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에 시달리는 트래비스 비클(Robert De Niro)은 야간 택시 운전기사로 일하기 위해 택시 회사를 찾아간다. 트래비스는 유대교 명절이든, 브롱크스 남부나 할렘과 같은 도시의 변두리든, "언제 어디서든 (anytime anywhere)" 일하기를 원한다. 트래비스는 택시를 타고 뉴욕의 밤거리를 다니며 타락한 사회를 보고 분노를 느낀다. "모든 쓰레기들은 밤에 나온다. 매춘부, 남창, 호모, 마약 중독자. 병들고 타락했다. 언젠가 진짜 비가 내려 이 모든 쓰레기들을 거리에서 깨끗이 씻어 낼 것이다."

트래비스는 너무나 외롭다. 밤에 12시간을 일해도 지독한 외로움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일을 마치고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노트에 일기를 쓰거나, 포르노 극장에 가는 것뿐이다. 포르노 극장 안의 매점 여자(Diahnne Abbott)에게 말을 걸어 보기도 하지만 외면만 당한다. 트래비스는 어떻게든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내 인생에 탈출구가 필요하다. 사람은 병적인 자기 관심에만 인생을 바쳐서는 안 된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트래비스는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대통령 후보인 찰스 팰런타인(Leonard Harris)의 선거 운동 본부에서 일하는 벳시(Cybill Shepherd)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지만, 벳시를 포르노 극장에 데리고 갔다가 벳시에게 매몰차게 차이고 만다.

'택시 드라이버'는 트래비스가 지독한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기 위한 시도를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볼 수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온갖 촬영 기술들을 동원하여 관객들을 트래비스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카메라를 360도로 천천히 회전시키면서 트래비스가 일하는 택시 회사와 트래비스가 살고 있는 집을 샅샅이 보여 주기도 하고, 트래비스의 시점에서 타락한 뉴욕의 밤거리를 슬로 모션(slow-motion)으로 보여 주기도 한다. 관객들은 트래비스가 보고 느끼는 것을 공유하고, 트래비스에 동화되어 간다. 관객들은 트래비스처럼 타락한 사회 속에 갇혀 사는 외로운 존재가 된다. 관객들은 트래비스가 느끼는 외로움과 분노를 이해하게 되고, 심지어 영화의 마지막에 트래비스가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사창가의 악당들과 총격전을 벌이게 되는 상황까지 이해하게 된다.

트래비스는 지독한 외로움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찾으려 하지만 도무지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트래비스는 타락한 사회에 분노하면서도 자신도 타락한 사회 속에 길들여져 이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낀다. 벳시와의 두 번째 데이트에서 벳시를 포르노 극장에 데리고 간 것도 자신이 아는 것이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트래비스는 벳시와의 첫 데이트에서도 벳시와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신의 한계를 느낀다. 트래비스는 우연히 자신의 택시를 탄 찰스 팰런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부를 하지만 찰스 팰런타인의 경계심만 불러일으킨다. 벳시에게 차인 트래비스는 동료 택시 운전기사인 위저드(Peter Boyle)에게까지 말을 걸어 어떻게든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 보려 하지만 소용이 없다. 트래비스의 외로움은 점점 사회에 대한 분노로 바뀌어 간다. 트래비스는 거울 속의 자신에게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다.

"You talkin' to me?"

(나한테 말하는 거냐?)

 

트래비스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타락한 사회를 정화하겠다는 망상에 빠져든다. "잘 들어, 멍청이들아. 더이상 참지 않겠어. 쓰레기 같은 놈, 더러운 년, 개, 오물, 똥에 맞설 사내가 여기에 있어. 맞서 싸우기 위해 일어선 자가 여기에 있어. 여기에..."

트래비스는 우연히 만난 12살짜리 창녀 아이리스(Jodie Foster)를 포주인 스포트(Harvey Keitel)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하지만 아이리스는 이를 거부한다. 트래비스는 아이리스마저 자신을 거부하자 마침내 사회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다. 트래비스는 자신을 거부한 두 여자, 벳시와 아이리스의 포주인 찰스 팰런타인과 스포트를 죽이고, 벳시와 아이리스를 이들로부터 구해 내기로 마음먹는다. 사회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트래비스에게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벳시를 이용하는 찰스 팰런타인이나, 아이리스를 이용하는 스포트나 다를 바가 없다. 트래비스는 찰스 팰런타인을 유세장에서 저격하려다 실패하자 스포트를 찾아간다. 그리고 스포트의 복부에 총알을 박아 넣는다. "이거나 처먹어라!"

트래비스가 아이리스를 구해 내기 위해 사창가의 악당들과 벌이는 총격전 장면은 지금 보아도 상당히 폭력적이다. 총격전 장면을 자세히 보면 화면의 색감이 달라지는데, 이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화면 가득한 붉은 피의 선명도를 줄이고 관객들에게 혐오감을 덜 주기 위해 총격전 장면만 채도를 낮추는 영상 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택시 드라이버'의 결말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래비스는 영웅이 된다. 트래비스는 아이리스의 부모로부터 감사의 편지까지 받는다. 트래비스의 택시를 탄 벳시는 영웅이 된 트래비스를 다정하게 대한다. 사회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해 대통령 후보를 저격하려 했던 트래비스가 영웅이 되는 결말은 사회의 가치 판단 기준마저 흔들고 있어 관객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 너무나도 혼란스런 결말로 인해 많은 관객들과 영화 평론가들이 결말이 현실이 아닌, 총격전에서 총을 맞고 소파에 쓰러져 죽어 가는 트래비스의 환상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택시를 탄 벳시를 목적지에 내린 후 다시 뉴욕의 밤거리로 들어선 트래비스가 백미러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으로 트래비스는 총격전에서 죽지 않았고, 따라서 결말이 트래비스의 환상은 아닌 듯하다.

결말이 현실이든 트래비스의 환상이든, 어쨌든 외로움으로 고통받던 트래비스는 구원을 받았다. 하지만 트래비스가 백미러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 장면은 또 다른 의문을 던지고 있는데, 과연 트래비스는 정말로 구원을 받았는가, 즉 외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났는가 하는 것이다. 트래비스가 또다시 외로움에 빠져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 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타락하고 개인을 외롭게 만드는 사회는 결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 다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트래비스 비클 역의 로버트 드 니로와 아이리스 역의 조디 포스터 - 영화 촬영 당시 조디 포스터의 나이는 13살이었다 - 는 각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트래비스의 택시 안에서 한 아파트의 2층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람을 피는 아내의 실루엣을 지켜보는 손님(Martin Scorsese) 역으로 영화에 잠깐 출연도 한다.

'택시 드라이버'는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의 4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지만 하나도 수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1998년에 선정한 "위대한 미국 영화 100 (AFI's 100 Years...100 Movies)"에서 47위를, 새로이 선정한 2007년 10주년 기념판에서는 52위를 차지했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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