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8일 아침 7시 50분, 뉴욕시 Central Park 남쪽의 58th Street와 5th Avenue가 만나는 지점에 한창 출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뉴욕시가 원래 사람들이 많기로 유명한 도시인데다 장소가 Central Park 근처다 보니 관광객들을 위한 길거리 공연이 열리고 있나보다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려는데, 길거리 공연을 하기에는 조금은 이른 아침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면서 무슨 일인가 호기심이 생겼다.

 

사람들이 보여 있는 곳으로 가보니 영화 촬영 현장이었다. 조명 기구들을 설치하고, 카메라도 점검하고, 영화 촬영 준비가 한창이었다. 모두가 분주한 가운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 앉아만 있는 사람은 영화감독이나 촬영 감독 같은데 내가 모르는 사람이다. 무슨 영화를 찍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영화배우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람들을 헤치고 촬영 현장에 더 다가갔다. 10분 뒤 영화 촬영을 시작하려는지 스태프 한 명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당장 꺼지란다. 할 수 없이 5th Avenue를 건너 맞은 편에서 진을 치고 현장을 계속 지켜보았다.

 

내년 5월에 개봉을 하는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 (Sex and the City 2, 2010)'의 촬영 현장이라는 것을 내 옆에 서서 구경하고 있던 멋지게 차려 입은 중년의 한 여자분이 알려 주었다. 한참 뒤, 모여 있던 사람들의 함성 소리와 함께 '섹스 앤 더 시티 2'의 네 명의 주인공 중 하나인 사만다 존스(Kim Cattrall) 역의 킴 캐트롤이 모습을 드러내고 곧바로 영화 촬영이 시작되었다.

전세계 패션을 이끌어온 인기 드라마가 원작인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배우답게 킴 캐트롤의 의상은 뉴욕시의 화려한 곳 중 하나인 5th Avenue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확 띄었다. 나중에 인터넷 뉴스를 보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킴 캐트롤이 들고 있는 저 손가방의 가격이 무려 1,300달러나 한단다 - VBH Palm이라는데, 명품과는 거리가 먼 나에겐 이게 상표 이름인지 손가방 이름인지조차 모르겠다.

수많은 사람들이 킴 캐트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바람에 영화 촬영이 잠시 중단되었다. 한 여자 스태프가 확성기를 들고 카메라 플래시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사람들에게 소리를 꽥꽥 질러댄다. 덕분에 이후에 찍은 내 사진들은 블로그에 올릴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되어 버렸다.

난 1시간 정도만 있다가 그 자리를 떠났는데, 인터넷 뉴스를 보니 나머지 세 주연 배우들 - 사라 제시카 파커, 신시아 닉슨, 크리스틴 데이비스 - 도 그곳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사실 난 TV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Sex and the City)'도 두 세편 정도 밖에 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Sex and the City: The Movie, 2008)'도 아직 안 봤다. 내년에 개봉되는 '섹스 앤 더 시티 2'에 대한 관심 또한 별로 없지만, 그래도 내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여 동영상으로 찍은 장면이 영화에서는 어떤 식으로 나올지 궁금은 하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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