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탐정인 J. J. 기티스(Jack Nicholson)에게 멀레이 부인이 찾아와 남편인 LA 수자원부의 수석 기술자 홀리스 멀레이(Darrell Zwerling)의 불륜을 밝혀줄 것을 의뢰한다. 제이크는 홀리스 멀레이가 정부와 함께 있는 현장을 목격한다. 하지만 홀리스 멀레이의 진짜 부인인 이블린 멀레이(Faye Dunaway)가 나타나면서 자신을 찾아온 멀레이 부인은 가짜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홀리스 멀레이는 시체로 발견된다. 제이크는 홀리스 멀레이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생각하고, 사건에 어떤 거대한 실체가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제이크는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다. 칼을 든 남자(Roman Polanski)에게 코를 베이고 코에 반창고를 붙인 제이크가 이블린에게 말한다. "도시의 절반이 사실을 은폐하려는 것 같지만, 나와는 상관없소. 하지만 난 내 빌어먹을 코를 잃을 뻔했소. 그런데 난 내 코가 좋소. 난 내 코로 숨쉬는 게 좋단 말이오."

필름 누아르(film noir)의 사전적 정의는 범죄나 범죄자들을 다룬 영화이다. 하지만 필름 누아르의 사전적 정의만으로 어떤 영화를 필름 누아르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범죄나 범죄자들을 다룬 영화라고 해서 다 필름 누아르로 분류하진 않는다. 그러나 필름 누아르를 보면 필름 누아르만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차이나타운'도 전형적인 필름 누아르로 분류할 수 있는 필름 누아르만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차이나타운'의 주인공은 고독한 탐정이다. 고독한 탐정은 필름 누아르의 대표적인 주인공 캐릭터이다. 남의 뒤를 몰래 캐야 하는 탐정이라는 직업 자체가 고독한 직업이다. 멀레이 부인인 척했던 아이다 세션스(Diane Ladd)라는 여자가 사건과 관련된 제보를 하기 위해 제이크의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제이크에게 묻는다. "혼잔가요?"

그러자 제이크가 대답한다. "누구나 그렇지 않소?"

주로 1940년대와 1950년대에 제작된 필름 누아르 - 이 시기의 흑백 필름 누아르와 구별하여 '차이나타운'을 네오 누아르(neo-noir)로 분류하기도 한다 - 는 제2차 세계 대전 전후의 미국의 암울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어, 어두운 흑백 화면을 통한 음울한 영화의 분위기와,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영화의 이야기를 특징으로 한다. 특히 필름 누아르는 세상은 본질적으로 부정부패하고 추악한 곳이라는 사상이 영화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차이나타운'에서는 차이나타운이 바로 추악한 인간 세상을 상징하고 있다. 전직 경찰인 제이크는 지방 검사와 차이나타운에서 일한 과거를 떨쳐 내지 못한다. 제이크는 차이나타운에서 자신이 보호해야 할 여자를 확실하게 다치게 하고 말았다. 차이나타운은 제이크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어떤 사건과 관련이 있는 곳이다.

'차이나타운'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J. J. 기티스 역의 잭 니콜슨의 냉소적인 연기와, 로버트 타운이 쓴 고도로 잘 짜여진 각본은 '차이나타운'을 필름 누아르의 걸작으로 만들어 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잭 니콜슨은 J. J. 기티스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차이나타운'은 작품상을 포함하여 11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카데미 각본상 하나만 수상했다.

냉정하고 우아하지만 영화가 결말에 다가갈수록 과민 증상을 보이는 이블린은 영화의 이야기에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블린 멀레이 역의 페이 더너웨이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이블린의 친아버지 노아 크로스(John Huston) 역의 존 휴스턴은 공교롭게도 필름 누아르의 고전인 '말타의 매 (The Maltese Falcon, 1941)'를 만든 영화감독이다. 존 휴스턴은 자신이 만든 '말타의 매'에 필적할 만한 필름 누아르의 고전이 될 영화에 이번에는 영화배우로서 추악한 갑부 노아 크로스 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생명줄과도 같은 도시의 물을 통제하여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는 노아 크로스에게 제이크가 묻는다. "왜 이런 짓을 하죠? 당신이 지금까지 사지 못한 것 중에서 어떤 것을 더 사려고 그러죠?"

그러자 노아 크로스가 대답한다. "미래요, 기츠 - 노아 크로스는 제이크의 성인 기티스를 한번도 제대로 부르지 않는다 - 씨. 미래."

'차이나타운'은 제이크의 코를 베는 칼을 든 남자 역으로 영화에 출연도 하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영화 일로 집을 비운 사이에 집에 침입한 찰스 맨슨(Charles Manson)의 추종자들이 임신 중이던 영화배우인 아내 샤론 테이트를 난도질해 살해한 사건을 겪은 지 5년 후에 만든 영화이다. 해피 엔딩을 원한 '차이나타운'의 제작자 로버트 에반스와의 논쟁 끝에 결국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직접 수정한 '차이나타운'의 비관적인 결말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세상에 대해 느끼는 허무와 절망이 그대로 나타난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살인, 근친상간의 추악한 범죄가 포함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차이나타운'의 결말은 충격적이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처벌을 받지 아니하고, 정작 범죄의 피해자만 어이없게 희생된다는 것이다.

제이크는 이번에도 보호해야 할 여자를 확실하게 다치게 하고 말았다. 과거 차이나타운에서의 악몽이 또다시 재현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힘없는 제이크가 할 수 있는 것은 분노하는 것밖에 없다. 분노하는 제이크에게 동료인 월쉬(Joe Mantell)가 말한다.

 

"Forget it, Jake. It's Chinatown!"

(잊어버려, 제이크. 여긴 차이나타운이야!)

 

'차이나타운'은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1998년에 선정한 "위대한 미국 영화 100 (AFI's 100 Years...100 Movies)"에서 19위를, 새로이 선정한 2007년 10주년 기념판에서는 21위를 차지했다. 1990년에 로버트 타운이 각본을 쓰고, 잭 니콜슨이 J. J. 기티스(Jack Nicholson) 역으로 출연하고, 잭 니콜슨이 직접 연출까지 한, '차이나타운'의 속편 '불륜의 방랑아 (The Two Jakes, 1990)'가 제작되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Posted by unforgett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