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3부작 -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2 (Spider-Man 2, 2004)', '스파이더맨 3 (Spider-Man 3, 2007)' - 의 1편인 '스파이더맨'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피터 파커(Tobey Maguire)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피터 파커의 이 대사는 '스파이더맨'뿐만이 아니라 스파이더맨 시리즈 3부작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3부작에 나오는 악당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이들은 원래는 선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스파이더맨'의 악당 그린 고블린(Willem Dafoe)은 원래는 노만 오스본(Willem Dafoe)이었다.

'스파이더맨 2'의 악당 닥터 오크(Alfred Molina)는 원래는 옥타비우스 박사(Alfred Molina)였고, '스파이더맨 3'의 악당 샌드맨(Thomas Haden Church)과 베놈(Topher Grace)은 원래는 각각 플린트 마코(Thomas Haden Church)와 에디 브록(Topher Grace)이었다. 이들은 자신에게 불어닥친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악의 유혹에 빠져 자신에게 주어진 큰 힘을 악용한다.

정체성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고등학생인 어린 피터 파커에게도 시련이 불어닥친다. 피터 파커는 자신의 잘못으로 아버지와도 같은 삼촌 벤 파커(Cliff Robertson)가 강도(Michael Papajohn)에게 살해당하자 죄책감에 시달린다. 악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었던 어린 피터 파커의 마음을 잡아 준 것은 강도에게 살해당하기 전에 피터 파커에게 해준 벤 삼촌의 진심 어린 충고였다.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벤 삼촌의 진심 어린 충고를 마음 깊이 새긴 피터 파커는 스파이더맨(Tobey Maguire)이 되어 자신에게 주어진 큰 힘을 좋은 데 쓰기로 결심한다. 피터 파커는 드디어 자신에게 주어진 큰 힘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은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스파이더맨이다."

관객들은 그린 고블린이 된 노만 오스본과는 달리 자신에게 불어닥친 시련을 극복하고 스파이더맨이 되기로 결심한 어린 피터 파커에 열광하고, 나는 스파이더맨이다라는 피터 파커의 마지막 독백에 박수를 보낸다. 이것이 '스파이더맨'이 대박을 터뜨린 이유다.

'스파이더맨'은 나는 누구인가와 함께 이것은 한 소녀에 관한 이야기이다라는 피터 파커의 독백으로 시작되는데, 소녀는 바로 피터 파커가 6살일 때부터 짝사랑하고 있는 메리 제인 왓슨(Kirsten Dunst)이다. 피터 파커와 메리 제인 왓슨의 엇갈리는 사랑 이야기는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 되어 악당들과 싸우는 영웅적인 이야기와 함께 스파이더맨 시리즈 3부작을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이 '스파이더맨'의 속편을 미리 염두에 두고 '스파이더맨'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파이더맨이 자신의 아버지 노만 오스본을 죽였다고 생각하는 해리 오스본(James Franco)이 스파이더맨에게 복수하겠다고 피터 파커에게 말하는 장면이나, 피터 파커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키스를 한 메리 제인 왓슨이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임을 눈치챈 듯한 장면을 보면 샘 레이미 감독이 '스파이더맨'의 속편을 미리 염두에 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스파이더맨'은 '스파이더맨'보다 훨씬 더 잘 만들어진 '스파이더맨 2'를 위한 전편이라는 의미 외에는 다른 의미는 찾아볼 수 없는, '스파이더맨'만 놓고 보면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는 결코 아니다. 피터 파커는 왜 메리 제인 왓슨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의문이 남는 완전하지 않은 영화의 이야기는 차치하고서라도, 물론 '스파이더맨'이 벌써 10년이나 된 영화이긴 하지만 스파이더맨이 뉴욕의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고, 그린 고블린이 글라이더를 타고 나는 특수효과 장면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장면이거나 합성한 장면이라는 티가 너무 많이 나고, 만화 같은 설정의 액션은 박진감이 많이 떨어진다. 무엇보다도 그린 고블린의 가면과 의상은 그린 고블린이 악당이라기보다는 단순한 만화 캐릭터로 보일 정도로 우습다.

은행 강도들이 탄 헬리콥터가 세계 무역 센터의 쌍둥이 빌딩 사이에 스파이더맨이 설치한 거대한 거미줄에 걸리는 장면의 '스파이더맨'의 예고편이 완성되었었는데, 9/11 테러 사건으로 공개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일부 장면이 영화의 중간에 삽입되었는데, 바로 피터 파커가 본격적으로 스파이더맨이 되어 뉴욕의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장면에서 스파이더맨을 클로즈업시킨 장면이다. 이 장면을 자세히 보면 세계 무역 센터의 쌍둥이 빌딩이 스파이더맨의 눈에 반사되어 보인다.

벤 파커 역의 클리프 로버트슨은 '찰리 (Charly, 1968)'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한 꽤 유명한 원로 배우이다. '스파이더맨'에서 캐릭터에 정말 웃기게 잘 맞는 배우가 신문사 편집장 J. 조나 제임슨(J.K. Simmons) 역의 J.K. 시몬스이다. J.K. 시몬스의 J. 조나 제임슨은 정말 만화책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하다. 샘 레이미 감독의 친구이자,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 시리즈에도 출연한 영화배우 브루스 캠벨과, 스파이더맨을 창조한 스탠 리가 스파이더맨 시리즈 3부작에 걸쳐 카메오로 출연하는데, '스파이더맨'에서는 브루스 캠벨은 링 아나운서(Bruce Campbell)로 출연하고, 스탠 리는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에 나타난 그린 고블린이 던진 폭탄에 의해 건물이 폭파되면서 떨어지는 건물의 파편으로부터 여자 어린 아이를 구하는 한 남자로 화면에 잠깐 나온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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