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중학생, 고등학생일 때 "스크린(Screen)"이라는 영화 전문 월간 잡지책이 있었다. 그때도 영화를 워낙 좋아했던 나는 창간호부터 매달 빠짐없이 사서 보곤 했었다. 다 보고는 무슨 보물인 양 부록으로 나오는 영화 포스터와 영화배우들의 브로마이드, 책받침 등과 함께 정성스레 보관했었다. 그리고 상품도 많이 받았다. 그중 시사회 초대권도 많이 받은 상품들 중 하나였는데, '시네마 천국'도 상품으로 받은 시사회 초대권으로 보았었다. 시사회 날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몰래 빠져나와 영화를 보러 갔었는데, 그 때문에 다음날 아침 선생님에게 많이 맞았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인지 '시네마 천국'에 나오는, 영화를 무지 좋아하는 어린 시절의 토토(Salvatore Cascio)의 모습이 나의 모습처럼 느껴져 시사회 때 '시네마 천국'을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었다. 하지만 그때는 간직한 추억보다 추억을 만들 시간이 더 많았던 때였던만큼 옛시절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시네마 천국'의 감동을 100% 느끼지 못했었다. '시네마 천국'의 중년의 토토(Jacques Perrin)처럼 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을 보낸 후에 '시네마 천국'을 다시 보니 시사회 때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아마 세월이 더 흐른 후에 '시네마 천국'을 다시 보면 또다른, 더 진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네마 천국'은 누구나가 어린 시절에 경험했을 이야기들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에 젖게 만든다. '시네마 천국'은 소년 토토와 알프레도(Philippe Noiret)의 나이를 초월한 우정, 청년 토토(Marco Leonardi)와 엘레나(Agnese Nano)의 이루지 못한 사랑, 성공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마을을 떠나는 토토의 이야기들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던 옛사람들, 짝사랑의 경험들, 사랑의 실패로 아픔을 맛본 경험들, 인생의 큰 갈림길에서 선택의 고민을 했던 경험들과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 어떠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까 등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끔 해 주고 있다.

'시네마 천국'은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와 함께, 텔레비전이 세상에 나오기 이전 영화가 유일한 오락거리였던 시절에 대한 향수가 가득한 영화이다. '시네마 천국'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이야기가 "영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린 시절 토토가 살았던 마을은 마을의 일상 생활이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이라는 영화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곳이다. 시네마 천국은 마을 사람들의 놀이터이자 안식처,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만나는 만남의 장소이다. 마을 사람들은 영화를 통해 웃고, 울고, 인생을 즐긴다. '시네마 천국'은 영화에 대한 예찬과 함께, 넉넉하진 않았지만 마음만은 여유롭고 낭만적이었던 옛시절에 대한 향수에 젖어 있는 영화이다.

'시네마 천국'에서 영화 음악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옛시절에 대한 향수에 젖게 만드는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처음에는 상영 시간이 123분인 '시네마 천국'이 영화관에 개봉되었으나, 후에 상영 시간이 174분인 '신 시네마 천국'이란 새로운 제목으로 재개봉되었다. '신 시네마 천국'에는 '시네마 천국'에는 없는, 3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중년의 토토가 과거에 헤어진 연인 엘레나(Brigitte Fossey)를 재회하는 장면이 삽입되어 있다. 시사회에서 '시네마 천국'을 처음 보았을 때 토토와 엘레나의 사랑 이야기에서 뭔가가 빠진 듯한, 이야기의 전개가 끊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신 시네마 천국'에서는 그렇다고 너무 많이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연히 보게 된 옛날의 엘레나를 닮은 여자 아이를 추적해 실제 엘레나와 재회한다는 상황 설정이 자연스럽지 못해 보였고, 무엇보다 영화의 여운을 잃은 듯하여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보다 토토가 다시 찾은 "시네마 천국"의 영사실에서 옛날 엘레나가 토토를 떠나기 전 토토에게 남긴 메모를 우연히 발견하는 장면만을 삽입하고 엘레나는 토토의 추억 속으로만 남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쨌든 '시네마 천국'은 인간미 넘치는 유머와 향수가 적절하게 섞인,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라는 생각에는 이의가 없는 영화이다. '시네마 천국'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과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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