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리스트'는 1,100명의 폴란드 유대인의 목숨을 구한 나찌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Oskar Schindler)의 이야기를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이다. 3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동안 이 영화의 촬영을 담당한 야누즈 카민스키의 깊이 있고 아름다운 흑백 화면으로 홀로코스트의 실상을 꽤 사실적으로 보여 준다.

'쉰들러 리스트'의 원작은 쉰들러가 구한 1,100명 중 한 사람이었던 폴덱 페퍼버그(Poldek Pfefferberg) - 영화에서 쉰들러(Liam Neeson)에게 물건을 공급하는 젊은 암상인(Jonathan Sagall)이 그이다 - 의 증언을 바탕으로 쓴 토머스 케닐리의 논픽션 소설 '쉰들러의 방주 (Schindler's Ark)'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1982년, 'E.T. (E.T.: The Extra-Terrestrial, 1982)'의 촬영을 막 마쳤을 때 이 소설을 처음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을 10년 안에 꼭 영화화하겠다고 폴덱 페퍼버그와 약속을 한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자신은 이런 심각한 영화를 만들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고, 실제로 홀로코스트를 체험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이 영화의 연출을 제안하지만 거절당한다. 친구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도 제안을 해보지만 역시 거절당한다. 소설 '쉰들러의 방주'를 처음 접하고 10년이 지난 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결국 자신이 직접 연출하기로 결심을 하고 스티븐 자일리언에게 각색을 부탁한다. 또한 홀로코스트 당시의 사실성과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흑백 화면의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영화로 만들기로 결정을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의 스토리보다는 주로 영상미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대표적인 영화감독 중 하나이다. '쉰들러 리스트'에서도 스토리보다는 영상이 중요시되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함으로서 자기의 장기를 최대한 이용하여 홀로코스트의 실상을 꽤 충격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러한 영상 기법의 선구자인 데이비드 린 감독의 추종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쉰들러 리스트'에서도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 주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대표적인 한 예로 영화의 시작에서 보여 주는, 촛불이 꺼지면서 나는 연기가 기차의 연기로 바뀌는 장면은 데이비드 린 감독의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 1962)'에서 로렌스 중위(Peter O'Toole)가 성냥의 불을 끄는 순간 태양이 떠오르는 뜨거운 사막으로 바뀌는 장면을 연상시키는데, 흑백 화면에 컬러로 처리된 꺼져가는 촛불은 어두운 홀로코스트의 참상이 시작됨을 암시하고 있다 - 영화 후반부에 쉰들러에 의해 목숨을 건진 랍비 Menasha Levartov(Ezra Dagan)가 쉰들러의 공장에서 유대교 안식일 예배를 보는 장면에서도 컬러로 처리된 촛불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의 촛불은 희망을 암시하고 있다.

1943년 3월 13일, 크라코우(Krakow)의 유대인 거주 지역이 폐쇄된다. 흑백 화면으로 보여 주는 지옥과 같은 이 아비 규환 속에서 빨간 옷을 입은 여자 아이의 등장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뛰어난 연출 감각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다. 사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스티븐 자일리언 이전에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 1985)'의 각색을 담당했던 커트 루에드케에게 '쉰들러 리스트'의 각색을 먼저 부탁하였으나, 커트 루에드케는 기회주의자 사업가였던 쉰들러가 자기의 전 재산을 털어 유대인들을 구하기로 한 쉰들러의 심적 변화가 아무런 계기도 없이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여 4년 동안의 각색 작업을 포기했던 비화가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빨간 옷의 여자 아이를 통해 독일군의 잔혹함을 극대화시킴과 동시에, 독일군의 잔혹함을 보고 겪게 되는 쉰들러의 심적 변화를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이해시키고 있다 - 영화의 후반부에 시체로 변한 빨간 옷의 여자 아이가 한번 더 나오는데, 쉰들러로 하여금 쉰들러의 리스트를 작성하기로 결심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빨간색은 같은 여자 아이라는 것을 표시해 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쉰들러의 심적 변화의 계기를 주는 장치이다.

1944년 4월, 애몬 괴트(Amon Goeth, Ralph Fiennes)에게 플라초프(Plaszow)와 크라코우 학살에서 희생된 1만 명의 유대인의 시체를 발굴, 소각하라는 군당국의 명령이 떨어진다. 시체들을 수거하고 태우고 있는 이 곳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여기에서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 주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시체들을 태우는 거대한 화염을 뒤로 하고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는 한 독일 장교의 장면에서 관객들은 생지옥에 있는 인간의 광기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시체들을 태우는 거대한 화염을 뒤로 하고 마주 서 있는 쉰들러와 괴트의 장면은 선과 악이 충돌하여 싸우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예를 들어 모래 바람을 통해 로렌스의 흥분을 묘사한 장면에서 이러한 비슷한 영상 기법을 볼 수 있다.

괴트로부터 플라초프 수용소는 곧 폐쇄되고 수용소의 유대인들은 아우슈비츠(Auschwitz)로 이송될거란 이야기를 들은 쉰들러는 유대인들을 구해내기 위한 리스트를 작성한다. 쉰들러가 유대인 한 명 한 명에 대한 몸값을 지불하고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음을, 리스트의 마지막 장을 작성할 때서야 비로소 알게 된 이츠핵 스턴(Ben Kingsley)은 타자기에서 리스트의 마지막 장을 빼낼 때 아주 조심스럽게 다룬다. 자기가 다루고 있는 리스트는 단지 유대인의 이름이 적혀 있는 종이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The list is an absolute good. The list is life.

All around its margins lies the gulf."

(이 리스트는 절대 선입니다. 이 리스트는 생명입니다.

가장자리 여백은 (폭풍을 막아주는) 만이죠.)

 

결국 독일의 패배로 전쟁은 끝이 난다. 쉰들러는 소련군을 피해 공장을 떠나기 직전 스턴으로부터 탈무드의 한 구절이 새겨진 반지를 받고는 자기가 한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이었는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지 못한 것을 눈물로서 자책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특유의 지극히 감상적인, 불필요한 장면이라 비판하는데, 물론 감동을 자아내기 위한 조금은 억지스러운 장면으로 보여지긴 하지만, 그래도 이 장면을 통해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한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다.

"Whoever saves one life saves the world entire."

(한 생명을 구하는 자 세상을 구하리라.)

 

하지만 쉰들러의 리스트에 올라 살아남은 실제 인물들이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그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과 함께 오스카 쉰들러의 무덤 위에 차례로 돌을 놓는 장면은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감동을 자아내기 위해 너무나 늘려버린 듯한 이러한 화면의 전개에서 오는 지루함은 차치 물론하더라도,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흑백 화면으로까지 만들어진 영화의 의도와는 달리, 이 마지막 장면에서의 영화배우들의 이런 식의 출연은 스스로 지금까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다룬 화면들은 영화임을 밝힘으로서 영화의 사실감을 반감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마지막 진한 여운마저 희석시켜 버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감동의 극대화를 노린 것으로 보이나 오히려 진한 여운을 없애 버린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오랫동안 쌓아올린 명성과는 달리 수상하지 못했던 아카데미 감독상을 '쉰들러 리스트'로 첫수상의 영광을 안게 되며, '쉰들러 리스트'는 감독상을 포함, 작품상, 각색상, 촬영상 등 7개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다.

Posted by unforgettab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