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안 C. 쿠퍼 감독과 어니스트 B. 쇼드색 감독이 공동 연출한 오리지널 '킹콩 (King Kong, 1933)' 이후 수많은 킹콩 영화들이 만들어졌지만, 그중에서 오리지널 '킹콩'을 리메이크한 영화는 존 길러민 감독의 '킹콩 (King Kong, 1976)'과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이다. 그리고 이 두 영화 중에서도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이 오리지널 '킹콩'을 가장 충실하게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그렇다고 해서 피터 잭슨 감독이 오리지널 '킹콩'을 똑같이 리메이크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피터 잭슨 감독은 특수효과는 물론이고, 오리지널 '킹콩'의 어설픈 각본까지 잘 다듬어 오리지널 '킹콩'을 정말 멋진 영화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피터 잭슨 감독은 9살 때 오리지널 '킹콩'을 보고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으며, 영화감독이 되고 나서도 오리지널 '킹콩'을 리메이크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3부작이 흥행 대박을 터뜨리자 곧바로 제작에 들어간 영화가 '킹콩'이다.
'킹콩'과 오리지널 '킹콩'의 가장 큰 차이점은 특수효과이다. 굳이 특수효과에서 차이가 난다라고 언급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72년이라는 시간 차이만큼이나 당연히 차이가 나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킹콩'이 보여주는 특수효과는 정말 놀랍다. 반지의 제왕 3부작에서 CGI(Computer Generated Imagery) 캐릭터인 골룸(Andy Serkis)을 연기한, 그리고 '킹콩'에서는 요리사 럼피(Andy Serkis) 역으로도 출연하는 앤디 서키스의 고릴라 연기를 바탕으로 하여 CGI로 창조된 콩(Andy Serkis)은 크기만 큰 진짜 고릴라처럼 보이고, 또 진짜 고릴라처럼 행동한다. 콩의 움직임은 자연스럽고, 심지어 표정까지 드러난다. 콩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동이 트는 광경을 앤 대로우(Naomi Watts)와 함께 하는 장면에서 콩이 앤과 함께 있는 것이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아는 듯 콩의 표정에서 불안감이 느껴진다.
또한 피터 잭슨 감독은 CGI를 이용하여 놀라운 특수효과 장면들을 연출하였다. 콩에게 잡혀간 앤을 구하러 가는 잭 드리스콜(Adrien Brody) 일행이 사나운 드로마에오사우루스 떼에 쫓겨 거대한 브론토사우루스 떼와 함께 협곡을 달리는 장면, 콩과 세 마리의 티라노사우루스가 앤을 두고 싸우는 장면, 그리고 콩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복엽기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정말 경이롭다. 그리고 앤과 콩이 해골섬에서 일몰의 광경을 함께 하는 장면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동이 트는 광경을 함께 하는 장면은 앤이 콩에게 하는 대사처럼 너무나 아름답다.
'킹콩'의 이야기는 오리지널 '킹콩'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비약적이고 설득력이 없었던 오리지널 '킹콩'의 이야기를 너무나 잘 다듬어 오리지널 '킹콩'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킹콩'의 앤과 콩 사이에는 오리지널 '킹콩'에서는 없었던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있다. 오리지널 '킹콩'에서는 앤(Fay Wray)에 대한 콩의 감정만 있고, 앤은 영화 내내 콩을 보면 비명만 질러댄다. 오리지널 '킹콩'에서 앤은 오히려 1등 항해사인 잭(Bruce Cabot)과 사랑에 빠지는데, 이 앤과 잭의 사랑도 너무 급진적이어서 설득력도 없고 감동 또한 없다.
'킹콩'의 앤은 오리지널 '킹콩'의 앤이 보지 못한 콩의 내면을 본다. 앤은 콩이 자신을 해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콩에게 여러 가지 묘기를 보여주며 콩의 환심을 산다. 콩은 앤을 마치 자신이 보호해 주고 지켜 주어야 할 펫 - 오리지널 '킹콩'에서는 콩이 앤을 여자로 생각하고, 그래서 조금은 기괴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 처럼 생각하고, 실제로도 여러 위험으로부터 앤을 보호해 주고 지켜 준다. 앤도 자신을 보호해 주고 지켜 주는 콩에게 서서히 의지하게 된다.
오리지널 '킹콩'에서는 1등 항해사였던 잭을 '킹콩'에서는 극작가로 바꾸고, 또한 앤과 잭의 관계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닌, 앤이 단지 극작가인 잭의 팬으로서 잭을 좋아하는 관계로 바꾸어, 상대적으로 앤과 콩의 관계를 좀더 부각시키고 있다.
'킹콩'에서 앤과 잭은 오리지널 '킹콩'에서와는 달리, 콩을 무대에 세운 칼 덴햄(Jack Black)의 쇼에 출연하지 않는다. 앤과 잭은 콩을 무대에 세워 돈을 벌기 위해 콩을 해골섬에서 뉴욕으로 생포해 온 칼의 행동이 콩에게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콩에 대한 동정심이 '킹콩'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콩이 복엽기와 사투를 벌이다 결국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킹콩'의 마지막 장면에서 오리지널 '킹콩'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진정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피터 잭슨 감독은 오리지널 '킹콩'을 연상시키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장면들을 '킹콩'에 삽입하여, 자신에게 영화감독의 꿈을 키워 준 오리지널 '킹콩'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다. 여배우를 아직 섭외하지 못한 칼은 프리스톤(Colin Hanks)에게 페이의 섭외를 언급하지만, 페이는 이미 RKO와 영화를 찍고 있다고 프리스톤이 대답한다. 그러자 칼이 말한다. "쿠퍼와? 진작에 알았어야 했는데."
그리고 맥스 스테이너가 작곡한 오리지널 '킹콩'의 음악이 흐른다. 여기서 페이는 오리지널 '킹콩'에서 앤을 연기한 여배우이며, RKO는 오리지널 '킹콩'을 제작한 영화 제작사이다.
해골섬으로 향하는 배의 갑판 위에서 앤과 영화배우인 브루스(Kyle Chandler)가 연기를 하고, 칼이 촬영을 한다. 칼이 촬영하는 앤과 브루스의 장면은 오리지널 '킹콩'에서 출항하는 배의 갑판 위에서 앤과 잭이 처음 만나는 바로 그 장면이다. 앤과 브루스가 하는 대사는 오리지널 '킹콩'에서 앤과 잭이 하는 대사와 똑같다.
오리지널 '킹콩'에서 수준 이하의 연기를 보여준 칼(Robert Armstrong) 역의 로버트 암스트롱과 잭 역의 브루스 카보트에 비하면, '킹콩'에서 칼과 잭을 각각 연기한 잭 블랙과 애드리언 브로디는 진짜 영화배우들이다. '킹콩'에서 앤을 연기한 나오미 왓츠는 오리지널 '킹콩'에서 앤을 연기한 페이 레이처럼 생각 없이 비명만 지르지 않는다. 대신 연기를 한다. 그리고 참 예쁘다. 콩이 매료될 만하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예쁘다.
'킹콩'의 상영 시간은 3시간이 조금 넘는다. 오리지널 '킹콩'의 상영 시간보다 82분이나 더 길어졌다. 하지만 '킹콩'은 3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재미가 있는 영화이다. '킹콩'은 음향상, 음향편집상, 시각효과상의 3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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