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철의 여인 (The Iron Lady, 2011)'에서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 마가렛 대처(Meryl Streep)를 완벽하게 연기한 메릴 스트립이 수상했다. 메릴 스트립은 지금까지 17번이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최다 후보 지명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에서 3개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는데,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Kramer vs. Kramer, 1979)'로 여우조연상을, 그리고 '소피의 선택'과 '철의 여인'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윌리엄 스타이런의 소설을 알란 J. 파큘라 감독이 각색을 하고 연출까지 한 '소피의 선택'은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2007년에 선정한 "위대한 미국 영화 100 10주년 기념판 (AFI's 100 Years...100 Movies 10th Anniversary Edition)"에서 91위를 차지한 영화이다. '소피의 선택'이 "위대한 미국 영화 100"에 선정된 것은 영화의 주인공인 소피(Meryl Streep)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이 영화의 전부이다. 메릴 스트립은 전쟁으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한 여인의 처절한 고통을 관객들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이 비운의 여인을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다.

전쟁이 끝난 지 2년 후인 1947년. 남부 시골 출신의 스팅고(Peter MacNicol)는 작가의 꿈과, 소설을 쓰기 위해 가까스로 모은 돈을 가지고 뉴욕에 온다. 스팅고는 폴란드에서 이민을 온, 영어가 아직 서툰 소피라는 여자와, 그녀의 연인인 생물학자 네이단(Kevin Kline)이 이층에서 살고 있는, 브루클린에 위치한 값이 싼 집을 구해 들어간다.

'소피의 선택'은 스팅고의 내레이션(Josef Sommer)으로 전개된다. '소피의 선택'은 스팅고가 작가가 되기 위해 뉴욕 생활을 했던 22살의 청춘 시절에 이웃으로 만난 소피와 네이단, 그리고 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겪은 경험들을 들려주는 스팅고의 회상기이다. 그리고 스팅고의 회상 속에 소피가 자신과 자신의 두 아이(Jennifer Lawn, Adrian Kalitka)가 아우슈비츠(Auschwitz)로 끌려가 혼자만 살아남은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소피의 선택'은 스팅고의 관점에서 보면 사랑이 뭔지, 죽음이 뭔지도 모르는 풋내기인 스팅고가 소피와 네이단을 통해 죽음의 공포보다도 더 큰 인간의 상처와 고통, 사랑을 알아가는 성장 영화이면서, 소피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의 삶을 파멸로 몰아가는 전쟁의 파괴성과 인간성 회복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홀로코스트 영화이다.

스팅고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피의 선택'은 미스터리 영화의 형식도 약간 띠고 있다. 스팅고는 소피의 팔뚝에 새겨진 번호와, 소피의 두 손목에 나 있는 자살의 흔적들, 아버지(Ivo Pajer)에 대해 거짓말을 한 소피, 감정의 기복이 심한 네이단의 이상한 행동들, 네이단에 대한 소피의 지극 사랑을 보면서 소피와 네이단에게 감춰진 비밀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낀다. 그리고 영화가 전개되면서 스팅고는 소피와 네이단의 비밀을 알게 된다.

스팅고는 소피에게서 유태인 말살에 앞장섰던 아버지의 행위에 충격을 받은 이야기와, 아우슈비츠에서 딸은 가스실로 끌려가 학살되고, 어린이 수용소로 끌려간 아들을 찾기 위해 끝까지 살아남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스팅고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소피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고 차츰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스팅고는 네이단의 형 래리(Stephen D. Newman)를 통해 네이단이 정신 이상 증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유태인인 네이단은 6백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네이단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소피에게 연민을 느끼면서도,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추궁하며 소피에 대한 질투와 분노로 소피를 창녀라고 욕하며 학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피는 아버지가 유태인들에게 저지른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자신을 학대하는 네이단을 떠나지 않는다.

스팅고는 또다시 미쳐 날뛰는 네이단을 피해 소피를 데리고 아버지의 농장으로 가는 도중에, 소피로부터 이전에 들었던 이야기보다도 훨씬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두 아이와 함께 아우슈비츠에 도착한 소피는 한 독일 장교(Karlheinz Hackl)로부터 두 아이 중 하나는 살려줄 테니 선택하라는 강요를 받는다. 두 아이 모두 잃을 궁지에 몰린 소피는 결국 아들을 선택하고, 딸은 가스실로 끌려간다.

딸을 저버린 죄책감으로 나날을 고통 속에서 살아온 소피는 결국 네이단과 함께 자살이라는 또 다른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스팅고는 이제서야 고통에서 벗어난 듯 침상 위에 평온하게 나란히 누워 있는 소피와 네이단을 발견한다.

"Ample make this bed.

Make this bed with awe;

In it wait till judgment break

Excellent and fair.

 

Be its mattress straight,

Be its pillow round;

Let no sunrise' yellow noise

Interrupt this ground."

(이 쓸쓸한 침상 위에

찬란한 빛이 비취게 하라.

심판의 새벽이 올 때까지

이 빛나는 아침.

 

이불깃 똑바로 접고,

베개도 두둑이 하여,

아침 햇살 외 그 어떤 것도

감히 훼방치 못하게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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