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밤'은 막스 형제(Marx Brothers)가 출연한 코미디 영화이다. 난 막스 형제를 '오페라의 밤'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오페라의 밤'도 영화를 보기 전까지 코미디 영화라는 것조차 몰랐다.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2007년에 10주년 기념판으로 새로 선정한 "위대한 미국 영화 100 10주년 기념판 (AFI's 100 Years...100 Movies 10th Anniversary Edition)"에서 한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영화가 85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바로 '오페라의 밤'을 찾아 보게 되었다 - 60위에도 막스 형제의 또다른 영화 '오리 수프 (Duck Soup, 1933)'가 랭크되어 있다.

막스 형제는 실제 친형제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쇼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던 어머니와 실제 쇼 비즈니스를 하고 있던 외삼촌 Al Shean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연예 활동을 위한 음악적 재능을 키워 왔다. 특히 막스 형제 중 첫째인 치코는 피아노 연주에, 둘째인 하포는 하프 연주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게 된다 - '오페라의 밤'에서 치코와 하포가 실제로 피아노와 하프를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치코와 하포, 셋째 그루초, 그리고 넷째 거모가 보드빌에서 먼저 연예 활동을 시작하였고, 거모가 제1차 세계 대전 참전으로 연예 활동을 그만두자, 막내 제포가 넷째 형 거모를 대신한다.

치코, 하포, 그루초, 제포, 네 명의 막스 형제는 보드빌에서의 인기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게 되는데, 브로드웨이에서의 첫공연작인 'I'll Say She Is (1924)'가 대성공을 거두자, 후에 영화로도 만들어진 두 편의 뮤지컬 - '코코넛 (The Cocoanuts)'과 '애니멀 크래커즈 (Animal Crackers)' - 에도 출연을 하게 된다.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으로 1920년대 후반부터는 할리우드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는데, '오페라의 밤'은 총 13편의 막스 형제 영화들 중 여섯번째 작품이자, 다섯번째 작품인 '오리 수프'를 마지막으로 연예 활동을 그만둔 제포 없이 치코, 하포, 그루초, 세 명의 막스 형제가 출연한 첫번째 영화이다.

'오페라의 밤'은 '오리 수프'와 더불어 막스 형제의 영화들 중 최고작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오페라의 밤' 외에는 막스 형제의 다른 영화들을 아직 보지 못한 나로서는 '오페라의 밤'이 막스 형제의 다른 영화들을 제치고 최고작으로 평가받게 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오페라의 밤'만 보더라도 그 이유를 대강은 짐작할 수 있다. '오페라의 밤'은 관객들을 웃길 수 있는 온갖 무기들로 무장되어 있다. 기관총처럼 쏟아져나오는 기상 천외한 말장난들과, 폭탄처럼 터져나오는 슬랩스틱 코미디, 그리고 지뢰처럼 곳곳에 숨겨져 있는 풍자들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다. 게다가 '오페라의 밤'은 이러한 코미디에 뮤지컬 요소까지 가미되어 웃음과 함께 흥까지 돋우고 있어 오락 영화로서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

막스 형제는 '오페라의 밤'에서 관객들에게 웃음과 흥을 동시에 전해주려는 영화의 목적과 완벽하게 부합하는 연기와 재능을 마음껏 보여 주고 있다. 그루초는 짙은 눈썹과 우스꽝스러운 콧수염에, 시거를 입에 물고 재치있는 농담과 기상 천외한 말장난을 하는 오티스 B. 드리프트우드(Groucho Marx) 역을, 치코는 우스꽝스러운 이탈리아 말투를 쓰는 능청스러운 피오렐로(Chico Marx) 역을, 그리고 하포는 말 한마디 없이 어린아이 마냥 야단스런 행동을 하는 토마소(Harpo Marx) 역을 맡아 각자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으며, 치코의 피아노 연주와 하포의 하프 연주 장면을 통해 보여 주는 그들의 음악적 재능은 영화의 흥을 돋우고 있다. 연예인이라는 의미이긴 하지만 다른 보통의 연예인들과 비교해서 대중에게 좀더 강한 즐거움을 주거나, 그것만을 위주로 하는 연예인을 가리켜 흔히들 "딴따라"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막스 형제는 '오페라의 밤'에서 진정한 딴따라로서의 모습과 재능을 보여 주고 있다.

'오페라의 밤'에는 후에 다른 여러 코미디 영화에도 영향을 준 재미있는 유명한 장면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장면으로 그루초의 말장난이 돋보이는, 오티스 B. 드리프트우드와 피오렐로가 계약서를 읽고 찢는 장면과 좁은 선실에서 많은 사람들로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는 장면을 들 수 있는데, 이 두 장면은 '오페라의 밤'이 영화 내내 보여 주는 말장난과 슬랩스틱 코미디를 각각 대표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회 상류층의 탐욕과 부정에 대한 혐오가 은근히 밑바탕에 깔려있는 '오페라의 밤'의 클라이맥스 - 베르디(Giuseppe Verdi)의 오페라 'Il Trovatore'가 공연되는 무대에서 벌어지는 소동 - 또한 관객들로 하여금 포복 절도하게 만드는 유명한 장면이다.

'오페라의 밤'의 몇몇 장면과 대사들은 이 영화가 나온지 74년이 지난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조금은 유치해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오페라의 밤'은 정말 웃기는 영화이다.

Posted by unforgettab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