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 (Rear Window, 1954)', '현기증 (Vertigo, 1958)',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North by Northwest, 1959)', '싸이코 (Psycho, 1960)'는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대표작들이자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이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연출한 수많은 영화들 중에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대표작들 외에도 비교적 덜 잘 알려진 수작들도 많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도 그중 하나이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의 원작은 미국의 여류 작가 파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쓴 동명의 소설이다. 파트리샤 하이스미스는 '태양은 가득히 (Plein Soleil, 1960)'와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 1999)'의 원작인 소설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을 읽어 본 적은 없지만, 그녀의 소설을 영화화한 '태양은 가득히'나 '리플리',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보면 파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완전 범죄에 상당한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태양은 가득히'나 '리플리'를 보면 리플리(Alain Delon('태양은 가득히'), Matt Damon('리플리'))는 부유한 친구 그린리프(Maurice Ronet('태양은 가득히'), Jude Law('리플리'))를 살해한 것이 우발적이었는지 계획적이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그린리프를 살해한 후 완전 범죄를 위해 치밀하게 움직인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에서는 브루노 안토니(Robert Walker)가 가이 하인즈(Farley Granger)에게 접근한 것이 우연이었는지 계획적이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브루노는 가이에게 완전 범죄를 위한 치밀한 살인 계획을 제안하고, 가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먼저 살인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유명한 테니스 선수인 가이는 열차 안에서 브루노라는 이름의 낯선 자를 만나게 된다. 가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한 - 브루노가 가이에게 접근한 것은 우연이라기보다는 계획적인 것으로 보인다 - 브루노는 가이에게 교환살인을 제안한다. 두 사람 모두에게는 각자 인생에서 사라져 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 상원의원의 딸인 앤 모튼(Ruth Roman)과 결혼하기를 원하는 가이는 바람을 피운 아내 미리엄 조이스 하인즈(Kasey Rogers)가, 브루노는 억압적인 아버지(Jonathan Hale)가 사라져 줬으면 한다. 브루노가 제안한 교환살인에 의하면, 서로 관련도 없고 만난 적도 없는 낯선 사이인 두 사람이 사라져 줬으면 하는 두 사람을 서로 바꾸어 살해한다. 두 사람이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을 살해했기 때문에 범행 동기를 찾을 수도 없고, 따라서 완전 범죄가 될 것이다.
브루노는 미리엄을 목 졸라 살해한 후 가이에게 살인 계획의 나머지 반을 이행하라고 다그친다. 가이는 경찰을 부를 수도 없는 곤경에 빠진다. 왜냐하면 자신이 가장 유력한 살인 용의자이기 때문이다. 미리엄을 살해할 충분한 동기도 있고, 무엇보다도 미리엄이 살해 당한 날, 미리엄이 일하는 가게를 찾아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미리엄과 이혼 문제로 싸우기도 했고, 전화로 앤에게 이혼을 해주지 않는 미리엄을 목 졸라 죽이고 싶다고 소리치기까지 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관객들이 느낄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주변의 흔한 대상을 공포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공포의 대상은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흔한 심리를 이용하여 영화의 주인공뿐만이 아니라 관객들까지 공포에 몰아넣는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에서는 열차 안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낯선 사람을 공포의 대상으로 설정했다. 가이는 열차 안에서 처음 만난 브루노로 인해 살인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브루노는 누구에게나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은 누군가가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가이에게 무서운 교환살인을 제안한다.
어떻게 보면 브루노는 가이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또 다른 가이나 다름없다. 가이는 미리엄을 죽이고 싶지만 단지 잡힐까 두려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브루노가 미리엄을 목 졸라 살해한 후 가이를 찾아가 살인 계획의 나머지 반을 이행하라고 설득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감옥의 창살을 연상시키는 철문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은 마치 가이가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악한 면과 갈등하는 장면처럼 보인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에서 브루노는 단지 범죄자일뿐만 아니라 싸이코이자 동성애자처럼 묘사되고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자신의 몇몇 영화들에서 인격에 대한 부모의 영향, 특히 어머니의 영향에 대한 관심을 직간접적으로 보여 줬는데, 예를 들어 '싸이코'에서 노먼 베이츠(Anthony Perkins)가 이상 성격의 살인마가 된 것도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느낀 질투와 배신감 때문이었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에서 브루노의 어머니(Marion Lorne)가 등장하는 장면들을 보면 브루노의 어머니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이 느끼는 공포나 불안과 같은 감정들을 관객들도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독창적인 영상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에서 테니스 경기장의 관중석에 앉아있는 브루노를 보여주는 장면은 유명하다. 관중들의 머리가 테니스공을 따라 좌우로 움직이지만 브루노의 머리만은 고정된 채 가이를 쳐다보고 있는 이 장면은 가이가 느끼는 섬뜩함을 관객들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땅에 떨어진 미리엄의 안경에 비친, 브루노가 미리엄을 목 졸라 살해하는 광경을 보여주는 장면도 관객들에게 공포를 느끼게 하는 유명한 장면이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의 마지막에 놀이공원의 일꾼이 빠른 속도로 도는 회전목마를 멈추기 위해 회전목마 아래를 기어가는 장면도 유명하다. 합성으로 찍은 장면이 아닌 이 장면은 놀이공원의 일꾼을 연기하는 배우가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장면이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도 이 장면은 자신이 찍은 가장 위험한 장면이며 앞으로도 다시는 이런 장면은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의 각본을 쓴 레이몬드 챈들러는 유명한 범죄 소설 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쓴 범죄 소설 대부분이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가 험프리 보가트가 사립 탐정 필립 말로우(Humphrey Bogart)로 나오는 필름 누아르의 걸작 '명탐정 필립 (The Big Sleep, 1946)'이다. 레이몬드 챈들러는 빌리 와일더 감독과 함께 또 다른 필름 누아르의 걸작인 '이중 배상 (Double Indemnity, 1944)'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앤의 여동생 바바라 모튼(Patricia Hitchcock)을 연기하는 패트리시아 히치콕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실제 딸이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에서 미리엄을 살해한 브루노는 미리엄을 닮은 바바라를 보고 기절을 하는데, 실제로도 패트리시아 히치콕은 미리엄 조이스 하인즈를 연기하는 케이시 로저스와 많이 닮았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거의 모든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여 관객들에게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찾는 재미도 주고 있는데, '열차 안의 낯선 자들'에서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자신뿐만이 아니라 원작자인 파트리샤 하이스미스도 카메오로 출연하고 있다. 가이가 열차에서 내릴 때 더블 베이스를 들고 열차에 오르는 뚱뚱한 승객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며, 미리엄이 일하는 가게에서 가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미리엄 뒤에 있는 점원이 바로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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