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는 아버지와 함께 밀랍으로 날개를 몸에 붙이고 크레타섬을 탈출하였으나, 아버지의 주의를 잊고 너무 높이 날아 올라 태양열에 밀랍이 녹는 바람에 바다에 떨어져 익사하였다. '에비에이터'에서 9살의 어린 하워드 휴즈(Jacob Davich)가 엄마(Amy Sloan)에게 말한다. "내가 어른이 되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비행기를 조종하고,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영화를 만들고,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될 거야."

어른이 된 하워드 휴즈(Leonardo DiCaprio)는 실제로 당시 최고인 4백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초대작 영화 '지옥의 천사들 (Hell's Angels, 1930)'을 만들고, 1935년 9월 13일에 자신이 설계한 비행기로 세계 비행 기록을 갱신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TWA 항공사를 인수하여 세계 굴지의 항공 재벌이 된다. 하지만 미래만을 내다보고 너무 높이 날은 하워드 휴즈는 그만 어둠의 바다에 떨어지게 되는데, 평생 그를 괴롭힌 강박 장애와, 비행 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인해, 생전 마지막 25년을 외부와 완전히 단절한 채 은둔하며 비참하게 보낸다. '에비에이터'는 실제 인물인 하워드 휴즈(Howard Hughes)의 이야기를 다룬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이미 실제 인물들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들이 성공하고, 이들이 가진 어떤 결점으로 인해 스스로 몰락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영화가 '분노의 주먹 (Raging Bull, 1980)'과 '좋은 친구들 (Goodfellas, 1990)'이다. '분노의 주먹'은 유명한 권투 선수였던 제이크 라 모타(Jake La Motta, Robert De Niro)가 의처증과 괄기로 스스로를 망치고 결국 쓸쓸한 나이트클럽의 스탠딩 개그맨으로 전락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좋은 친구들'은 잘나가는 갱단의 일원이었던 헨리 힐(Henry Hill, Ray Liotta)이 자신의 분수를 알지 못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가지게 된 특권을 남용하다 결국 갱단의 친구들을 밀고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그 댓가로 평생을 연방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들어가 살게 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에비에이터'는 영화 제작자겸 영화감독, 공학자, 사업가, 비행사로 높이 날던 하워드 휴즈가 점점 심해져 가는 강박 장애로 어둠의 바다에 떨어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에비에이터'는 하워드 휴즈가 강박 장애를 갖게 된 원인을 보여주는 어린 시절의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장면이 하워드 휴즈가 '지옥의 천사들'을 촬영하는 1927년의 할리우드로 넘어가면서 하워드 휴즈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워드 휴즈는 '지옥의 천사들'의 촬영 현장에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휴즈 공구 회사의 경영을 맡아 줄 노아 디트리히(John C. Reilly)를 고용한다.

하워드 휴즈는 '지옥의 천사들'을 만들면서, 자신을 비웃는 할리우드 제작자들과 언론에게 복수를 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강박 장애로부터 오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거의 병적인 완벽주의를 드러낸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속도감을 느낄 수 없다는 이유로 구름을 배경으로 다시 촬영을 하고, 발성 영화인 '재즈 싱어 (The Jazz Singer, 1927)'를 보고는 '지옥의 천사들'도 발성 영화로 만들기 위해 '지옥의 천사들' 전체를 재촬영한다. 결국 3년만에 완성하여 발표한 '지옥의 천사들'은 예상을 뒤엎고 할리우드의 모든 흥행 역사를 갈아치운다. 하워드 휴즈는 계속해서 '스카페이스 (Scarface, 1932)'를 제작하기도 하고, 제인 러셀을 주연으로 하여 '무법 (The Outlaw, 1943)'을 또 한번 자신이 직접 만들기도 한다.

하워드 휴즈는 자신이 직접 새로운 비행기들을 만들기 위해 TWA 항공사를 인수한다. 그리고 자신이 설계한 비행기를 자신이 직접 조종하여 모든 세계 비행 기록을 갱신하고, 4일만에 세계 일주를 함으로서 세계 항공로를 개척한 진정한 비행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계와 항공 산업의 거물이 된 하워드 휴즈는 진 할로우(Gwen Stefani), 캐서린 헵번(Cate Blanchett), 제인 러셀, 에바 가드너(Kate Beckinsale)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 숱한 염문을 뿌리기도 한다.

하워드 휴즈는 국제선을 독점하려는 라이벌 항공사인 팬 암의 대표 후안 트립(Alec Baldwin)의 도전을 받게 된다. 후안 트립은 랄프 오웬 브루스터 의원(Alan Alda)을 조종하여, 팬 암이 국제선을 독점하도록 하는 공동 항공 법안을 내게 하고, 공동 항공 법안에 반대하는 하워드 휴즈를 전쟁 중에 정찰기 XF-11와 군대 수송기 "헤라클레스"를 만들기로 하고 미국 정부로부터 5천 6백만 달러를 받아 폭리를 취했다는 죄목으로 공청회에 세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하워드 휴즈의 강박 장애는 점점 더 심해져 간다.

'에비에이터'는 보통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야망을 가지고, 남다른 스케일의 삶을 산 하워드 휴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만큼, 영화의 스케일 또한 '분노의 주먹'이나 '좋은 형제들'보다 훨씬 크다. 그리고 '에비에이터'는 보다 발전된 영화 제작 기술로 만들어진 놀라운 특수효과 장면들을 보여주는데, 하워드 휴즈가 정찰기 XF-11을 시험 비행하다 추락하는 장면과, 거대한 "헤라클레스"가 하늘을 나는 장면은 '에비에이터'의 압권이다.

하지만 '에비에이터'는 '분노의 주먹'이나 '좋은 친구들'에 비해 영화가 주는 감동은 약하다. '에비에이터'는 영화의 결말에 문제가 있다. '분노의 주먹'과 '좋은 친구들'은 모든 것을 잃은 제이크 라 모타와 헨리 힐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후회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에비에이터'는 결국 공청회에서 랄프 오웬 브루스터 의원을 이기고, "헤라클레스"를 공중에 띄우는 데 성공한 하워드 휴즈가 강박 장애 증상을 보이는 장면을 아주 잠깐 보여주면서 영화가 끝나는데, 하워드 휴즈가 강박 장애와 싸우면서도 결국 위기 상황을 이겨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강박 장애로 허무하게 몰락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영화의 결말의 의도가 애매모호하다.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하워드 휴즈 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캐서린 헵번 역의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다. '에비에이터'에서도 캐서린 헵번이 잠깐 언급하기도 하지만 거듭되는 출연 영화의 흥행 실패로 "박스 오피스 포이즌(Box Office Poison)"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던 캐서린 헵번이 다시 영화배우로서 인기를 얻게 되는 '필라델피아 스토리 (The Philadelphia Story, 1940)'를 보면 케이트 블란쳇이 '에비에이터'에서 캐서린 헵번의 연기를 얼마나 완벽하게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에비에이터'는 작품상을 포함한 11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여우조연상, 촬영상, 미술상, 의상상, 편집상의 5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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