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야구라는 종교를 믿는다. ... 난 아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가톨릭 묵주에는 108개의 구슬이 있고 - 실제로는 가톨릭 묵주에는 59개의 구슬이 있고 불교 염주에 108개의 구슬이 있다 - 야구공에는 108개의 바늘땀이 있다. 이것을 알았을 때 난 예수를 믿어 보았다. 하지만 잘 안됐다. 주 예수는 나에게 너무나 많은 죄의식을 느끼게 했다. 난 신학보다는 형이상학을 선호한다. 야구는 죄의식도 없고 지겹지도 않은데, 이는 섹스와 비슷하다. 나와 같이 잔 선수들 중에서 그해 커리어 하이를 찍지 못한 선수는 없었다. 사랑을 나누는 건 야구공을 치는 것과 같다. 긴장을 풀고 집중만 하면 된다. ... 난 이들에게 어느 정도 인생의 지혜도 준다. 난 이들에게 마음의 지평을 넓혀 줄 수 있다. 난 선수와 단둘이 있을 때면 에밀리 디킨슨이나 월트 휘트먼을 그에게 읽어 준다. ... 물론 그들은 이것이 전희라고 생각하면 뭐든지 잘 듣는다. 난 그들에게 자신감을 느끼게 해 주고, 그들은 나에게 안전감과 내가 예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물론 내가 그들에게 주는 것은 평생을 간다. 그들이 나에게 주는 것은 142 게임 동안만 간다. 불공평한 트레이드로 보이지만, 불공평한 트레이드도 야구의 일부다. 요컨대 프랭크 로빈슨(Frank Robinson)과 밀트 파파스(Milt Pappas)의 트레이드를 기억하는가? 시즌은 길기에 믿어야 한다. ... 매일매일 마음을 살찌우게 하는 유일한 종교는 야구라는 종교다."
야구를 종교처럼 신봉하는 애니 사보이(Susan Sarandon)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19번째 남자'는 론 쉘턴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코미디 영화이면서, 야구를 소재로 삼은 스포츠 영화이기도 하다. 론 쉘턴 감독은 실제로 5년 동안 마이너 리그 선수 생활을 한 경험을 토대로 '19번째 남자'의 각본을 썼다. '19번째 남자'는 6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각본상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19번째 남자'는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10개의 영화 장르에서 각각 선정한 "위대한 미국 영화 10 (AFI's 10 Top 10)"의 스포츠 영화 장르 부문에서 5위에 랭크되어 있다.
'19번째 남자'를 보면 "19번째"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어떤 연유로 '19번째 남자'라는 제목이 붙여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19번째 남자'의 원제목은 '불 더럼 (Bull Durham)'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더럼(Durham) 시는 담배 산업으로 유명한 도시인데, 남북전쟁 이후 존 R. 그린(John R. Green)은 그 유명한 "불 더럼" 상표 담배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불 더럼"은 더럼 시의 별명이 되었다. 더럼 시는, 현재는 마이너 리그 트리플 A의 인터내셔널 리그(International League)에 속해 있지만, '19번째 남자' 제작 당시에는 마이너 리그 싱글 A의 캐롤라이나 리그(Carolina League)에 속해 있었던 더럼 불즈(Durham Bulls)팀의 연고지이기도 하다. '19번째 남자'는 더럼 불즈팀의 마이너 리그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더럼 불즈 구단은 기대를 걸고 십만 달러를 투자한 "백만 달러짜리 팔에 5센트짜리 머리를 가진" 아둔한 젊은 신인 투수 에비 캘빈 라루쉬(Tim Robbins)를 조련하기 위해, 마이너 리그에서 12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포수 크래쉬 데이비스(Kevin Costner)를 영입한다. 한편, 더럼 불즈 팬이면서, 초급 대학에서 파트타임으로 영어 101과 초급 작문을 가르치는, 나름 똑똑한 애니는 시즌마다 더럼 불즈팀에서 유망 선수 한 명을 선택하여 잠자리를 같이하면서 인생의 지혜도 주고, 메이저 리그에 갈 수 있도록 조련을 하는 괴짜 여자이다. 이번 시즌에 애니는 에비와 크래쉬 중 한 명을 선택하기 위하여 두 사람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지만, 크래쉬는 먼저 애니를 차 버린다. 애니는 결국 에비를 선택하고, 에비에게 누크라는 별명도 지어 준다.
