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 에비뉴엘(명동)에서 '탑건: 매버릭 (Top Gun: Maverick, 2022)'을 관람했다. '탑건: 매버릭'은 36년 전인 1986년에 나온 '탑건'의 속편이다. '탑건'은 지금은 고인이 된 토니 스콧 감독이 연출하였고, '탑건: 매버릭'은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연출하였다. '탑건'을 연출한 영화감독과 '탑건: 매버릭'을 연출한 영화감독이 다르긴 하지만, '탑건: 매버릭'을 보면 '탑건'을 연상시키는 이야기들과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탑건: 매버릭'은 36년 전 청춘 시절에 '탑건'에 열광했던 관객들, 특히 남성 관객들을 저절로 '탑건'의 향수에 젖게 한다. 미 해군 전투기 조종사 매버릭(Tom Cruise)의 이야기를 다룬 '탑건'은 실제로 미국에서 개봉 당시 미 해군 전투기 조종사가 되고자 미 해군에 자원한 입대자 수가 500%나 증가했을 정도로 커다란 흥행 성공을 거둔 액션 영화이다.
"1969년 3월 3일, 미 해군은 최상위 1%의 미 해군 조종사들을 위한 엘리트 학교를 설립했다. 학교의 목적은 잃어 버린 공중전 기술을 가르치고, 졸업한 소수의 남자들을 세계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로 만드는 것이었다. ... 오늘날, 해군에서는 학교를 전투기 무기 학교(Fighter Weapons School)라 부른다. 조종사들은 학교를 이렇게 부른다: 탑건"
'탑건'에서 영화의 제목이 나오기 직전에 자막을 통해 설명해 주듯, 탑건은 1969년 3월 3일에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미라마(Miramar) 해군 항공 기지에 설립된 전투기 무기 학교를 일컫는다. '탑건'에서도 자막으로 나오듯, 미라마 해군 항공 기지는 "Fightertown"이라고도 불린다. 탑건을 설명해 주는 자막에서 "잃어 버린 공중전 기술"에 대한 의미가 모호한데, 이에 대해 '탑건'에서 탑건의 교관인 제스터(Michael Ironside)가 설명해 준다. "한국전 당시 해군의 살상 비율은 12대 1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것 하나에 대해 12대의 상대 비행기를 격추시켰다. 베트남전에서는 살상 비율이 3대 1로 떨어졌다. 우리 조종사들이 미사일에 의존하게 되었다. 공중전 기술을 잃어 버렸다. 탑건은 ACM을 가르치려고 창설되었다. Air Combat Maneuvering(공중 전투 책략). 공중전이다."
'탑건'은 톰 크루즈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이다. '탑건'에서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이름은 피트 미첼로, 매버릭은 그의 콜 사인이다. 매버릭(maverick)은 영한사전에서 찾아보면 괴짜, 이단아, 독불장군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클럽에서 매버릭이 찰리(Kelly McGillis)에게 매버릭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찰리가 말한다. "당신 어머니가 당신을 싫어했었나요?"
매버릭은 자신의 콜 사인이 뜻하는대로 비행한다. 제스터가 매버릭에 대해 탑건의 지휘관인 바이퍼(Tom Skerritt)에게 말한다. "그는 와일드카드입니다. 육감으로 비행합니다. 전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매버릭인 매버릭을 경쟁자로 생각하는 아이스(Val Kilmer)가 매버릭에게 말한다. "넌 모든 이들의 문젯거리야. 넌 비행할 때마다 불안해. 넌 위험하기 때문에 난 네가 싫어."
"I feel the need. The need for speed!"
(난 필요함을 느껴. 필요한 건 스피드야!)
'탑건'에서 매버릭이 조종하는 전투기는 F-14이다. 톰캣(Tomcat)으로도 불리는 F-14는 미 해군을 위해 개발한 초음속 쌍발 엔진 전투기로, 지금은 노스롭그러먼사로 합병된 그러먼사가 1970년부터 1992년까지 생산했다. F-14의 개발 목적은 장거리를 운행하는 미국 항공모함을 소련 항공기와 미사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F-14는 2인승 전투기로, 조종사 뒤에 앉는 RIO(Radar Intercept Officer, 레이더 요격 요원)는 F-14의 무기 통제 시스템을 관장했다.
'탑건: 매버릭'을 보면 매버릭(Tom Cruise)과 루스터(Miles Teller)가 적의 격납고에 있는 F-14를 훔쳐 타고 탈출하는 장면에서 F-14를 탄 루스터가 매버릭에게 박물관감의 물건을 어떻게 공중에 띄울거냐라고 말하는데, F-14는 2006년에 퇴역해서 지금은 실제로 박물관감의 물건이 되었지만, 36년 전 '탑건'이 나온 당시에는 미 해군 최신 전투기였다.
'탑건'은 탑건에 입학한 매버릭과 조종사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탑건의 민간인 교관인 찰리와의 로맨스, 매버릭과 아이스의 경쟁과 갈등, 매버릭의 RIO인 구스(Anthony Edwards)의 죽음으로 인한 매버릭의 방황 등의 이야기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지만, 무엇보다도 액션 영화이니만큼 멋진 항공술과 사실적인 공중전의 액션 장면들이 관객들을 압도한다. '탑건'을 연출한 토니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 (Alien, 1979)',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텔마와 루이스 (Thelma & Louise, 1991)', '글래디에이터 (Gladiator, 2000)' 등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친동생인데, 무거운 주제의 영화를 만드는 형과는 달리, '폭풍의 질주 (Days of Thunder, 1990)', '마지막 보이스카웃 (The Last Boy Scout, 1991)', '크림슨 타이드 (Crimson Tide, 1995)' 등, 주로 액션 영화를 만들었다.
'탑건'을 보면 '탑건' 출연 당시에는 무명이었으나, 지금은 유명해진 배우들을 볼 수 있다. 미국 드라마 'ER'(시즌 1~시즌 8)에서 닥터 마크 그린(Anthony Edwards) 역으로 5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 TV 드라마를 수상한 안소니 에드워즈는 구스 역으로 출연하였고, 멕 라이언은 구스의 아내 캐롤(Meg Ryan) 역으로 출연하였으며, 팀 로빈스는 영화의 초반부에서는 쿠거(John Stockwell)의 RIO였으나,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구스를 잃은 매버릭의 RIO가 되는 멀린(Tim Robbins) 역으로 출연하였다.
'탑건'은 개봉 당시 영화뿐만이 아니라 영화의 OST도 인기를 끌었었다. 그중에서 매버릭과 찰리의 사랑의 테마인 베를린의 'Take My Breath Away'는 5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하였고, 그 외에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이나 연주곡 'Top Gun Anthem' 등이 인기를 끌었었다. 또한, 매버릭이 클럽에서 구스와 함께 찰리를 향해 부르는 노래는 The Righteous Brothers의 'You've Lost That Lovin' Feeling'이고, 구스가 피아노를 치면서 매버릭과 찰리, 캐롤과 함께 부르는 노래는 제리 리 루이스의 'Great Balls of Fire'이다.
'탑건'은 5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편집상, 음향상, 음향효과상, 주제가상의 4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로 올라, 아카데미 주제가상만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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