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29년 로스앤젤레스. "핵폭탄의 잿더미에서 일어선 기계들은 인류를 전멸시키기 위한 전쟁을 수십 년 동안 계속해 왔지만, 최후의 결전은 미래가 아닌 현재 이곳에서 벌어질 것이다. 오늘밤에..."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오전 1시 52분. 식당에서 여종업원으로 일하는 평범해 보이는 19살의 사라 코너(Linda Hamilton)를 두고 최후의 결전을 벌일, 사이버다인 시스템즈 모델 101인 사이보그, 터미네이터(Arnold Schwarzenegger)와, 제거의 표적이 된 사라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은 병장/테크콤 DN38416, 카일 리스(Michael Biehn)가 시간 이동 장치를 통해 미래에서 현재로 온다.
리스는 사라에게, 그리고 경찰에 체포되었을 때 범죄 심리학자인 실버만(Earl Boen)에게 미래에 벌어질 일들과 자신이 미래에서 온 이유를 설명해 준다. 사이버다인 시스템즈가 미국의 전략 공군 사령부-북미 방공군을 위해 개발한, 새로운 지능 체계를 갖춘 컴퓨터 방어 시스템, 스카이넷이 반대편뿐만 아니라 같은 편의 인간들까지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였고, 인류를 전멸시키기 위해 핵전쟁을 일으켰다. 남은 인간들은 폐허 속에서 굶주리고, 자동화된 공장에서 만들어진 정찰 기계인 H-K, 즉 헌터 킬러를 피해 몸을 숨기지만, 대부분은 사로잡혀 수용소에 보내졌고, 그곳에서 차례로 제거되었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시체를 처리하는 일에 동원되었다. 인간들이 영원히 사라져 가고 있을 때 사라의 아들인 존 코너가 인간들을 이끌고 기계들과의 전쟁을 시작했고, 결국 그들의 방어망을 무너뜨려 상황을 반전시켰다. 이 상황에서 존 코너를 제거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스카이넷은 존 코너의 존재 자체를 없애기 위해 시간 이동 장치를 통해 터미네이터를 현재로 보냈고, 이를 알게 된 존 코너는 사라를 보호하기 위해 시간 이동 장치가 파괴되기 직전에 리스를 현재로 보낸 것이다.
침투용 사이보그인 터미네이터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기계로, 속은 초합금 전투 섀시이며,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제어되고 장갑판으로 완전 무장되어 있어 대단히 단단하며, 겉은 사이보그를 위해 배양된, 살, 피부, 머리카락, 피 등, 살아 있는 인체 조직으로 되어 있다. 600 시리즈는 고무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 그것들을 쉽게 분간해 낼 수 있었지만, 터미네이터는 리스가 터미네이터를 포착하기 위해 터미네이터가 사라에게 접근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을 정도로, 땀, 입냄새, 모든 것들이 인간과 똑같은, 새로운 모델의 사이보그이다 - '터미네이터'에서는 언급되지 않지만 터미네이터는 800 시리즈이다. 터미네이터가 800 시리즈라는 것을 '터미네이터 2 (Terminator 2: Judgment Day, 1991)'의 확장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리스가 언급한 600 시리즈는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Terminator Salvation, 2009)'에 등장한다.
'터미네이터'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터미네이터'의 제작을 담당한 게일 앤 허드와 함께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SF(Science Fiction) 액션 영화이다. '터미네이터'의 제작 과정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영화감독 데뷔작인 '피라나 2 (Piranha II: The Spawning, 1982)'의 연출을 막 끝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폭발로 몸통만 남겨진 기계가 부엌칼을 들고 몸통을 질질 끌고 가는 무서운 꿈을 꾸었고, 이를 바탕으로 '터미네이터'의 각본 초안을 썼다. 하지만 당시 신인 영화감독이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자신이 직접 '터미네이터'를 연출하고 싶었던 나머지, 영화 제작자 게일 앤 허드에게 자신이 영화를 연출한다는 조건으로 '터미네이터'의 영화화 판권을 단돈 1달러에 넘긴다. 게일 앤 허드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제작비를 댈 제작사를 물색했고, 결국 영화 제작사 헴데일(Hemdale)의 존 댈리가 데릭 깁슨과 함께 '터미네이터'의 제작 감독을 담당한다.
"I'll be back."
(돌아오겠다.)
