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록 사무국장 톰 던컨이 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강력반 경사 데이브 베니언(Glenn Ford)은 톰 던컨의 미망인 버사 던컨(Jeanette Nolan)을 찾아가 톰 던컨의 자살 경위에 대해 조사한다. 버사 던컨은 남편이 평소 건강이 안 좋았고, 최근에 들어 특히 건강 상태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경찰은 톰 던컨의 사건을 건강 문제로 인한 자살이라고 매듭짓는다.

그러던 어느 날, 루시 채프먼(Dorothy Green)이라는 여급이 톰 던컨의 애인이었다고 하면서, 톰 던컨은 건강했으며 부인과 이혼을 하려고 했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데이브 베니언에게 이야기해 준다. 데이브 베니언은 루시 채프먼의 이야기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버사 던컨을 찾아가고, 버사 던컨은 루시 채프먼의 이야기를 거짓말이라고 일축하고, 다만 남편과의 결혼 생활 중에 남편에게 루시 채프먼과 같은 여자가 네 명이 있었다고 이야기해 준다. 그러나 며칠 뒤 루시 채프먼은 변사체로 발견되고, 데이브 베니언은 뭔가 음모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빅 히트'는 미국 잡지인 'The Saturday Evening Post'에 연재되어, 1953년에 책으로 출간된 윌리암 P. 맥기번의 소설을 바탕으로, 시드니 보엠이 각본을 쓰고, 프리츠 랑 감독이 연출한 필름 누아르(film noir)이다. 주로 1940년대와 1950년대에 제작된 필름 누아르는 제2차 세계 대전 전후의 미국의 암울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어, 어두운 흑백 화면을 통한 음울한 영화의 분위기와,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영화의 이야기를 특징으로 한다. 특히 필름 누아르는 세상은 본질적으로 타락한 곳이고, 타락한 인간들로 가득하다는 사상이 영화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음산한 톤과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특유의 세트와 조명을 특징으로 하는 필름 누아르 스타일은 1920년대 독일 표현주의와, 이에 영향을 받은 1930년대 미국 공포 영화와 갱스터 영화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평가된다. 프리츠 랑 감독은 독일을 떠나기 전에 후기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대표작인 '메트로폴리스 (Metropolis, 1927)'와 '엠 (M, 1931)'을 만드는데, 특히 범죄 영화인 '엠'은 표현주의 스타일의 정점을 보여 준 프리츠 랑 감독의 첫 번째 유성 영화로, 필름 누아르 스타일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다. 프리츠 랑 감독이 미국에서 만든 '빅 히트'는 필름 누아르의 선구자가 만든 필름 누아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이다.

필름 누아르의 특징대로 '빅 히트'의 주요 등장인물들 모두 타락했다. 도시 전체가 타락할 대로 타락했다. 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마이크 라가나(Alexander Scourby)는 비리와 살인을 일삼는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다가오는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 라가나로부터 상납을 받는 것에 신물이 난 톰 던컨은 마이크 라가나의 범죄 조직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한 편지를 남기고 자살하고, 마이크 라가나의 오른팔인 빈스 스톤(Lee Marvin)은 톰 던컨이 애인인 루시 채프먼에게 무엇인가를 말했을까 두려워 루시 채프먼을 담배로 지지는 고문을 가하고 교살한다. 버사 던컨은 남편이 남긴 편지로 마이크 라가나를 협박하여 마이크 라가나로부터 상납을 받고 있고, 경찰청장 히긴스(Howard Wendell)는 빈스 스톤의 펜트하우스에서 포커를 칠 정도로 마이크 라가나의 범죄 조직과 연계되어 있다. '빅 히트'는 강력반 경사 데이브 베니언이 도시를 장악한 범죄 조직과, 이들과 연계된 타락한 경찰에 혈혈단신 맞서 투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빅 히트'의 영화 제목은 불법 행위에 대한 경찰권의 행사, 경찰의 압력, 조사, 수사, 추적을 뜻하는데, '빅 히트'에서 데이브 베니언의 대사를 통해서도 언급된다. 버사 던컨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되면 남편이 남긴 편지가 신문을 통해 공개되게 하고, 이를 이용하여 마이크 라가나로부터 상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데이브 베니언은 버사 던컨을 찾아가 말한다. "당신이 죽으면 경찰이 덮칠거야. 경찰이 라가나, 스톤 그리고 나머지 비열한 잔당들을 덮칠거야. (With you dead, the big heat follows. The big heat for Lagana, for Stone and for all the rest of the lice.)"

