감독은 마을의 프로페셔널한 보안관으로서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바라지도 않고, 자신의 소임을 다하면서도 어떤 칭찬도 바라지 않는 '리오 브라보'의 영웅 챈스와 그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Posted by unforgett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