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이렇게 웃어 본 적 얼마만이던가? 부부 사이인 조나단 데이톤 감독과 발레리 페리스 감독의 영화감독 데뷔작인 '미스 리틀 선샤인'은 대단히 웃기는 코미디 영화이다. 하지만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코미디 영화는 아니다. '미스 리틀 선샤인'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풍자하는 코미디 영화이다.
6, 7세 여자 어린이만 출전할 수 있는 뉴멕시코 앨버커키 지역 미스 리틀 선샤인 미인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후버 집안의 막내딸 올리브(Abigail Breslin)는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주 경연 미스 리틀 선샤인 미인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하는 수 없이 후버 가족들 모두가 고물 미니버스를 타고 올리브의 미인 대회 출전을 위한 캘리포니아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올리버의 가족들은 하나같이 인생의 패배자이거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 미국 제일의 프루스트 학자이자 동성애자인 외삼촌 프랭크(Steve Carell)는 사랑하던 남자와, 맥아더 재단이 수여하는 천재 연구 장학금을 미국 제이의 프루스트 학자인 래리 슈거맨에게 빼앗기고 상실감에 빠져 자살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상스럽고 거친 입을 가진 할아버지(Alan Arkin)는 헤로인 복용으로 최근에 양로원에서 쫓겨났다. 아버지가 다른 오빠 드웨인(Paul Dano)은 공군 사관 학교에 들어가 조종사가 될 때까지 침묵을 맹세하고 9개월 동안 말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드웨인은 자신이 색맹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좌절한다. 빈정거리는 말투로 입만 열면 밉상인 아빠 리차드(Greg Kinnear)는 성공학 강사이지만 자신의 인생은 그닥 성공적이지 못하다. 자신이 개발한 성공을 위한 9단계 프로그램의 출판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애를 쓰는 리차드는 이 때문에 현재 파산 직전에 처해 있다. 이혼 경력이 있는 엄마 쉐릴(Toni Collette)은 이 상처받은 가족들을 어떻게 지켜야 할 지 감도 못 잡고 있다.
이들은 인생의 패배자일지는 몰라도, 어린 아이들에게 어른처럼 진한 화장을 하게 하고 경쟁을 부추기는 빌어먹을 미스 리틀 선샤인 미인 대회에 있는 사람들 - 대회에 늦게 도착한 올리브를 위해 대회 출전 등록을 해주는 커비(Wallace Langham)와, 귀마개를 한 깡패처럼 생긴 학부형(Geoff Meed)을 제외하고 - 처럼 미치지는 않았다. 드웨인이 프랭크에게 말한다. "빌어먹을 미인 대회. 인생 자체가 결국은 저 빌어먹을 미인 대회 같아요.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는 직장까지."
리차드와 드웨인은 올리브가 장기 자랑 무대에 올라가지 않기를 바란다. 올리브가 미친 사람들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 영 탐탁하지 않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알란 아킨이 연기하는 할아버지는 비록 상스럽고 거친 입을 가지고는 있지만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도 같은 대사들을 마구 쏟아 낸다. 할아버지는 출판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한 아들 리차드에게 말한다. "결과가 어떻든 네 힘으로 뭔가를 하려고 노력했다는 게 중요해.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 나를 포함해서 말이야. 넌 도전했고, 도전은 용기가 있어야 해. 난 네가 자랑스럽다."
또한 대회를 하루 앞두고 자신이 패배자가 될까 두려워 눈물을 흘리는 올리브에게 말한다. "패배자가 뭔지 아니? 진짜 패배자는 질까 두려워서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야. 넌 노력하고 있잖아, 안 그래?...그럼 넌 패배자가 아니야."
할아버지는 캘리포니아로 가는 도중에 헤로인 복용으로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만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후버 가족에게 아주 위대한 유산(?)을 남긴다. 미스 리틀 선샤인 미인 대회 장기 자랑 무대를 위해 올리브에게 춤 동작을 코치해 준 할아버지는 올리브를 통해 빌어먹을 미스 리틀 선샤인 미인 대회와 미친 경쟁 사회에 빅엿을 날린다. 대회 관계자 젠킨스(Beth Grant)가 리차드에게 딸을 무대에서 내리라고 다그치지만 딸이 상처받을까 주저하던 리차드는 자신도 무대에 뛰어올라 빌어먹을 미스 리틀 선샤인 미인 대회와 미친 경쟁 사회에 빅엿을 날린다. 프랭크와 드웨인, 쉐릴까지 무대에 올라 빅엿을 날리는데 동참한다. 무대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된다.
후버 가족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빅엿을 날리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변할 리는 없다. 후버 가족은 결국 미인 대회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후버 가족은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자신을 지켜 주는 건 결국 가족뿐이라는 교훈을.
할아버지 역의 알란 아킨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올리브 역의 아비게일 브레스린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미스 리틀 선샤인'은 작품상을 포함한 4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는데, 남우조연상과 각본상의 2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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