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툰'은 올리버 스톤 감독의 베트남전 영화 3부작 - '플래툰', '7월 4일생 (Born on the Fourth of July, 1989)', '하늘과 땅 (Heaven & Earth, 1993)' - 의 첫번째 작품으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중 최고의 걸작으로, 그리고 베트남전 영화 중에서도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플래툰'은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음향상의 4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플래툰'은 대학을 그만두고 자원 입대해 베트남에 오게 된 이상주의자 크리스 테일러(Charlie Sheen)라는 한 젊은 청년의 눈으로 전쟁의 참상과 그 전쟁 속에서 비인간화되어 가는 군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테일러가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테일러 역의 찰리 쉰의 독백을 통해 전쟁의 참상뿐만 아니라 미국과 미국 사회의 모순에 대한 통렬한 비판까지 가하고 있다 - '플래툰'에서 찰리 쉰의 독백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 1979)'에서 윌러드 대위(Martin Sheen)가 하는 독백을 연상시키는데, 같은 베트남전 영화에다가 독백으로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비슷한 영화 형식도 흥미롭지만, 더 흥미로운 건 독백의 목소리와 말투까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윌러드 대위 역의 마틴 쉰은 찰리 쉰의 실제 아버지이다.
"They come from the end of the line, most of 'em.
...They're poor, they're the unwanted, yet they're fighting for our society and our freedom.
It's weird, isn't it?"
(그들의 대부분은 사회의 밑바닥에서 온 하류층 사람들이죠.
...가난하고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들이지만, 우리 사회와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죠.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보통 베트남전을 다룬 영화 3대 걸작으로 '플래툰'과 더불어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디어 헌터 (The Deer Hunter, 1978)'와 '지옥의 묵시록'을 꼽는데, 개인적으로 세 편의 걸작 중에서도 걸작을 꼽으라면 '플래툰'을 꼽고 싶다. '플래툰'에는 '디어 헌터'에는 없는 현장감이, '지옥의 묵시록'에는 없는 현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플래툰'의 각본을 직접 쓴 올리버 스톤 감독은 젊은 시절에 실제로 베트남전에 참가하여 자기가 직접 전쟁에서 보고 느낀 경험들을 관객들도 최대한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베트남전과 그 참상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따라서 '플래툰'은 관객들이 마치 전쟁터에 실제로 있는 것처럼 전쟁이 주는 극도의 공포와 긴장감을 느낄 수 있게끔 해주고 있으며, 그 속에서 미쳐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반면에 '디어 헌터'는 전쟁 영화이긴 하지만 전쟁 자체보다는 전쟁 이후의 주인공들의 달라진 삶의 이야기들을 주로 다루고 있어, '플래툰'에 비해 전쟁 영화로서의 현장감이 다소 부족하며, '지옥의 묵시록'은 전쟁의 광기를 다분히 추상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플래툰'에 비해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플래툰'에는 '디어 헌터'나 '지옥의 묵시록'에 비해 미국이 타민족에게 행한 행위에 대한 자기 반성이 짙게 깔려 있다. '디어 헌터'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미국의 자성을 바라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이는 타민족에게 행한 행위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국의 국민을 남의 전쟁으로 몰고 간 행위에 대한 반성일 뿐이다. 그리고 '지옥의 묵시록'은 전쟁의 광기 자체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플래툰'에서는, 특히 베트남의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전쟁 속에서 비인간화되어 가는 사람들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이전의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타민족에 대한 미국의 야만적인 모습을 꽤 충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플래툰'의 이러한 자기 반성은 엘리어스 그로딘(Willem Dafoe)이 테일러에게 하는 대사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We've been kicking other people's asses for so long, I figure it's time we got ours kicked."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을 괴롭혔으니, 이젠 우리가 당할 차례야.)
'플래툰'이 비록 전쟁이라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특수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플래툰'의 이야기에 절대적으로 공감을 하고 감동을 받는 건, '플래툰'에서 일어나는 일들 - 소대와 소대에 갓 들어온 전쟁이란 악에 아직 물들지 않은 신병에 대해 보다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소대의 두 상사 밥 반스(Tom Berenger)와 엘리어스 그로딘 간의 대립과 그런 두 상사의 눈치를 보는 소대원들의 갈등 등 - 이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든 대립하는 집단이 있기 마련이고, 같은 집단 내 구성원들끼리조차도 자신의 지위 유지와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에게 날을 세우기도 한다. 이런 각박한 세상 속에서 세상의 그릇된 유혹에 흔들림 없이 자기의 옳바른 신념에 따라 살아가는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한 절제이다. 결국 산다는 것 또한 자기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다.
"I think now, looking back, we did not fight the enemy,
we fought ourselves, and the enemy was in us.
...those of us who did make it have an obligation to build again, to teach to others what we know,
and to try with what's left of our lives to find a goodness and meaning to this life."
(지금 돌이켜보면, 우린 적과 싸운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싸웠습니다. 적은 우리 안에 있었던거죠.
...살아남은 자에게는 그 전쟁을 다시 상기하고, 경험했던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며,
남은 생을 바쳐 생명의 존귀함과 의미를 찾아야 할 의무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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