존 댈리와 '터미네이터'의 배급사인 오라이언 영화사(Orion Pictures)는 카일 리스 역에 당시 신인이었던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원했는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카일 리스를 연기한다면, 터미네이터는 아놀드 슈왈제네거보다 인지도가 높은 영화배우가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베스터 스탤론과 멜 깁슨에게 터미네이터 역을 제안했으나, 둘 다 거절했다. 오라이언 영화사는 터미네이터 역에 오제이 심슨을 추천하였으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당시에는" 오제이 심슨이 도무지 살인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 하지만 1994년에 오제이 심슨은 이혼한 아내와 그녀의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고, 오랜 형사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이후에도 무장 강도 등의 혐의로 체포되어 33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카일 리스 역에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캐스팅하는 것이 여전히 탐탁하지 않았지만, 일단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만나 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카일 리스 역보다는 터미네이터 역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어눌한 말투와 투박한 연기 스타일은 오히려 터미네이터 역에 더 잘 어울렸으며,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터미네이터 역이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그의 대사 "I'll be back."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터미네이터'는 미니어처와 스톱 모션(stop motion) 촬영을 이용한 특수 효과 장면들을 보여 주는데, 40년 전에 제작된 영화이고, 저예산으로 제작된 B급 영화이다 보니, '터미네이터'가 보여 주는 특수 효과 장면들은 약간은 조잡해 보인다. 터미네이터가 거울을 보며 총에 맞은 한쪽 눈을 수리하는 장면이나, 사라의 아파트에서 발견한 사라의 주소록을 보는 장면에서 보여 주는, 한쪽 안구가 제거된 터미네이터의 얼굴이 모형이라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또한 터미네이터가 탄 탱크로리의 폭발로 겉의 인체 조직이 다 타 버리고 속의 금속 골격을 완전히 드러낸 터미네이터의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약간은 조잡한 특수 효과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터미네이터'는 지금 보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이다. 이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참신한 각본과,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액션과 서스펜스, 그리고 무엇보다도 터미네이터라는 캐릭터 때문이다. "협상도 할 수 없고, 설득도 할 수 없으며, 연민도, 가책도,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고, 제거해야 할 표적이 제거될 때까지 절대로 영원히 멈추지 않는", 한마디로 "최악"인 터미네이터는 슬래셔 영화의 끔찍한 살인마보다도 더 큰 공포를 관객들에게 안겨 준다.
'터미네이터' 이후 35년에 걸쳐 5편의 터미네이트 영화들 - '터미네이터 2', '터미네이너 3 (Terminator 3: Rise of the Machines, 2003)',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Terminator Genisys, 2015)',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Terminator: Dark Fate, 2019)' - 이 제작되는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터미네이터 2'에서 각본과 연출, 제작을 담당했고,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서 이야기 초안과 제작만을 담당했다.
6편의 터미네이터 영화들 중 가장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둔 '터미네이터 2'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터미네이터'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룬 영화이다. 사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쓴 '터미네이터'의 초기 각본에는 두 터미네이터가 등장하는데, 하나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터미네이터였고, 다른 하나는 '터미네이터 2'에 등장하는 액체 금속 터미네이터였으나, 당시 기술적 한계로 인해 액체 금속 터미네이터를 영화에 등장시키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터미네이터 2'에 액체 금속 터미네이터인 T-1000(Robert Patrick)을 등장시키기 위해 7년을 기다린 셈이다.
'터미네이터 2'에서 사라 코너(Linda Hamilton)는 스카이넷이 일으킬 핵전쟁을 막기 위해 스카이넷을 개발한 사이버다인 시스템즈의 회사 건물을 파괴하는데,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이미 '터미네이터'에 있었다. '터미네이터'의 삭제된 장면들 중에 사라가 리스에게 스카이넷을 개발한 사이버다인 시스템즈를 파괴하자고 제안하지만, 리스는 전술적으로 너무 위험하고 자신의 임무가 아니라고 거절하는 장면이 있다.
또한 공장에서 사라가 사투 끝에 터미네이터를 "끝내 버린" 액압 프레스에서 터미네이터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발견한 공장장이 경찰관 몰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숨기는 장면과, 사라가 앰뷸런스에 실려 나간 후 사이버다인 시스템즈의 공장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회사 간판을 보여 주는 장면도 삭제되었다. 삭제된 장면들에 의하면, 미래의 존 코너가 리스를 현재로 보냈기 때문에 존 코너가 태어날 수 있었듯이, 미래의 스카이넷이 터미네이터를 현재로 보냈기 때문에 스카이넷이 개발될 수 있었던 셈이다.
'터미네이터'에서 사이버다인 시스템즈와 관련된 장면들을 굳이 삭제한 것을 보면 아마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당시에는 '터미네이터 2'를 만들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터미네이터'의 결말은 속편을 제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리스의 아들 존 코너를 임신한 사라는, 모든 간판이 스페인어로 씌어져 있는 주유소에서 낡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그녀의 사진을 찍어 준 멕시코 소년(Anthony T. Trujillo)이 폭풍이 오고 있다라고 말하자, 알고 있다고 혼잣말을 하는데, 이는 앞으로 그녀에게 닥칠 시련을 암시해 주고 있다.
'터미네이터'의 음악을 담당한 브레드 피에델의 주제 음악도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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