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 of the Third Kind, 1977)'에 이어 'E.T.'에서도 외계에서 온 미지의 생명체를 공포의 대상이 아닌 친근한 대상으로 묘사하고 있다. 선하게 생긴 커다란 눈과 갓 태어난 쪼글쪼글한 아기의 얼굴을 가진 E.T.의 모습부터가 앙증스럽다. 하지만 '미지와의 조우'가 어른들의 관점에서 외계 생명체와의 접근을 시도했다면, 'E.T.'는 아이들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확실히 'E.T.'는 장면 구성이나 이야기 전개 모두가 철저하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장면 구성의 대표적인 예가 E.T.를 추적하는 어른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항상 어른들의 허리 부분만을 비추는데, 이는 어른보다 키가 작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어른들을 볼 때 아이들의 눈에 비춰지는 어른들의 모습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어른들을 볼 때 느끼는 어른들의 위압감을 관객들도 똑같이 느낄 수 있게끔 해 주고 있다.

부모의 별거로 아빠 없이 엄마 메리(Dee Wallace)와 형 마이클(Robert MacNaughton), 그리고 동생 거티(Drew Barrymore)와 함께 살고 있는 외로운 소년 엘리엇(Henry Thomas)은 사고로 동료들과 떨어져 지구에 홀로 남게 된 외계 생명체와 친구가 된다. 엘리엇과 마이클, 거티는 이 외계 생명체에게 말하는 법, 사탕 먹는 법, 옷 입는 법 등 지구인의 관습을 가르쳐 주고, E.T.라는 이름도 붙여 준다. 하지만 그들의 비밀스런 우정은 E.T.를 추적해온 과학자들과 정부 요원들에 의해 오래 가지는 못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부모의 이혼으로 외로웠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E.T.'의 엘리엇에게 투영시켜 놓았다. 엘리엇은 아빠에게 의지하듯 외계인 친구 E.T.에게 의지함으로써 자신의 외로움을 달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러한 이야기 전개 속에서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다.

동심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에 맞서는 순수한 아이들의 환상적인 모험과, 남녀노소 모두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감동 - E.T.가 엘리엇에게 생명을 주고 자신은 죽어 가는 장면과, 엘리엇과 E.T.의 이별 장면 - 을 주는 'E.T.'는, 달을 배경으로 엘리엇과 E.T.가 탄 자전거가 날아가는 영화의 한 장면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자신의 독립 프로덕션인 엠블린 엔터테인먼트(Amblin Entertainment)의 로고로 사용될 정도로 흥행에서 초대박을 터뜨린다.

"E.T. phone home."

(E.T. 집으로 전화.)

 

'E.T.'에 대한 엘리엇의 진심어린 사랑은 죽어가는 E.T.를 기적적으로 살려낸다. 탈출에 성공한 E.T.가 앰뷸런스에서 내리는 모습이 마치 예수가 부활한 모습과 비슷해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E.T'에서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막대한 역을 맡은 헨리 토마스는 감성이 풍부한 외로운 소년 엘리엇을 완벽하게 연기한다. 그리고 당시 7살이었던 드류 배리모어의 모습도 굉장히 귀엽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오랜 동업자인 존 윌리암스의 웅장한 음악 역시 영화의 감동을 더하고 있다.

'E.T.'를 개봉관에서 처음 봤는데, 이 장면에서 관객들의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던 기억이 난다. 재미있는 사실은 2002년에 나온 'E.T.'의 20주년 특별 기념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여 정부 요원이 들고 있던 장총을 무전기로 바꾸어 놓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 장총 장면을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E.T.'를 얼마나 순수한 동심의 관점에서 만들고 싶어 했었나를 보여 주는 이야기이다.

"I'll be right here."

(난 여기에 있을거야.)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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