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 (CODA, 2021)

영화 2022. 5. 29. 09:27

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인 가족의 유일한 청인인 고등학생 막내딸 루비 로시(Emilia Jones)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어부인 아빠 프랭크 로시(Troy Kotsur)와, 오빠 레오 로시(Daniel Durant)를 도와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등교를 하는 착한 딸이다. 24/7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루비는 고기잡이가 생업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루비는 학교에서 짝사랑하는 마일스(Ferdia Walsh-Peelo)를 따라 선택 과목으로 합창단에 들어가고,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루비의 재능을 엿본 합창단 선생님 베르나르도 빌라로보스(Eugenio Derbez)는 루비에게 버클리 음대 진학을 위한 오디션을 제안하고, 오디션 준비를 도와주기로 한다. 하지만 루비는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망설이게 된다.

'코다'는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 (La Famille Belier, 2014)'를 미국 여성 감독 션 헤이더 감독이 미국 영화로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션 헤이더 감독은 '코다'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하였고, 원작인 '미라클 벨리에'의 제작을 담당했던 프랑스 영화 제작자 필립 루셀레가 '코다'의 제작도 담당하였다. '코다'의 각본을 담당한 션 헤이더 감독은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하였다.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코다'는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영화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이다. OTT 업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애플TV+가 2021년 1월 28일 열린 선댄스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첫 선을 보인 '코다'의 글로벌 판권을 선댄스 영화제 37년 역사상 최고가인 2천 5백만 달러, 한화로 약 280억 원을 제시하여 획득하였다.

"코다(CODA)"는 "Child Of Deaf Adults"의 약어로, 농인 부모 또는 보호자에게서 자란 청인 아이를 말한다.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90%는 청인인데, 코다는 농인의 언어, 행동 양식 등을 바탕으로 한 농문화의 세계와 정상인의 세계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코다'에서 코다 루비가 자신이 농인이길 바란 적이 있느냐고 엄마 재키 로시(Marlee Matlin)에게 묻자, 재키가 대답한다. "네가 태어났을 때 병원에서 청력 검사를 했어. ...그리고 난 네 귀가 들리지 않길 빌었어. ...난 우리가 공감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거든."

루비는 코다라는 이유로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한다. 루비는 합창단의 첫 수업 시간에 아이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에 겁을 먹고 교실을 뛰쳐나간다. 베르나르도 선생님을 다시 찾아간 루비는 입학했을 때 이상하게 말을 해서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했다고 말한다.

루비는 수어로 가족과 소통을 하고 가족을 세상과 연결시켜 준다. 루비에게는 수어가 모어이다. 루비에게는 말보다 오히려 수어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할 수도 있다. 역사 수업 시간에 사이먼 선생님(Courtland Jones)이 새벽 고기잡이에 지쳐 코를 골며 자는 루비를 깨우자, 놀라 잠에서 깬 루비가 엉겁결에 수어로 무슨 일이야라고 표현한다. 베르나르도 선생님이 노래를 부를 때 기분이 어떠냐라고 묻자, 루비는 설명하기 힘들다면서 말 대신 수어로 노래를 부를 때의 기분을 표현한다.

가족이 결코 들을 수도 없고 공감할 수도 없는 노래와 사랑에 빠진 루비는 베르나르도 선생님의 도움으로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를 얻지만, 생계를 위해 루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가족과 갈등을 빚는다. 합창단의 가을 콘서트 무대에서 루비와 마일스가 듀엣으로 'You're All I Need to Get By'를 부를 때, 루비의 노래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의 답답함을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 프랭크와 재키의 시각에서 무대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갑자기 음 소거가 되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루비의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된다. 가을 콘서트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프랭크는 루비에게 가을 콘서트에서 부른 노래를 불러 달라고 부탁을 하고, 자신의 손을 루비의 목에 대고 소리 대신 진동으로 루비의 노래를 느낀다.

루비가 노래와 사랑에 빠지면서 꿈을 향해 달리는 감동 가득한 뮤직 드라마 '코다'에서, 마빈 게이, 데이비드 보위, 조니 미첼 등, 팝 역사를 바꾼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명곡들을 들을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마빈 게이와 타미 테렐이 노래한 소울 명곡 'You're All I Need to Get By'와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가 영화의 감동을 더해 준다. '코다'에서 루비 역의 에밀리아 존스와 마일스 역의 퍼디아 월시-필로가 직접 부르는 'You're All I Need to Get By'는 루비가 짝사랑하는 마일스와의 로맨스를 쌓는 계기인 동시에,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빠와 음악적으로 연결되는 기적 같은 순간을 만들어 준다.

"코다(coda)"는 한 작품 또는 한 악장의 끝맺음을 강조하기 위한 종결 악구를 가리키는 음악 용어이기도 하다. 결국 가족의 도움으로 버클리 음대 오디션 무대에 서게 된 루비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을 위해 'Both Sides Now'를 수어와 함께 부르는 장면은 영화의 감동적인 피날레를 장식한다. 'Both Sides Now'는 굽이치는 천사의 머릿결, 공중에 떠 있는 아이스크림 성들, 사방에 펼쳐진 깃털 협곡들로 구름을 바라보았지만, 구름은 태양을 가리고, 모두에게 눈과 비를 내리고, 내 앞길을 막는 것일 뿐, 이제는 구름의 양면을 보게 되었듯, 사랑도 주는 쪽과 받는 쪽의 양쪽에서, 그리고 인생도 이기는 쪽과 지는 쪽의 양쪽에서, 이제는 사랑과 인생의 양면을 보게 되었다는 내용의 노래이다. 농문화의 세계와 정상인의 세계의 양쪽을 오가며 살아온 코다 루비가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한, 그리고 행복한 시간과 힘든 시간을 함께 한 가족에게 'Both Sides Now'를 소리가 아닌 마음으로 들려준다.

'코다'에서 루비의 농인 가족 캐릭터는 실제 농인 배우들이 연기했다. 루비의 엄마 재키 로시는 '작은 신의 아이들 (Children of a Lesser God, 1986)'을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최연소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농인 배우 말리 매트린이 연기했다. 루비의 아빠 프랭크 로시를 연기한 농인 배우 트로이 코처는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는데,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말리 매트린에 이어 연기상을 수상한 두번째 농인 배우가 되었다. 루비의 오빠 레오 로시는 농인 배우 다니엘 듀런트가 연기했다.

'코다'는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의 3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3개 부문 모두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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