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죽음이든 나의 일부를 소멸시키니, 그것은 나 또한 인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알려고 하지 말지어다.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린다."
내전이 한창이던 1937년 스페인. 공화 정부파의 의용군에서 폭파 전문 게릴라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인 로버트 조던(Gary Cooper)은 골츠 장군(Leo Bulgakov)으로부터 3일 후 공화 정부파의 공격에 때맞춰 적군의 진격로인 협곡의 다리를 폭파하라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 받는다. 로버트 조던은 늙은 안셀모(Vladimir Sokoloff)의 안내로, 협곡의 다리가 있는 산악 지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파블로(Akim Tamiroff)가 이끄는 게릴라 부대에 합류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제목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영화의 서두에도 나오는, 영국의 시인 존 던(John Donn)이 쓴 시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시에는 동료애, 인류애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죽음에 대한 사색도 느껴지는데, 이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원작 소설의 중심 테마이기도 하다. 이 테마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죽음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주요 테마 중 하나이다. 죽음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주요 테마 중 하나라는 것은 원작자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제1차 세계 대전과 스페인 내전, 제2차 세계 대전을 체험했고, 아버지의 자살을 경험했고, 그리고 자신 또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들을 감안하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죽음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이야기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등장 인물들은 죽음에 직면하거나,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또 다른 테마인 동료애, 인류애도 죽음과 연관되어 나타난다. 로버트 조던은 기차를 폭파하고 적군에게 쫓기는 과정에서 적군의 총탄에 맞고 쓰러진 동료 카쉬킨(Feodor Chaliapin Jr.)이 적군에게 생포되어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권총으로 카쉬킨을 사살한다. 협곡의 다리를 폭파한 후 탈출을 하는데 필요한 말을 훔치다 적군에게 발각된 엘 소르도(Joseph Calleia)와 그의 대원들은 로버트 조던 일당마저 적군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간밤에 내린 눈 위에 난 자국을 따라 자신들을 추적해 온 적군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고 자신들은 결국 적군에게 포위된다. 죽음에 직면한 엘 소르도와 그의 대원들의 얼굴에 죽음의 공포가 서려 있다. 협곡의 다리를 폭파하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적군의 포탄에 맞아 부상을 입고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된 로버트 조던은 마리아(Ingrid Bergman)와 다른 대원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자신은 남아서 적군의 추격을 막기로 결심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는 로버트 조던의 죽음을 암시하는 복선이 영화 곳곳에 깔려 있다. 파블로의 여자 필라르(Katina Paxinou)가 로버트 조던의 손금을 보고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 장면에서, 간밤에 처자식을 보러 마을에 다녀온 페르난도(Fortunio Bonanova)가 공화 정부파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마을에 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로버트 조던에게 해주는 장면에서, 그리고 협곡의 다리를 폭파해야 하는 운명의 날 동이 트기 직전 아름다운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라고 묻는 마리아의 질문에 표정이 어두워지는 로버트 조던의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로버트 조던의 죽음을 암시해 주고 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짓누르는 긴장 속에서 피어나는 로버트 조던과 마리아의 사랑 이야기는 아름답다. 로버트 조던은 파블로가 이끄는 게릴라 부대에 합류한 첫날 마리아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파시스트들에게 부모가 총살을 당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자신마저 철저하게 유린 당한 아픔을 겪은 마리아는 로버트 조던과 사랑에 빠지면서 모처럼 행복을 맛본다. 마리아가 키스를 할 때 코는 어디에 두는지 항상 궁금했었다라고 수줍게 말하면서 로버트 조던과 키스를 하는 장면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장면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흥행에도 성공하고, 작품상을 포함한 9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름으로서 작품성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지만, 정작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영화를 만족해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치적인 이야기들을 뺐다는 이유에서다. 로버트 조던에게 왜 먼 곳에 와서 우리 공화 정부파를 위해 싸우느냐고 묻는 페르난도의 질문에 대답하는 로버트 조던의 대사에서, 그리고 필라르가 혁명이 시작되던 날 마을에서 파시스트들을 몰아낸 파블로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정치적인 이야기가 잠깐 나오기는 하지만 깊이는 없다. 특히 필라르는 파블로의 무용담에 이어, 잔인한 폭도로 변해버린 공화 정부파 마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를 통해 파시스트든 공화 정부파든 상관없이 모두 비인간화되어 가는 전쟁의 실상을 보여주고 반전과 인류애를 이야기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이지만, 그다지 설득력은 없다.
적군의 포탄에 맞아 부상을 입은 로버트 조던과 함께 남겠다고 울부짖는 마리아와, 필라르와 파블로에 의해 끌려가는 마리아를 쳐다보는 로버트 조던의 장면은 관객들의 가슴을 저미게 하는 장면이다. 죽음에 직면한 로버트 조던은 사랑하는 마리아를 생각하며 적군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로버트 조던의 죽음으로 자신의 일부를 잃게 된 관객들을 위한 타종으로 끝을 맺는다.
로버트 조던 역의 게리 쿠퍼와 마리아 역의 잉그리드 버그만은 각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그리고 파블로 역의 아킴 타미로프와 필라르 역의 카티나 팩시누는 각각 아카데미 남우조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지만, 카티나 팩시누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9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하나만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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