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그린리프(Maurice Ronet)의 아버지로부터 이태리에 있는 필립을 샌프란시스코의 집으로 데려오면 5천 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태리에 온 톰 리플리(Alain Delon)는 필립에게 집으로 돌아가도록 설득해 보지만, 이태리에서 프랑스 애인 마르주(Marie Laforet)와 방탕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필립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던 중 필립과 마르주, 톰은 함께 요트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필립은 톰을 하인처럼 대하고, 이에 분노와 모멸감을 느낀 톰은 로마에서 필립과 함께 놀아난 여자가 떨어뜨린 귀걸이를 이용하여 필립과 마르주 사이에 싸움을 붙인다. 결국 필립에게 화가 난 마르주는 요트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고, 요트에 필립과 단 둘이 남은 톰은 필립을 살해하고 시체를 바다에 유기한다.
'태양은 가득히'는 미국의 여류 소설가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를 르네 클레망 감독과 폴 제고프가 각색을 하고, 르네 클레망 감독이 연출을 한 프랑스 영화이다.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리플리'는 후에 '잉글리쉬 페이션트 (The English Patient, 1996)'의 안소니 밍겔라 감독이 각색을 하고 연출을 한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 1999)'로 다시 영화화되었다.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와,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는 원작은 같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을 읽어 보지 않아서 어느 영화가 원작의 이야기에 좀더 가까운 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영화만 놓고 비교를 해 보면, 개인적으로 '태양은 가득히'가 '리플리'보다 관객들을 영화에 좀더 깊이 감정 몰입시키지 않나 생각한다.
'태양은 가득히'의 주인공은 살인자이다. 필립을 살해한 뒤 치밀한 계획과 뛰어난 임기응변으로 필립의 행세를 하면서 완전 범죄를 노리는, 그야말로 괴물이 되어 버린 톰의 행각은 관객들을 경악하게 만든다. 톰은 마르주에게 필립의 목소리를 흉내내 전화를 하거나 필립의 타이프로 편지를 써 마치 필립이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고, 필립의 여권과 사인을 위조하여 은행에서 필립의 돈을 인출하기도 한다. 톰은 자신을 수상하게 여기는 필립의 친구 프레디 마일즈(Billy Kearns)를 살해한 뒤, 마치 필립이 프레디를 죽이고 프레디를 죽인 죄책감으로 자살을 한 것처럼 꾸민다. 그리고 톰은 마르주의 사랑까지 차지하게 된다.
관객들은 완전 범죄를 노리는 톰의 행각에 경악을 하면서도 톰에게 동화가 되어 톰의 행각이 들통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이는 톰이 관객들의 동정을 샀기 때문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지 못한 톰은 이태리에서 아름다운 마르주와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부유한 집안의 아들 필립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필립의 돈과 마르주가 탐이 나기도 한다. 톰은 아직 욕심도 많고 샘도 많은, 때로는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는 젊은 청년인 것이다. 여기에 톰에 대한 필립의 행동은 톰의 감정을 자극한다. 필립은 톰을 하인처럼 대하고, 톰에게 심한 장난을 쳐 하마터면 톰을 죽일 뻔하기도 한다.
필립을 살해한 후 괴물로 변해 버리는 '태양은 가득히'의 톰 리플리와는 달리,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의 톰 리플리(Matt Damon)는 영화의 시작부터 괴물로 등장한다. '리플리'는 톰이 뉴욕에서 디키 그린리프(Jude Law)의 아버지 허버트 그린리프(James Rebhorn)를 만나면서 영화가 시작되는데, 디키가 졸업한 프린스턴 대학교의 재킷을 입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디키의 아버지에게 톰은 진짜 프린스턴 대학교 졸업생인 것처럼 행세를 하고, 디키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 디키의 아버지로부터 이태리에 있는 디키를 집으로 데려오면 천 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톰은 디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디키가 좋아한다는 재즈를 공부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를 한다. 더구나 '리플리'의 톰은 동성연애자로도 묘사되고 있어 관객들은 '리플리'의 톰을 거저 괴물로만 바라볼 뿐이다. 그래서 디키를 우발적으로 살해하는 '리플리'의 톰과는 달리, '태양은 가득히'의 톰은 필립을 계획적으로 살해하는데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오히려 '태양은 가득히'의 톰에게 동정이 가고 동화가 되는 것이다.
관객들에게 다가오는 '태양은 가득히'의 톰과 '리플리'의 톰의 서로 다른 이미지로 인해 두 영화의 결말도 확실히 다르게 다가온다. 톰이 디키와, 디키의 친구 프레디 마일즈(Philip Seymour Hoffman)에 이어 또다시 디키의 애인인 마지 셔우드(Gwyneth Paltrow)의 친구이자, 자신이 사랑한 피터 스미스-킹슬리(Jack Davenport)를 살해하는 '리플리'의 마지막 장면에서보다, 톰이 바다에 유기한 필립의 시체가 요트의 스크루에 묶여 끌려나오면서 톰의 완전 범죄가 실패로 끝나는 '태양은 가득히'의 마지막 장면에서 더 큰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태양은 가득히'에서 톰을 연기하는 알랭 드롱의 잘생긴 외모도 관객들이 '태양은 가득히'의 톰에게 동정이 가고 동화가 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알랭 드롱은 톰 리플리 역으로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되는데, 그의 잘생긴 외모는 한때 알랭 드롱이라는 이름을 잘생긴 남자의 대명사로 만들어 놓기도 하였다. '태양은 가득히'의 초반부에 한때 알랭 드롱의 연인이기도 했던 유명한 여배우 로미 슈나이더가 프레디와 함께 있는 여자로 잠깐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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