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클레이튼(George Clooney)은 뉴욕 최고의 법률 회사 KBL에 소속된 변호사이다. 30억 달러의 집단 소송에 걸린 세계적인 기업 U 노스의 변호를 맡은 회사 동료 변호사 아서 이든(Tom Wilkinson)이 원고 측의 선서 증언 중에 옷을 벗고 난동을 피우는 사건이 발생한다. KBL의 중역 이사 마티 배치(Sydney Pollack)는 KBL의 가장 중요한 고객인 U 노스를 안심시키기 위해 마이클에게 아서의 강제 입원을 지시한다. 하지만 아서는 미친 것이 아니라, U 노스가 생산한 제초제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고서도 이를 은폐한 U 노스의 기밀 문서를 입수하고는 6년 동안 자신이 변호한 U 노스가 468명의 선량한 농부들을 죽인 살인 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U 노스의 법무팀장 카렌 크로더(Tilda Swinton)는 아서가 U 노스의 기밀 문서를 폭로하려 하자, 미스터 번(Robert Prescott)이라는 전문 해결사를 시켜 아서를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한다. 자살로 마무리된 아서의 죽음에 의심을 품은 마이클은 조사를 시작하고, 결국 아서가 폭로하려 한 U 노스의 기밀 문서를 발견한다.
'마이클 클레이튼'은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시리즈 - '본 아이덴티티 (The Bourne Identity, 2002)', '본 슈프리머시 (The Bourne Supremacy, 2004)', '본 얼티메이텀 (The Bourne Ultimatum, 2007)' - 의 각본을 쓰고, 최근에 개봉한 제레미 레너 주연의 '본 레거시 (The Bourne Legacy, 2012)'에서는 각본도 쓰고 연출까지 한 토니 길로이 감독의 영화감독 데뷔작이다.
'마이클 클레이튼'이 본 시리즈의 각본을 쓴 토니 길로이 감독이 연출한 영화라고 해서 본 시리즈처럼 화끈한 액션 영화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보면 실망한다. '마이클 클레이튼'은 액션 영화가 아니다. '마이클 클레이튼'의 줄거리만을 보고 스릴러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보면 역시 실망한다. '마이클 클레이튼'을 스릴러라 생각하고 보면 영화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이 때문에 난 '마이클 클레이튼'을 연달아 두 번이나 보았다. 처음에는 나도 '마이클 클레이튼'을 스릴러라 생각하고 보았는데,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특히 영화의 주인공 이름을 그대로 영화 제목으로 정한 진짜 의도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두 번 보고 나서야 '마이클 클레이튼'이 스릴러가 아닌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라는 것을, 특히 '마이클 클레이튼'은 마이클이 부도덕한 거대한 사회 조직 속에서 자신과, 자신의 양심을 지키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서가 치료를 받으라고 자신을 설득하는 마이클에게 자신을 강제 입원시키려면 자신을 법정에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하자, 마이클이 자신은 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자 아서가 마이클에게 묻는다. "그럼 넌 누구야?"
마이클은 KBL의 변호사이지만 실제로 그가 하는 일은 회사를 위해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뒤에서 해결하는 뒷처리 전문 해결사이다. 뺑소니 사고를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려고만 하는 그리어 씨(Denis O'Hare)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건 해결을 해주지 않는 마이클에게 불평을 하자 마이클이 말한다. "난 기적의 해결사가 아닙니다. 난 청소부입니다."
마이클은 회사에서는 뒷처리 전문 해결사이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산적한 문제들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혼남인 마이클은 다른 남자(Frank Wood)와 재혼한 전처(Jennifer Van Dyck)와 살고 있는 어린 아들 헨리(Austin Williams)를 돌봐 주어야 하고, 만약을 대비해 부업으로 시작한 레스토랑 사업은 망해 큰 손해를 보고 있고, 알코올 중독자인 동생 티미(David Lansbury)가 진 빚 7만 5천 달러를 대신 갚아야 하고, KBL이 런던의 법률 회사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어 회사에서의 자신의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마이클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아서가 U 노스의 기밀 문서를 폭로하려 하였고, 이 때문에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낸 마이클에게 마티는 8만 달러의 보너스와 3년의 계약 연장을 제시한다. 8만 달러와 3년 연장된 계약을 위해 아서와 자신의 양심을 버리느냐, 부도덕한 U 노스의 기밀 문서를 폭로하여 아서와 자신의 양심을 지키느냐, 차이나타운에서 카드를 치고 있는 마이클의 심정은 복잡하다. '마이클 클레이튼'이 마이클이 차이나타운에서 카드를 치고 있는 시점에서 영화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도 마이클이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뺑소니 사고를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려고만 하는 부도덕한 그리어 씨를 보고 나서인지, 또는 생명의 위협을 받고 나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마이클은 자신의 양심을 지키는 선택을 한다. 카렌이 마이클이 쳐놓은 덫에 걸려 자백을 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주는데, 이는 인과응보의 결말을 보여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마이클이 자신의 양심을 지키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충격을 받고 바닥에 주저앉은 카렌과, 카렌을 체포하러 온 경찰관들, 그리고 U 노스의 최고 책임자 돈 제프리스(Ken Howard)가 부른 경비원들로 아수라장이 된 홀을 뒤로 한 채, 홀을 빠져나오는 마이클을 긴 숏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마이클이 복잡한 심정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택시를 탄 마이클의 얼굴을 오랫동안 보여주는 '마이클 클레이튼'의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다.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마이클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마이클 클레이튼 역의 조지 클루니, 카렌 크로더 역의 틸다 스윈튼, 아서 이든 역의 톰 윌킨슨의 연기는 정말 훌륭하다. 조지 클루니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틸다 스윈튼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톰 윌킨슨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틸다 스윈튼만 수상했다. '투씨 (Tootsie, 1982)'와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 1985)'를 연출한 영화감독이자, 영화배우로도 활동한 시드니 폴락 감독이 마티 배치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마이클 클레이튼'이 시드니 폴락 감독의 생전 마지막 출연 작품이다. '마이클 클레이튼'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6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하나만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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