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애호가인 마일즈(Paul Giamatti)는 결혼을 1주일 앞둔 단짝 친구 잭(Thomas Haden Church)과 함께, 잭의 총각 파티를 겸해 산타 바바라 지대의 와인 농장으로 1주일 간의 여행을 떠난다. '사이드웨이'는 마일즈와 잭의 1주일 간의 여행에서 생긴 일들을 요일별로 보여준다.
가끔 별로 기대하지도 않고 무심코 본 영화가 의외의 큰 즐거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 '사이드웨이'가 그랬다. 렉스 피켓의 동명의 소설을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 짐 테일러가 각색을 하고,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연출을 한 '사이드웨이'는 마일즈와 잭이 와인 시음을 하며 여행을 하는 한적한 시골만큼이나 소박한 영화이다. '사이드웨이'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한꺼번에 받을 만큼 화려한 영화는 아니지만, 관객들에게 대단히 큰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주는 참 매력적인 영화이다.
'사이드웨이'의 의미는 "옆길" 또는 "샛길"이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이 인생이라는 큰길에서 잠시 "옆길" 또는 "샛길"로 빠져 잠시나마 인생의 고민거리들을 잊고, 기분 전환 또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술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2년 전에 이혼을 한 마일즈는 여전히 이혼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인생의 반을 보냈지만 이룬 것이 없다고 자괴감에 빠져 사는 마일즈는 자작 소설을 출판사에 보낸 후에 출간 결정을 노심초사하며 기다리고 있다. 잭은 주가가 폭락 중인 배우이다. 잭은 결혼에 대한 불안감 - 선천적인 플레이보이인 잭의 결혼에 대한 불안감은 더이상 자유를 만끽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다 - 으로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결혼을 망설이기까지 한다. 지금이 마일즈와 잭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여행과 술이 필요한 때이다.
하지만 잭은 너무 샛길로 빠져 버린다. 마일즈와 잭은 여행지에서 마야(Virginia Madsen)와 스테파니(Sandra Oh)를 만나 더블 데이트를 하게 된다. 잭은 자신의 결혼을 비밀로 한 채 스테파니와 연인 못지않은 관계로 발전하게 되는데, 비밀이 들통나는 바람에 스테파니에게 큰 봉변을 당한다. 잭은 캐미(Missy Doty)라는 웨이트리스도 건드렸다가 또 큰 봉변을 당한다. 1주일 간의 여행에서 자신의 플레이보이 기질 때문에 두 번이나 큰 봉변을 당한 잭은 어쨌든 무사히 결혼식을 치른다.
'사이드웨이'의 이야기의 중심은 마일즈다. 마일즈는 이번 여행에서 좀더 깊이 알게 된 마야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용기를 얻게 된다. '사이드웨이'의 주제도 마일즈와 마야가 서로에게 자신이 와인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두 사람의 대사에 압축되어 있다. 왜 피노를 좋아하느냐는 마야의 질문에 마일즈가 대답한다. "글쎄요. 재배하기가 힘든 품종이잖아요. 당신도 알잖아요? 껍질은 얇고, 꾀까다롭고, 빨리 익죠. 아무 곳에서나 재배할 수 있고, 심지어 방치해도 자라는 카베르네와는 다르죠. 피노는 끊임없는 보살핌과 관심이 필요하죠. 사실 피노는 세상에 숨겨진 작은 구석에서만 자라죠. 그래서 인내심과 사랑이 있는 그런 사람만이 피노를 재배할 수 있죠. 피노의 잠재력을 이해하려고 많은 시간을 쏟는 사람만이 피노의 진정한 맛을 이끌어 낼 수 있죠. 그러고 나면 그 맛은 좀처럼 잊을 수 없는, 빛나는, 소름 끼치게 하는, 미묘한,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고풍스러운 맛이 되죠."
이야기를 끝낸 마일즈가 마야에게 왜 와인을 좋아하느냐고 똑같은 질문을 한다. 그러자 마야가 대답한다. "난 와인의 일생에 대해 생각하는 게 좋아요. 와인은 살아 있어요. 난 그 포도들이 자라던 해에 어떤 일이 있었을지 생각하는 게 좋아요. 태양은 어떻게 빛났는지, 비는 왔었는지. 그리고 포도를 재배하고 수확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해요. 오래된 와인이라면 그동안 그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까도 생각하죠. 난 와인이 계속 진화하는 것이 좋아요. 내가 오늘 와인을 한 병 딴다면 그 와인은 다른 날에 땄을 때와는 다른 맛이 날 거예요. 왜냐하면 와인은 사실상 살아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복잡성을 획득하죠. 정점에 이를 때까지는요. 당신의 그 61년산 와인처럼. 그러다 정점에 이르면 피할 수 없는 내리막이 시작되죠. 그리고 정점일 때의 그 맛은 정말 끝내주죠."
마일즈의 이야기를 들은 마야는 마일즈의 진실함에 반한다. 인생은 끊임없는 보살핌과 관심, 인내심과 사랑으로 숙성된다. 하지만 또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마일즈는 그 나이가 되도록 여행비조차 없어 엄마(Marylouise Burke)의 돈을 훔치기도 하고, 그 나이가 되도록 한낱 중학교 영어 교사일 뿐이고, 이혼한 지 2년이나 지났지만 전처인 빅토리아(Jessica Hecht)를 잊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마일즈에게 인생의 다른 가능성을 긍정하고, 삶의 여유와 인생의 아름다움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마야의 이야기는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대학 시절부터 친구 사이인 마일즈와 잭은 성격도 외모도 천지 차이지만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주면서 우정을 지속시켜 왔다. 마일즈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줄 진정한 여자를 만났다. 자작 소설의 제목을 "어제 다음날"이라고 지을 만큼 인생을 복잡하고 어렵게만 생각하는 마일즈에게 "그러니까 "오늘"이군요."라고 간단명료하게 정리를 해주는 마야를 만난 것이다. 결국 소설 출간은 무산되고, 잭의 결혼식에서 재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빅토리아를 본 마일즈는 좌절한다. 하지만 마야가 마일즈의 자동 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긴다. "포기하지 말아요, 마일즈. 글 계속 쓰세요."
'사이드웨이'는 마야의 메시지를 들은 마일즈가 마야의 집으로 찾아가 용기를 내어 현관문을 노크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와인을 이용하여 인생을 이야기하고, 관객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사이드웨이'는 그 독특한 영화의 이야기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했다. 독특한 영화의 이야기와 함께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마일즈 역의 폴 지아마티와 마야 역의 버지니아 매드슨의 연기는 설득력이 있다. 버지니아 매드슨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잭 역의 토마스 헤이든 처지는 영화 속에서는 별 볼 일 없는 배우인 잭을 연기하지만 자신은 별 볼 일 없는 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토마스 헤이든 처지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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