'19번째 남자'는 스포츠 영화이기는 하지만, 인간 승리의 감동을 주는 보통의 스포츠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 '19번째 남자'는 실제로 마이너 리그 선수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이니만큼, 화려한 메이저 리그에 가려진 마이너 리그의 실상과, 화려한 "쇼"(메이저 리그)를 꿈꾸는 마이너 리그 선수들의 애환을 코믹하게 다룬 영화이다. '19번째 남자'는 "대성당 같은" 메이저 리그의 야구장과는 달리 열악한 마이너 리그의 야구장과, 허름하고 지저분한 로커룸, 낡은 팀 버스를 장시간 타고 원정 경기를 가는 마이너 리그 선수들을 보여 준다. 21일 동안 "쇼"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 크래쉬가 팀 버스 안에서 "쇼"에서는 다른 누군가가 가방을 날라 주고, 배팅 연습도 흰 공으로 하고, 야구장은 대성당 같고, 호텔에서는 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여자들은 모두 다리도 늘씬하고 머리도 좋다라고 이야기하자, 선수들이 부러워하면서 크래쉬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19번째 남자' 후반부에 크래쉬도 "쇼"에 가게 된 사실을 알리러 자신을 찾아 온 누크에게 심술을 부린다. '19번째 남자'는 미국에서 흥행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는 관객들에게 화려한 메이저 리그 선수들의 이야기보다 언젠가 찾아올 지 모를 기회를 기다리는 마이너 리그 선수들의 이야기가 더 와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누크가 메이저 리그로 가자, 크래쉬는 볼일을 다 본 일회용 휴지처럼 더럼 불즈팀에서 방출된다. 크래쉬는 사우스 아틀란틱 리그(South Atlantic League)의 애쉬빌(Asheville Tourists)에서 포수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은 시즌을 끝마치기 위해 애쉬빌로 떠난다. 크래쉬는 애쉬빌에서 247번째 홈런을 쳐 마이너 리그 홈런 신기록을 달성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19번째 남자'는 코믹한 장면들이 많은데, 누크가 크래쉬의 사인을 거부하자, 크래쉬가 누크를 조련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애니의 선택을 받은 누크에 대한 질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타자에게 누크가 던질 공을 알려 주어 누크가 홈런을 얻어맞게 하는 장면이나, 더럼 불즈팀의 선수들이 경기 도중 마운드에 모여 야구와 관계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크래쉬는 마이너 리그 홈런 신기록을 달성하고 마이너 리그 선수 생활을 끝내지만, 대신 애니와의 사랑을 시작한다. '19번째 남자'는 스포츠 코미디 영화이면서 크래쉬와 애니의 사랑을 다룬 로맨스 영화이기도 하다. 먼저 애니를 차 버린 크래쉬는 타석에서 애니를 생각하다 결국 삼진 아웃을 당한다. 애니도 비록 누크를 선택했지만, 그림 없는 책을 보기도 하고, 미숙한 누크와는 달리 여자 스타킹의 스냅을 능수능란하게 풀고, 무엇보다도 "영혼, 남근, 여성의 음부, 여자의 잔허리, 낙차 있는 커브 볼, 강한 근성, 고급 스카치, 수잔 손택(Susan Sontag)의 소설들은 방종에 빠진 과대평가된 쓰레기라는 것과, 리 하비 오즈왈드의 단독 범행, 인공 잔디와 지명 타자 제도를 불법화하는 헌법 개정, 스위트 스폿(sweet spot), 너무 노골적이지 않은 포르노, 크리스마스 이브보다는 크리스마스 아침에 선물을 풀어야 한다는 것과, 3일간 지속되는, 길고 느리고 진하고 부드럽고 촉촉한 키스"를 믿는 크래쉬에게 마음이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애니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 '19번째 남자'는 선수 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크래쉬와 재회하는 장면과 함께 애니의 내레이션으로 끝난다. "월트 휘트먼이 말했었다. "난 야구에서 굉장한 것들을 본다. 그건 우리의 게임, 미국의 게임이다. 상실한 우리를 치료해 주고 우리에게 축복이 되어 줄 것이다." 한번 찾아 보세요."
'19번째 남자'에서 애니 사보이를 연기한 수잔 서랜든과, 에비 캘빈 "누크" 라루쉬를 연기한 팀 로빈스는 실제로 연인 사이로 발전하여 결혼까지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2009년에 이혼했다. '19번째 남자'에서 야구장에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야구의 광대 왕자" 맥스 팻킨(Max Patkin)은 실제 인물이다. 실제로 "야구의 광대 왕자(The Clown Prince of Baseball)"로 잘 알려진 맥스 팻킨은 1995년에 광대 생활을 그만두기 전까지 51년 동안 광대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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