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1년, 토마스 던슨(John Wayne)은 친구인 네이딘 그루트(Walter Brennan)와 함께 세인트루이스를 떠나,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포장 마차대에 합류한다. 3주 후 포장 마차대가 텍사스 북쪽 경계 근처에 이르렀을 때 토마스 던슨은 자신만의 소 목축을 위해 연인인 펜(Coleen Gray)을 포장 마차대에 남겨 두고 네이딘 그루트와 단 둘이서 남쪽으로 향한다. 토마스 던슨과 네이딘 그루트는 레드 리버에 이르렀을 때 저멀리 짙은 검은 연기를 목격하고 포장 마차대가 인디언들의 공격을 받았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날 밤 자신들도 인디언들의 공격을 받고 암소 두 마리를 잃는다. 다음날 아침 토마스 던슨은 인디언들의 공격을 받은 포장 마차대에서 살아남은 매튜 가스(Mickey Kuhn)라는 소년과 소년이 몰고 온 암소를 발견한다. 암소 한 마리를 가진 한 소년과 황소 한 마리를 가진 한 남자의 만남은 거대한 목장을 일으키게 되는 시작이 된다. 레드 리버를 건너 텍사스에 들어선 토마스 던슨과 네이딘 그루트, 그리고 어린 매튜 가스는 텍사스 북부를 통과하고 페코스 강을 지나 리오그란데 근처에 이른다.

14년 뒤, 토마스 던슨은 텍사스에서 가장 큰 목장을 일으켰지만 전쟁으로 인한 남부의 경기 침체로 소값이 폭락하여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된다. 결국 토마스 던슨은 집으로 돌아온 양자 매튜 가스(Montgomery Clift)와, 카우보이들과 함께, 무려 만 마리나 되는 엄청난 수의 소를 몰고 우시장이 있는 미주리를 향해 북으로의 대장정에 오른다. 하지만 미주리로의 험난한 여정 속에서 토마스 던슨의 강압적이고 자기 멋대로인 행동들 때문에 카우보이들의 불만이 쌓여 가고, 결국 아버지인 토마스 던슨에 반기를 든 매튜 가스는 토마스 던슨을 홀로 남겨 두고 다른 카우보이들과 함께 소떼를 몰고 철도가 있다는 캔자스의 애빌린으로 가는 보다 쉬운 길을 택해 떠난다. 토마스 던슨은 아들인 매튜 가스에게 복수를 하려고 마음먹고 매튜 가스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텍사스의 샌안토니오(San Antonio) 남쪽에서 시작하여 북쪽으로 오클라호마를 가로질러 캔자스의 애빌린(Abilene)까지 이어진 치점 트레일(Chisolm Trail)은 실제로 19세기 미국의 서부에서 카우보이들이 이용하던 소몰이길이다. 치점 트레일을 따라 처음으로 소떼를 몰고 가는 카우보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레드 리버'는 하워드 혹스 감독의 첫 번째 서부 영화이다.

'레드 리버'의 이야기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프랭크 로이드 감독의 '바운티호의 반란 (Mutiny on the Bounty, 1935)'의 이야기와 흡사하다. 하지만 '바운티호의 반란'에서 바운티호의 선장 윌리엄 블라이(Charles Laughton)와, 윌리엄 블라이의 독재적인 권위와 선원들에 대한 가혹 행위에 반기를 든 부선장 플래쳐 크리스찬(Clark Gable)의 갈등을, '레드 리버'에서는 아버지 토마스 던슨과, 아버지의 카우보이들에 대한 강압적이고 가혹한 행동에 반기를 든 아들 매튜 가스의 갈등으로 그려내, 보다 비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발전시켰다.

서부 영화의 역사에서 1940년대와 50년대의 정통 서부 영화들은 19세기 후반의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법과 질서를 수호하려는 백인 영웅과, 이를 파괴하려는 무법자들이나 야만적인 인디언들의 대결을 주로 다루고 있다. 정통 서부 영화에서의 이러한 대결은 서부의 야만과, 동부로부터 서부에 들어온 문명의 대립을 상징하는데, 정통 서부 영화는 이러한 대립을 통해 세워진 미국의 역사를 찬양하고, 이와 함께 관객들에게 문명화로 사라진 야생의 서부에 대한 향수도 불러일으킨다.

'레드 리버'에서 어른이 된 매튜 가스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보면, 토마스 던슨과 네이딘 그루트의 대사를 통해 매튜 가스가 한동안 집을 떠났다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영화에서는 매튜 가스가 어디에 갔다가 돌아왔는지는 언급되지 않지만, 정황상 아마도 동부에서 학교를 다니다 돌아온 듯하다. 융통성 없고 독재적인 토마스 던슨과, 부드럽고 세련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매튜 가스의 갈등은 바로 서부의 야만과, 동부로부터 서부에 들어온 문명의 대립을 상징한다. 미국의 역사에서 서부는 이러한 대립을 통하여 문명화되었다. 서부가 결국에는 문명화되었듯이, 토마스 던슨과 매튜 가스의 갈등도 결국에는 원만하게 해소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토마스 던슨과 매튜 가스의 갈등이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어이없게 해소되는 바람에 영화가 너무나도 엉성하고 허무한 결말로 끝난다.

