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뉴욕시의 어느 더운 여름날, 소니(Al Pacino)와 샐(John Cazale), 스티비(Gary Springer)는 은행을 털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잔뜩 겁을 집어먹은 스티비는 은행을 터는 도중에 혼자 집으로 돌아가고, 소니와 샐은 계속해서 은행 직원들을 총으로 협박하여 은행 금고의 문을 열게 하지만, 은행 금고에 있는 돈은 겨우 1,100달러뿐이다. 하는 수 없이 소니는 금전 출납 창구에 있는 돈까지 긁어모은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결국 소니와 샐은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소니와 샐은 은행 직원들을 인질로 잡고, 경찰에게 해외로 도피시켜 줄 것을 요구한다.

'뜨거운 오후'는 영화의 줄거리만 들어보면 범죄 영화인 것 같지만, 사실은 사회 영화이다. 더욱이 '뜨거운 오후'를 연출한 영화감독이 사회 영화의 거장인 시드니 루멧 감독이다. '뜨거운 오후'는 따분하고 답답한 현대 사회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을 풍자한 영화이다.

'뜨거운 오후'의 이야기는 1972년 8월 22일 뉴욕시의 브루클린에서 일어난 실화이다. 그래서 '뜨거운 오후'의 이야기의 결말이 이미 알려져 있다. 샐은 사살되고, 소니는 체포된다.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전개되는 '뜨거운 오후'의 이야기에는 긴장감이 넘친다. 무엇보다도 소니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는 FBI 요원인 쉘던(James Broderick)과 머피(Lance Henriksen)를 간간이 보여주는 장면들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뜨거운 오후'는 이야기의 긴장감 속에서도 큰 웃음을 주는 대단히 웃기는 영화이다. '뜨거운 오후'에 등장하는 사람들 모두가 웃긴다. "웃기다"에는 보통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웃게 만들다라는 의미와 함께, 웃음이 나올 만큼 한심하고 어이없다라는 의미도 있다. '뜨거운 오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웃기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Attica! Attica!"

(아티카! 아티카!)

 

소니와 샐, 스티비는 은행 강도치고는 너무나 어설프다. 출동한 경찰은 경찰대로 소니의 눈치만 보며 우왕좌왕한다. 소니 일당과 경찰이 웃기는 행동들을 보여주는 사이에 은행 안팎의 여러 다른 사람들도 소니와 경찰 못지않은 웃기는 행동들을 보여준다. 인질로 잡혀 있는 은행의 금전 출납 책임자 실비아(Penelope Allen)는 자신을 은행 밖으로 빼내 주려는 형사 모레티(Charles Durning)의 손을 뿌리치고 은행 안에 인질로 잡혀 있는 동료들이 있다며 은행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영웅심을 발휘한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은행 밖에서 TV 기자(Ron Cummins)와 인터뷰를 했다고 자랑한다. 실비아는 자신이 세인의 주목을 받은 것에 들떠 있다. 피자를 배달한 피자 보이(Lionel Pina) 또한 자신이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들떠 소리친다. "난 진짜 스타야!"

은행 주변에 몰려든 군중들은 경찰을 향해 아티카 - 아티카는 1971년 9월 뉴욕주 아티카 교도소에서 발생한 죄수 폭동 사건으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었던 사건이다 - 라고 외치는 소니에게 동조를 하고, 소니를 응원한다. TV 방송 - 시드니 루멧 감독은 '뜨거운 오후'의 다음 작품인 '네트워크 (Network, 1976)'에서 TV 방송의 부도덕함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 은 소니를 영웅으로 만들려고 한다. 소니는 엉뚱하게도 반사회적 영웅이 되어 버린다.

'뜨거운 오후'는 따분하고 답답해 보이는 뉴욕시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을 "그저"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오프닝 장면은 따분하고 답답한 현대 사회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을 풍자하는 '뜨거운 오후'의 주제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 '뜨거운 오후'의 이야기도 이 오프닝 장면처럼 전개된다. 소니와 경찰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떤 편견 없이 "그저" 보여주기만 한다. 소니와 샐을 포함한 '뜨거운 오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선인이나 악인이 아닌, 그저 따분하고 답답한 대치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일 뿐이다.

소니가 연인인 동성애자 리온(Chris Sarandon)과의 전화 통화에서 말한다. "난 지금 죽어가고 있어." 소니가 느끼는 심정은 따분하고 답답한 현대 사회 속에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들이 느끼는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소니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인질들의 요구도 들어주어야 하고, 천식 환자인 은행 경비원(John Marriott)도 신경써야 하고, 탈진한 인질들을 위해 고장난 에어컨도 고쳐야 하고, 당뇨병이 있는 은행 지점장 멀베니(Sully Boyar)도 신경써야 한다. 어느 나라로 가고 싶냐는 질문에 와이오밍이라고 대답하는 한계를 보여주며 불안정해 보이는 샐은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감옥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소니를 불안하게 만든다. 말 많은 아내 앤지(Susan Peretz)는 끝까지 소니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엄마(Judith Malina)까지 현장에 나타나 소니의 마음을 휘저어 놓는다. 그리고 은행을 터는 가장 큰 이유인 리온에게 버림받은 소니는 급기야 절망한다.

공항에서 샐은 머피가 쏜 총에 사살되고, 소니는 체포된다. 해외로 도피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모든 문제들을 덜어 버린 소니의 얼굴에는 편안함마저 느껴진다.

'뜨거운 오후'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편집상의 6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지만, 각본상 하나만 수상했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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