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 센스'에서 각본과 감독을 담당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 친구 생일 파티에서 기절한 콜(Haley Joel Osment)의 상태에 대해 콜의 엄마 린(Toni Collette)과 상담을 하는 닥터 힐(M. Night Shyamalan) 역으로 영화에 깜짝 출연도 한다 - 은 '식스 센스'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공포 스릴러 영화를 창조한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유령 공포 이야기에 가족의 사랑 이야기를 결합시켜 관객들에게 '식스 센스' 이전의 다른 영화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포와 감동이라는 두 가지의 감정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게끔 해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마지막에서 보여 주는 놀라운 반전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식스 센스'를 반전 영화의 고전으로 만들어 놓았다.
아동 심리학자 말콤 크로우(Bruce Willis)는 한때 자신에게 치료를 받았던 빈센트 그레이(Donnie Wahlberg)라는 환자가 쏜 총에 맞고 침대에 쓰러진다. 그리고 다음 해 가을, 말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9살 소년 콜 시어의 치료를 맡게 되고, 이 과정에서 콜이 죽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말콤은 여전히 사랑하고는 있지만 자꾸만 소원해지는 아내 안나(Olivia Williams)와의 관계로 자신 또한 고통을 겪는다.
"I see dead people."
(죽은 사람들이 보여요.)
'식스 센스'를 본 관객들은 마지막 반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몇 번이고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보게 되는데, 처음 볼 때는 영화의 마지막 반전에 놀라지만, 두번째부터는 마지막 반전을 암시하는 많은 장치들을 교묘하게 영화 속에 숨겨 놓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천재성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이러한 장치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말콤이 총을 맞은 후 영화가 끝날 때까지 말콤과 대화를 주고 받는 사람은 죽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콜뿐이라는 것이다. 영화 중간 중간에 말콤이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장면들이 나오는데,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가지만, 반전을 알고나서 영화를 다시 보면 이 장면들에서 말콤의 주변 사람들이 말콤의 존재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외에도 마지막 반전을 암시하는 여러가지 장치들이 영화 속에 숨겨져 있는데, 말콤이 여러번 열려고 시도를 하나 열리지 않는 지하실 문 - 영화의 마지막에 반전과 함께 지하실 문이 열리지 않는 이유가 나온다 - 이라든지, 지하실 문이 열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지하실에서 책을 보는 말콤의 모습, 그리고 말콤이 영화 내내 총에 맞는 날 밤에 입고 있었던 옷들만 입고 나온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식스 센스'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콜이 죽은 사람들이 보인다고 자신의 비밀을 말콤에게 말할 때 말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은 말콤도 죽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거의 다 말해 주고 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마지막 반전에 대한 교묘한 암시들과 더불어 유령이 나타날 때 주는 암시들 - 주변의 기온이 떨어진다거나 붉은 색의 사용 - 을 정교하게 그리고 적절하게 사용하여 영화의 공포스런 분위기와 긴장감을 한층 높여 주고 있다.
이러한 공포스런 분위기와 긴장감 속에서, 콜과 엄마 린, 말콤과 아내 안나, 그리고 영화에는 등장하지는 않는 콜의 할머니와 딸 린의 관계를 중심으로 보여 주는 가족의 사랑 이야기는 '식스 센스'를 공포 스릴러가 아닌 오히려 감동을 주는 드라마로 만들어 주고 있다.
콜 시어 역의 할리 조엘 오스먼트는 매일을 극도의 공포에 시달리는 콜의 연기를 어린아이답지 않게, 징그러울 정도로 완벽하게 해내고 있는데, 할리 조엘 오스먼트는 콜 시어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도 오른다. 그리고 말콤 크로우 역의 브루스 윌리스는 '식스 센스'에서 자신이 출연한 이전의 영화에서는 보여 주지 않았던 전혀 다른 분위기의 연기를 보여 주고 있는데, 그의 조용하고 차분한 연기는 '식스 센스'를 품위 있는 공포 스릴러 영화로 무게를 잡아 주고 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식스 센스'를 통해 사후의 세계를 인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현실 세계에서 받았던 고통을 죽어서도 똑같이 받고 있는 유령의 모습을 통해 사후의 세계를 현실 세계의 연장으로 보고 있다. 나에게는 현실 세계에서 받은 고통을 죽어서도 가져간다는 생각이 내 주위에 유령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주는 공포보다도 더 공포스럽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셰익스피어 인 러브 (Shakespear in Love, 1998) (2) | 2009.09.12 |
---|---|
오페라의 밤 (A Night at the Opera, 1935) (0) | 2009.08.30 |
12명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en, 1957) (0) | 2009.08.23 |
간디 (Gandhi, 1982) (0) | 2009.08.18 |
마이 페어 레이디 (My Fair Lady, 1964) (0) | 2009.08.10 |
레인 맨 (Rain Man, 1988) (0) | 2009.08.09 |
밤의 열기 속으로 (In the Heat of the Night, 1967) (0) | 2009.08.03 |
다이 하드 (Die Hard, 1988) (0) | 2009.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