철도가 있기를 바라며 캔자스의 애빌린으로 가는 길을 택한 매튜 가스는 결국 캔자스 퍼시픽 철도와 만나게 된다. 이 장면은 야생의 서부와 동부의 문명이 만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열차 기관사가 애빌린으로 가는 길을 묻는 매튜 가스에게 소떼를 기다렸다면서 매튜 가스와 카우보이들을 환영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서부와 서부의 카우보이들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다.

'레드 리버'는 광활한 서부를 배경으로 카우보이들이 소떼를 모는 장면들이 압권이다. 수많은 소들이 강물처럼 언덕을 내려가는 장면이나, 팬 소리에 놀란 소들이 질주하는 장면, 특히 카우보이들이 소떼를 몰고 레드 리버를 건너는 장면은 그야말로 스펙터클하다. '레드 리버'는 카우보이들이 소떼를 모는 장면들을 중심으로, 인디언들과 싸우는 장면, 매튜 가스와 체리 밸런스(John Ireland)가 총 솜씨를 겨루는 장면 등을 통하여 서부 영화의 진수를 보여 준다.

'레드 리버'에서 긴장감이 감도는 장면을 연출하는 하워드 혹스 감독의 연출력은 뛰어나다. 소들이 코요테의 울부짖는 소리로 불안해 하는 밤에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장면, 토마스 던슨과 카우보이들의 갈등으로 긴장감이 감도는 장면, 안개가 자욱한 밤에 매튜 가스가 자신을 죽이려고 뒤쫓아 오는 토마스 던슨으로 인해 불안해 하는 장면 등은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준다. '레드 리버'는 하워드 혹스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으로 토마스 던슨과 매튜 가스의 갈등이 고조되어 가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고 나간다. 토마스 던슨과 매튜 가스가 애빌린에서 주먹 싸움을 하는 장면까지는 흥미진진하다.

'레드 리버'의 결말은 너무나도 엉성하고 허무하다. 자신에게 반기를 든 매튜 가스를 죽이기 위해 매튜 가스의 뒤를 쫓아 애빌린에 나타난 토마스 던슨은 매튜 가스에게 총을 뽑으라고 하지만 매튜 가스가 총을 뽑지 않자, 매튜 가스와 주먹 싸움을 한다. 이때 매튜 가스를 사랑하는 테스 밀레이(Joanne Dru)가 토마스 던슨과 매튜 가스의 싸움에 끼어들어 두 사람의 싸움에 대해 투정을 부리고, 테스 밀레이의 투정에 두 사람은 싸움을 멈춘다. 두 시간 동안 고조되어 온 토마스 던슨과 매튜 가스의 갈등이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한 테스 밀레이라는 여자의 투정에 의해 영화가 끝나기 1분을 남겨 두고 순식간에 해소되는데, 토마스 던슨과 매튜 가스의 갈등 해소 과정이 설득력이 없다.

물론 토마스 던슨과 매튜 가스의 갈등 해소 과정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 매튜 가스를 죽이려는 토마스 던슨에게 심적 변화를 가져 오게 하는 듯한 장면이 나오기는 한다. 매튜 가스는 소떼를 몰고 애빌린으로 가는 도중에, 인디언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포장 마차대를 구해 준다. 매튜 가스는 포장 마차대에서 만난 테스 밀레이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많은 비로 강물이 불어나기 전에 강을 건너기 위해 테스 밀레이를 포장 마차대에 남겨 두고 급히 떠난다. 테스 밀레이는 매튜 가스를 뒤쫓아 온 토마스 던슨에게 매튜 가스가 소떼를 몰고 애빌린으로 가기 위해 자신을 포장마차대에 남겨 두고 떠났다고 이야기해 주고, 테스 밀레이의 이야기를 들은 토마스 던슨은 14년 전 자신만의 소 목축을 위해 포장 마차대에 남겨 두고 떠났던 연인 펜을 떠올리면서 매튜 가스를 동정하게 되는 듯한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이 장면을 감안하더라도 토마스 던슨과 매튜 가스의 갈등 해소 과정은 여전히 설득력이 없다.

이러한 엉성하고 허무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레드 리버'가 서부 영화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걸작으로 꼽힌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다. '레드 리버'는, 앞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역사적인 치점 트레일을 따라 무려 만 마리나 되는 소를 몰고 가는 카우보이들의 험난한 여정 속에서 그들이 겪는 외적인 위협과 내적인 갈등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서부 영화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서부 영화이다. '레드 리버'는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10개의 영화 장르에서 각각 선정한 "위대한 미국 영화 10 (AFI's 10 Top 10)"의 서부 영화 장르 부문에서 '수색자 (The Searchers, 1956)', '하이 눈 (High Noon, 1952)', '셰인 (Shane, 1953)', '용서받지 못한 자 (Unforgiven, 1992)'에 이어 5위에 랭크되어 있다.

'레드 리버'가 토마스 던슨과 매튜 가스의 대립을 통해 서부의 야생과 동부의 문명의 대립,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립을 다룬 만큼, 토마스 던슨 역의 베테랑 배우 존 웨인과, 매튜 가스 역의 신인 배우 몽고메리 클리프트의 연기 대결 또한 인상적이다. '레드 리버'는 몽고메리 클리프트의 첫 출연작이다.

Posted by unforgett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