데이브 베니언은 '빅 히트'에 등장하는 다른 어떤 경찰들보다 강직하고 용감한 경찰이다. 데이브 베니언은 루시 채프먼 살인 사건 수사를 중단하라는 경찰서장 테드 윌크스(Willis Bouchey)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계속하고, 집에서 협박 전화를 받고는 격분하여 바로 마이크 라가나의 집을 찾아가 마이크 라가나를 위협하고, 마이크 라가나의 경호원을 때려눕힌다. 얼마 후 자동차 폭발로 아내 케이티 베니언(Jocelyn Brando)을 잃고, 히긴스로부터 정직 처분까지 받지만, 루시 채프먼과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수사를 계속한다. 빈스 스톤의 여자인 데비 마쉬(Gloria Grahame)가 데이브 베니언이 머물고 있는 호텔방에까지 따라와 데이브 베니언을 유혹해도, 강직한 데이브 베니언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빅 히트'는 마이크 라가나와 히긴스가 기소되었다는 신문 기사를 보여 주는 장면과 함께, 강력반 경사로 복직된 데이브 베니언을 보여 주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빅 히트'의 결말은 타락한 도시에 정의가 실현된 것처럼 보이지만 왠지 통쾌하지가 않고 씁쓸한 여운만 남긴다. 그 이유는 마이크 라가나와 히긴스에 대한 빅 히트가 데이브 베니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데비 마쉬가 데이브 베니언의 호텔방에 간 사실을 알게 된 빈스 스톤이 끼얹은 뜨거운 커피로 얼굴에 끔찍한 화상을 입고서 데이브 베니언이 마련해 준 호텔방에 피신해 있는 데비 마쉬에게, 데이브 베니언은 버사 던컨이 자신이 죽게 되면 남편이 남긴 편지가 신문에 공개되게 하고, 이를 이용하여 마이크 라가나로부터 상납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해 준다. 데비 마쉬는 데이브 베니언을 사랑해서인지, 자신을 보호해 준 데이브 베니언에게 보답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얼굴을 망가뜨린 빈스 스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버사 던컨의 집을 찾아가 버사 던컨을 총으로 쏴 죽이고, 자신도 빈스 스톤이 쏜 총을 맞고 죽는다. 데이브 베니언은 수사를 통해 톰 던컨의 자살 사건과, 루시 채프먼과 아내의 살인 사건의 내막만을 밝혀냈지, 정작 마이크 라가나와 히긴스에 대한 빅 히트는 데비 마쉬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데이브 베니언은 강직하고 용감한 경찰이긴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여러 여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빠뜨린다. 데이브 베니언은 루시 채프먼의 이야기를 버사 던컨에게 전하는데, 이로 인해 루시 채프먼은 버사 던컨에게서 루시 채프먼의 이야기를 들은 마이크 라가나와 빈스 스톤에 의해 살해된다. 집에서 협박 전화를 받은 데이브 베니언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무모하게 마이크 라가나의 집을 찾아가 마이크 라가나를 위협한 댓가로 아내를 잃는다. 데이브 베니언은 데비 마쉬가 버사 던컨을 죽여 주길 바라고 의도적으로 버사 던컨의 이야기를 데비 마쉬에게 해 준 건 아니지만, 어쨌든 데비 마쉬는 버사 던컨을 총으로 쏴 죽이고, 자신도 빈스 스톤이 쏜 총을 맞고 죽는다. 데이브 베니언은 자동차에 폭탄을 설치한 정비공을 찾기 위해 찾아간 폐차장에서 일하는 노년의 절름발이 경리를 대단히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는데, 래리 고든(Adam Williams)의 아파트 문을 노크해서 정비공을 고용한 남자가 래리 고든이 맞는지를 확인하게 한다. '빅 히트'에서 데이브 베니언은 타락한 도시와 대비되는 평화로운 가정 안에서는 한없이 가정적인 남자이지만, 가정 밖에서는, 물론 아내의 복수를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너무나 독선적이고 무모한 행동을 보인다.

'빅 히트'는 데이브 베니언이 도시를 장악한 범죄 조직과, 이들과 연계된 타락한 경찰들에 맞선 투쟁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통쾌한 영화가 아니다. '빅 히트'는 타락한 세상과 타락한 인간들을 냉소적이고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필름 누아르이다. 도시가 너무나 타락한 나머지, 아무리 강직하고 용감한 데이브 베니언이라 하더라도 타락한 도시에 정의를 실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데이브 베니언도 완벽한 경찰은 아니다. 오늘날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권력 집단의 비리나 불법 행위는 경찰이나 검찰에 의해 드러나기보다는 내부 고발이나 분쟁에 의해 드러나고, 게다가 경찰이나 검찰은 그 권력 집단과 연계되어 있거나, 그 권력 집단을 감히 건드릴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데비 마쉬를 연기한 글로리아 그레이엄은 '미녀와 건달 (The Bad and the Beautiful, 1952)'에서 로즈메리 바틀로우(Gloria Grahame)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십자포화 (Crossfire, 1947)', '고독한 영혼 (In a Lonely Place, 1950)', '인간의 욕망 (Human Desire, 1954)', '오클라호마 (Oklahoma!, 1955)' 등에도 출연했다. 그리고 '빅 히트'의 주요 등장인물들 중 유일하게 타락하지 않은 케이티 베니언을 연기한 조셀린 브란도는 그 유명한 말론 브란도의 친누나이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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