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스파이더맨 2'의 전편인 '스파이더맨 (Spider-Man, 2002)'은 실망스러웠다. 피터 파커(Tobey Maguire)는 왜 메리 제인 왓슨(Kirsten Dunst)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의문이 남는 완전하지 않은 영화의 이야기와, 다소 조잡한 특수효과, 그리고 아무리 만화가 원작인 영화라고는 하지만 너무 만화 같은 설정의 액션은 영화의 재미와 박진감을 많이 떨어뜨렸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2'는 기대 이상이다. 정말 '스파이더맨 2'는 이 영화가 '스파이더맨'의 후속작이 맞는지, 이 영화를 만든 샘 레이미 감독이 '스파이더맨'을 만든 그 샘 레이미 감독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스파이더맨'과는 많이 다르다.
'스파이더맨 2'는 영화의 이야기가 '스파이더맨'보다 훨씬 진지해졌다.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고등학생인 피터 파커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나는 스파이더맨이다라는 대답으로 끝나는 '스파이더맨'은 스파이더맨(Tobey Maguire)이라는 영웅의 탄생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로부터 2년 후, 피터 파커(Tobey Maguire)는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성장을 했지만 영웅에게 주어진 큰 책임을 남몰래 혼자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어리다. '스파이더맨 2'는 영웅의 삶에 지친 피터 파커가 평범한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Tobey Maguire) 사이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좀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스파이더맨은 영웅이지만, 피터 파커는 스파이더맨 때문에 삶이 힘들다. 피자 배달원 일자리에서 해고되고, 집세조차 내기 힘들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파이더맨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지만 정작 은행으로부터 저당물 압류 통보를 받은 메이 숙모(Rosemary Harris)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학교 성적은 자꾸 떨어지고, 수업에는 항상 늦고, 핵융합에 관한 과제 제출 기한은 지난 지 오래다. 아버지 노만 오스본(Willem Dafoe)의 복수심에 불타는 피터 파커의 절친한 친구 해리 오스본(James Franco)은 피터 파커에게 스파이더맨이 누구인지 말하라고 다그치고, 피터 파커의 애매한 태도에 지친 메리 제인 왓슨(Kirsten Dunst)은 신문사 편집장 J. 조나 제임슨(J.K. Simmons)의 아들인 우주 비행사 존 제임슨(Daniel Gillies)과의 결혼을 발표한다. 결국 피터 파커는 스파이더맨을 포기하고 평범한 피터 파커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난 그냥 피터 파커예요. 난 더이상 스파이더맨이 아니예요. 더이상은."
피터 파커가 평범한 피터 파커로 돌아간 사이에, 핵융합 실험 중 사고로 기계 촉수를 휘두르는 악당 닥터 오크(Alfred Molina)로 변한 옥타비우스 박사(Alfred Molina)는 도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사람들은 스파이더맨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피터 파커는 메이 숙모로부터 사람들에겐 영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다시 스파이더맨으로 돌아온 피터 파커는 자신이 위험으로부터 구해준 지하철 승객들이 스파이더맨이 다시 돌아온 것에 기뻐하고 고마워하자, 사람들에겐 스파이더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죽음을 향해 질주하는 지하철을 가까스로 멈추고 기절한 피터 파커를 지하철 승객들이 힘을 합쳐 들어올리는 장면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피터 파커는 메리 제인 왓슨에게 자신이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들키고 나서야 자신이 왜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는지를 이야기해 준다.
'스파이더맨 2'와 '스파이더맨'은 개봉 시기는 2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특수효과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스파이더맨 2'는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는데, 아카데미 시각효과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특수효과로 만들어진 스파이더맨과 닥터 오크가 싸우는 액션은 화려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무엇보다도 특수효과로 만들어진 기계 촉수를 휘두르는 닥터 오크는 우스운 가면과 의상의 그린 고블린(Willem Dafoe)보다는 훨씬 악당처럼 보인다.
'스파이더맨'에서 죽은 그린 고블린 역의 윌렘 데포와, 피터 파커의 삼촌 벤 파커(Cliff Robertson) 역의 클리프 로버트슨이 '스파이더맨 2'에는 카메오로 잠깐 출연한다. 샘 레이미 감독의 친구이자,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 시리즈에도 출연한 영화배우 브루스 캠벨과, 스파이더맨을 창조한 스탠 리도 '스파이더맨'에 이어 '스파이더맨 2'에서도 카메오로 출연하는데, 브루스 캠벨은 극장의 건방진 안내인(Bruce Campbell)으로 출연하고, 스탠 리는 스파이더맨과 닥터 오크가 싸우는 과정에서 건물의 벽이 파손되면서 떨어지는 건물의 파편으로부터 여성을 구하는 한 남자(Stan Lee)로 화면에 잠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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