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크고 작은 수많은 축제들이 미국의 도시나 마을 곳곳에서 열린다. 축제의 종류도 장소나 계절에 따라 다양하다. 먹거리 축제, 아트 축제, 재즈 축제, 그리고 여러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마을 축제 등등. 하지만 축제의 다양성은 열리는 축제의 수에 비해 많이 뒤떨어지는 편이다. 실제로 가보면 다른 장소에서 열리는 종류가 다른 축제라 하더라도 그다지 별다를게 없어 실망을 하기도 한다. 미국의 축제는 말 그대로 축제일 뿐이다. 축제가 열리는 장소의 역사적 또는 문화적 배경과는 상관없는 축제가 대부분이라, 우리나라 지방 축제에서 볼 수 있는 특산물이나 그 지방 특유의 문화 공연 같은 것들이 없어 축제의 의미도 없을 뿐만 아니라 축제들이 일률적이고 볼거리들도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된 외국인들에게는 이국에서 열리는 축제 자체가 신기해 보이기 때문에 처음 몇 번은 가게 되지만, 한두 해가 지나면 가는 것 자체가 귀찮아지게 된다.

나도 한동안 가지 않았었는데, 작년 8월 중순에 한 미국인 친구를 따라 뉴욕주에 있는 Hamburg라는 마을에서 열리는 America's Fair에 갔었다. America's Fair 역시 다른 축제와 별다를게 없을 거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여느 축제에서도 볼 수 있는 아이들이나 좋아할 법한 이동식 놀이 기구와 이기면 인형을 주는 게임, 그리고 미국 여느 곳에서도 먹을 수 있는 피자와 핫도그 같은 별다를게 없는 먹거리들. 하지만 America's Fair에서는 같이 간 미국인 친구 덕분에 다른 축제에서는 보지 못한 Ultimate Night of Destruction이라는 쇼를 볼 수 있었다.

Ultimate Night of Destruction은 일종의 자동차 쇼이다. Ultimate Night of Destruction은 Bus Derby, Figure 8 Racing 그리고 Rollover Contest의 세 개의 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그 중 Bus Derby는 여러 대의 대형 버스들이 싸워서(?) 끝까지 살아남는 버스가 이기는 경기이다. 일단 출전 선수들이 하나하나 소개되고, 출전 선수들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바로 1조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디지털 카메라로 1조의 경기 동영상을 찍고 있는데 관객들을 안내하는 아가씨가 사진은 찍어도 되는데 동영상은 안된다고 나한테 주의를 준다. 사진을 찍는 척 하면서 계속 동영상을 찍을 수도 있었지만 아가씨가 시키는대로 했다.

이 경기에도 규칙은 있다. 항상 버스의 뒷부분으로 상대 버스를 공격해야 하며, 공격할 때도 상대 버스의 뒷부분만을 공격해야 한다. 파손되어 더 이상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된 버스는 자동으로 탈락한다. 이렇게 해서 끝까지 움직이는 버스가 500달러의 우승 상금을 타게 된다. 1조의 경기가 끝나자 이어지는 2조의 경기.

Ultimate Night of Destruction을 관람하려면 입장료로 무려 16달러나 내야 한다. 글쎄,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쇼의 질에 비해서 입장료가 조금 비싸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쇼 주최측은 어차피 폐차시킬 차를 쇼에 사용하는데 말이다. 첫경험이었다는 말로 16달러의 손실에 대한 위로를 해야만 했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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