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길게 가면 안 좋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에 의해, '대부 2 (The Godfather Part II, 1974)' 이후 16년만에 제작된 '대부 3'은 '대부 (The Godfather, 1972)'나 '대부 2'에 비해 영화 평론가들과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대부 3'가 '대부'나 '대부 2'에 비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대부'나 '대부 2'에 비해 참신하지 못하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부'는 냉혹한 마피아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다룬 대담한 영화의 이야기와, 충격적인 영상과 인상적인 대사, 그리고 미국의 자본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한 영화의 주제로 관객들에게 기존의 영화들과는 차원이 다른 영화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바로 2년 뒤에 나온 '대부 2'는 '대부'보다 스케일이 훨씬 커진 영화의 이야기와, 한층 세련되어진 영화의 형식, 그리고 더욱 깊어진 영화의 주제로, 관객들에게 '대부'의 속편이긴 하지만 '대부'와는 또다른 영화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대부 3'은 16년이란 긴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이야기나 영화의 형식, 영화 주제의 깊이 등, 모든 면에서 '대부'나 '대부 2'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대부'나 '대부 2'보다 못하다. 영화의 이야기는 다소 산만하고, 화면의 전개는 군데군데 - 예를 들어, 마이클(Al Pacino)이 여러 자선 사업으로 대주교 길데이(Donal Donnelly)로부터 교황청의 성 세바스찬 훈장을 받는 장면에 마이클이 친형인 프레도(John Cazale)를 죽이는 '대부 2'의 장면을 교차 편집한 영화의 시작 부분이나, 마이클이 딸 메리(Sofia Coppola)의 죽음으로 오열하는 장면에서 늙은 마이클의 모습을 보여 주는 장면으로 갑자기 건너뛰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 - 어색하고 매끄럽지 못하다. 이러하니 자연히 영화의 주제 전달력이 '대부'나 '대부 2'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Friendship and money...oil and water."
(돈과 우정은...물과 기름이지.)
'대부 3'에서 영화 평론가들과 관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부분이 메리를 연기한 소피아 코폴라의 어설픈 연기이다. 하지만 소피아 코폴라뿐만이 아니라 다른 배우들의 연기와 존재감도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심지어 마이클 역의 알 파치노마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출연료 문제로 출연을 고사한 톰 하겐(Robert Duvall) 역의 로버트 듀발의 부재가 특히나 아쉽다.
'대부 3'은 마피아의 세계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한 '대부'와 '대부 2'의 주제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대부 2'에서 마피아와 결탁한 정치인을 영화의 이야기에 끌어들임으로서 자본주의에 종속된 정치계의 비리와 부패에 대한 비판을 가했었다면, '대부 3'에서는 비리와 부패의 대상을 종교인과 종교계로 확대했다. 그것도 가톨릭교의 상징이자 중심지인 바티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 3'은 종교계의 순수함을 여전히 믿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종교계의 부패를 다루고 있는 '대부 3'의 이야기는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까지도 그 의문이 확연하게 풀리지 않고 있으며, 온갖 음모론만 양성한 일련의 실제 사건들, 즉 1978년, 교황 바오로 6세(Paul VI)에 이어 교황으로 선출된 지 33일밖에 되지 않은 교황 요한 바오로 1세(John Paul I)의 갑작스런 죽음과, 4년 뒤인 1982년에 일어난 암브로시아노 은행(Banco Ambrosiano)의 파산, 그리고 암브로시아노 은행의 파산이 세상에 알려지기 직전에 행방 불명되었다가 런던의 블랙프라이어스 다리(Blackfriars Bridge)에서 목매달린 채 발견된 암브로시아노 은행장 로베르토 칼비(Roberto Calvi)의 죽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제 사건 당시 암브로시아노 은행의 최대 주주는 바티칸 은행이었다. 암브로시아노 은행의 파산에 바티칸 은행의 부패가 연루되어 있었고, 로베르토 칼비는 암브로시아노 은행을 통해 돈 세탁을 한 마피아에 의해 살해되었으며, 바티칸 은행의 부패를 사전에 안 교황 요한 바오로 1세가 바티칸 은행을 개혁하려 하자, 당시 바티칸 은행장이었던 대주교 폴 마르친쿠스(Paul Marcinkus)가 교황 요한 바오로 1세를 독살했다는 꽤 신빙성 있는 음모론이 제기되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이 음모론을 바탕으로 마리오 푸조와 함께 '대부 3'의 각본을 썼는데, 교황 요한 바오로 1세(Raf Vallone)는 영화에서도 그대로 등장하며, 빈센트(Andy Garcia)가 보낸 사람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프레드릭 카인직(Helmut Berger)은 로베르토 칼비를, 대주교 길데이는 대주교 폴 마르친쿠스를 모델로 하고 있다.
'대부'와 '대부 2'에서 냉혹한 마피아의 세계에서 가족과 조직을 지키기 위하여 가족과 조직을 배신한 매제와 친형을 제거하는 무자비함을 보여 준 마이클은 '대부 3'에서는 이제 늙고 지쳐가는 약한 모습을 보여 준다. 결국 마이클은 자신의 대부 자리를 큰형 소니의 아들 빈센트에게 넘겨준다.
'대부'와 '대부 2'에서는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냉혹해져 가는 개인을 마이클을 통해서 보여 주었다면, '대부 3'에서는 마이클의 여동생 코니(Talia Shire)를 통해서 보여 주고 있다. 코니 또한 마이클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패밀리 사업과는 거리를 둔 인물이었다. 코니는 빈센트를 시켜 패밀리 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조이 자자(Joe Mantegna)와, 꼴레오네 가족의 오랜 친구이자 자신의 대부인 돈 알토벨로(Eli Wallach)를 제거한다. 자신이 선물한 독이 든 카놀리를 먹고 죽어가는 돈 알토벨로를 망원경으로 지켜보면서 슬퍼하는 코니를 보여 주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는다.
자신을 버리면서 한 평생을 가족과 조직을 위해 살아왔지만, 사랑하는 딸을 잃고, 나머지 가족들도 다 떠나보낸 마이클이 아버지의 고향인 시실리의 빌라 앞 마당에 홀로 앉아 행복했던 과거의 순간들을 회상하면서 쓸쓸하게 마지막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 우리 시대의 아버지의 고독한 모습이 느껴짐과 동시에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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