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 시리즈 2편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Transformers: Revenge of the Fallen, 2009)'을 보고 너무나 실망한 나머지 보지 않으려고 했던 트랜스포머 시리즈 3편 '트랜스포머 3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2011)'를, 전편을 보았으면 속편도 보아야 한다는 시리즈 특유의 관성에 의해 결국 보고야 말았다. 그리고 예상은 했지만 또 실망했다. '트랜스포머 3'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시리즈에 대한 관객들의 관성을 얼마나 교묘하게 잘 이용했는지를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에 이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1편인 '트랜스포머'는 꽤 재미있게 보았다. '나쁜 녀석들 (Bad Boys, 1995)'과 '더 록 (The Rock, 1996)'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마이클 베이 감독은 빠른 화면 전개와 현란한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연출된 화려한 액션 장면, 그리고 조금은 요란하다 싶은 코믹한 캐릭터와 유머로 오락 액션 영화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감독이다. 특히 마이클 베이 감독은 자동차 액션 장면을 연출하는 솜씨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감독들 중에서 단연 최고인데, '트랜스포머'에서는 자동차들을 영화의 소품이 아니라 아예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숨막히는 자동차 액션을 보여준다. 게다가 영화의 주인공인 이 자동차들은 거대한 로봇으로 변신까지 한다.

'트랜스포머'의 탄생은 미국의 완구 회사인 하스브로(Hasbro)가 만든 트랜스포머 장난감에서 비롯되었다.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트랜스포머 장난감은 TV 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얻었다. 트랜스포머 장난감과 애니메이션의 팬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트랜스포머의 영화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결국 '트랜스포머'의 제작 총지휘를 맡는다. 그리고 마이클 베이 감독에게 '트랜스포머'의 연출을 맡긴다.

기계 생명체의 행성인 사이버트론에서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힘을 가진 큐브를 둘러싸고 오토봇과 디셉티콘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 이 전쟁으로 사이버트론은 파괴되고, 큐브마저 우주 공간 어딘가에 잃어 버리고 만다. 디셉티콘의 리더 메가트론(Hugo Weaving(목소리))은 큐브를 찾아 지구에 오지만 북극권에 불시착한다. 불시착한 메가트론을 발견한 탐험가 윗위키 대장(W. Morgan Sheppard)은 우연히 메가트론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큐브가 지구에 떨어진 위치의 좌표가 윗위키 대장의 안경에 새겨진다. 디셉티콘의 스타스크림(Charlie Adler(목소리)), 바리케이드(Jess Harnell(목소리)), 데버스테이터, 본크러셔(Jim Wood(목소리)), 블랙아웃, 그리고 프렌지(Rend Wilson(목소리))가 메가트론과 함께 큐브를 찾기 위해 전투기, 경찰차, 탱크, 장갑차, 헬리콥터 등으로 변신해서 지구로 잠입한다.

한편, 고조할아버지의 안경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생 샘 윗위키(Shia LaBeouf)를 찾아낸 오토봇의 범블비(Mark Ryan(목소리))는 오토봇의 리더인 옵티머스 프라임(Peter Cullen(목소리))과, 넘버 2인 재즈(Darius McCrary(목소리)), 그리고 무기 전문 아이언하이드(Jess Harnell(목소리))와, 의료 전문 라쳇(Robert Foxworth(목소리))을 지구로 불러들인다. 큐브를 이용하여 인간의 기계들로 새로운 군대를 만들어 우주를 지배하려는 디셉티콘과, 큐브가 디셉티콘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지구를 지키려는 오토봇의 인류의 운명을 건 숨막히는 대결이 펼쳐진다.

'트랜스포머'가 보여주는 액션은 이전의 액션 영화들이 보여주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트랜스포머' 이전에 자동차들이 충돌하고 구르고 폭발하는 액션은 보았어도 '트랜스포머'에서처럼 자동차들이 차이고 던져지는 액션은 보지 못했었다. 게다가 특수효과 전문 회사인 ILM(Industrial Light & Magic)과 디지털 도메인(Digital Domain)이 합작해서 만든, 자동차들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특수효과 장면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요란하다 싶은 코믹한 캐릭터와 유머는 '트랜스포머'에서도 어김없이 나온다. 인류 생존의 열쇠를 지닌 고등학생 샘을 포함하여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가 엉뚱하거나 뭔가 좀 모자란다. 그리고 마이크로칩, 레이저, 우주선, 자동차 등의 현대 기술이 북극권에서 발견된 메가트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분해하고 모방하여 나왔다거나, 외계인을 포함한 외부의 어느 누구도 감지할 수 없도록 큐브로부터 방출되는 에너지를 차단하기 위해 큐브가 발견된 곳에 지금의 후버댐이 세워졌다는 이야기는 황당하지만 재미있다.

'트랜스포머'에 떠오르는 신예 배우인 샘 윗위키 역의 샤이아 라보프와 미카엘라(Megan Fox) 역의 메간 폭스와 함께 연기파 배우들인 존 보이트와 존 터투로가 각각 국방 장관 존 켈러(Jon Voight) 역과 시몬즈 요원(John Turturro) 역으로 출연하여 가벼운 영화에 어느 정도 무게를 잡아주고 있다.

'트랜스포머'는 가상의 이야기를 다룬 SF 영화이다. 그것도 같은 SF 영화인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 A Space Odyssey, 1968)'나,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와는 달리, 깊이 생각하면서 볼 필요가 없는 SF 오락 액션 영화이다. 그러나 아무리 '트랜스포머'가 단순한 오락 액션 영화라고는 하지만, 큐브를 왜 굳이 도시에 숨기려고 하는지, 샘은 왜 큐브를 들고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 굳이 블랙 호크에게 전달하려고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영화의 스토리는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에는 이러한 의문들을 생각할 틈이 없을 정도로 숨막히는 액션과 화려한 특수효과가 관객들을 정신없게 만들어 버린다.

'트랜스포머'에는 설득력은 없지만 그래도 숨막히는 액션과 화려한 특수효과를 받쳐 줄 수 있을 정도의 기본적인 스토리는 있다. 하지만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과 '트랜스포머 3'에는 액션과 특수효과는 '트랜스포머'보다 확실히 거대해지고 화려해졌지만 이를 받쳐 주는 기본적인 스토리가 없다. 액션과 특수효과에만 너무나 치중한 나머지 영화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느낌이 더 들어 긴장감과 재미가 '트랜스포머'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No sacrifice, no victory"

(희생이 없으면, 승리도 없다.)

 

물론 오락 액션 전문 영화감독인 마이클 베이 감독에게 작품성 있는 영화를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과 '트랜스포머 3'로 인해 마이클 베이 감독에게 재미있는 오락 액션 영화를 기대하는 사람마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어제 인터넷에서 충격적인 기사를 보았다. 마이클 베이 감독이 2014년 6월 29일을 개봉 날짜로 잡고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4편을 만들 것이라는 기사였다. 영화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시리즈에 대한 관객들의 관성을 4편을 통해서는 어떤 식으로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Posted by unforgettab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