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배우인 존 말코비치의 뇌 속으로 들어가 존 말코비치가 되는 경험을 하는, 기발한 이야기의 '존 말코비치 되기 (Being John Malkovich, 1999)'의 각본을 쓴 찰리 카우프먼은 미국의 잡지인 'The New Yorker'의 기자, 수잔 올린이 쓴 논픽션 '난초 도둑 (The Orchid Thief)'을 각색한 '어댑테이션'에서는 자기 자신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난초 도둑'을 각색하는 과정의 - 어디까지가 논픽션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알 수 없는 -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댑테이션'에서 니콜라스 케이지가 찰리 카우프먼(Nicolas Cage)을 연기하고, 메릴 스트립이 수잔 올린(Meryl Streep)을, 크리스 쿠퍼가 '난초 도둑'의 실제 주인공인 존 라로쉬(John Laroche, Chris Cooper)를 연기한다. 그리고 '존 말코비치 되기'를 연출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어댑테이션'을 연출하였다.
'어댑테이션'은 '존 말코비치 되기'만큼이나 기발하고 재미있는 영화이다. 사실 '어댑테이션'은 영화의 이야기보다는 영화의 형식이 기발하고 재미있는 영화이다. 각색이라는 뜻의 '어댑테이션'은 수잔 올린의 '난초 도둑'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긴 하지만, 찰리 카우프먼은 '난초 도둑'을 이상한(?) 방식으로 각색했다. 수잔 올린의 '난초 도둑'은 1994년 미국 플로리다주의 파카하치 스트랜드 주 보호 구역(Fakahatchee Strand State Preserve)에서 희귀한 난초를 채집하다 체포된 존 라로쉬와, 희귀한 난초를 찾아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을 통해 삶과 열정을 이야기하는 논픽션이다.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1991)'의 조나단 드미 감독이 '난초 도둑'의 영화화 판권을 획득하게 되고, 찰리 카우프먼이 '난초 도둑'의 각색을 맡게 된다. 실제로 찰리 카우프먼은 스토리가 없는 '난초 도둑'을 각색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찰리 카우프먼은 '난초 도둑'을 보통의 방식으로 각색하는 대신, 자신이 '난초 도둑'을 각색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통해 '난초 도둑'의 이야기와 주제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각색했다.
"어댑테이션(adaptation)"은 각색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적응이라는 의미도 있다. '어댑테이션'의 찰리 카우프먼과 수잔 올린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찰리 카우프먼은 '존 말코비치 되기'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온갖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자신감도 없고 소심하기만 한 남자다. 수잔 올린은 남편(Curtis Hanson)과 풍족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어떤 것에 열정적으로 관심갖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은 열정 외에는 아무런 열정도 없이 공허한 삶을 살고 있는 외로운 여자다. 존 라로쉬가 베들레헴의 별(Angraecum Sesquipedale) 난초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수잔 올린에게 말한다. "...경이로운 건 이 모든 꽃들이 꽃을 수분시키는 곤충과 특별한 관계를 가진다는 거죠. ...꽃도 곤충도 그들이 맺는 관계의 의미를 몰랐겠죠. 그들의 작은 움직임이 세상을 만드는 정말 엄청난 일이었단 걸 말이죠. 그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 겁니다. 가슴의 소리를 듣고 저 꽃이다 싶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꽃에게 가죠."
수잔 올린은 존 라로쉬를 취재하면서 존 라로쉬도 교통사고로 앞니를 모두 잃고, 아내(Caron Colvett)까지 떠나고, 난초에 대한 열정도 삶에 적응하기 위한 것일 뿐인 외로운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어쨌든 수잔 올린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존 라로쉬에게 매료된다. 찰리 카우프먼도 '난초 도둑'을 통하여 열정을 이야기하는 수잔 올린을 동경하지만, 정작 수잔 올린도 자신의 삶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존 라로쉬와 마약을 하고 불륜을 저지르는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댑테이션'에 등장하는 가상의 캐릭터인, 찰리 카우프먼의 쌍둥이 동생 도널드 카우프먼(Nicolas Cage)은 자신감 없고 소심한 형과는 달리, 형처럼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며 로버트 맥키(Robert McKee, Brian Cox)의 세미나에도 적극적으로 나가는, 활력이 넘치는 남자다. 고등학교 때 도널드가 자신이 사랑했던 사라가 자신의 흉을 보는 것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해 한 이유를 찰리 카우프먼이 묻자 도널드가 대답한다. "난 사라를 사랑했고, 그 사랑은 내 거잖아. 내가 한 사랑이야. 사라도 그걸 뺏을 권리는 없어. 사랑은 내가 원해서 하는 거야."
찰리 카우프먼이 다시 묻는다. "너를 바보취급 했는데도?"
도널드가 대답한다. "그야 내 알 바 아니지. 사랑한 만큼 행복하니까. 오래 전부터 그렇게 생각해 왔어."
찰리 카우프먼은 '어댑테이션'에서 '난초 도둑'을 각색하는데 영감을 주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시선이나 의식하면서 무기력하게 살아온 자신에게 자신감을 찾게 해준 도널드에게 고마움의 뜻으로, 스태프를 소개하는 자막에 '어댑테이션'의 시나리오 작가로서 도널드 카우프먼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과 함께 올린다.
'어댑테이션'의 수잔 올린이 아닌, 진짜 수잔 올린은 자신을 존 라로쉬와 마약을 하고 불륜을 저지르는 여자로 묘사한 '어댑테이션'의 시나리오를 읽고는 기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잔 올린은 결국 영화로 만드는 것을 허락하였고,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는 진짜 수잔 올린이 아닌 수잔 올린을 연기한 메릴 스트립에게 감사를 표했고, 삶과 열정을 이야기한 '난초 도둑'의 주제를 충실히 다룬 '어댑테이션'을 극찬했다.
'어댑테이션'에 '존 말코비치 되기'의 배우들인 존 쿠삭, 캐서린 키너, 존 말코비치 등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요람을 흔드는 손 (The Hand that Rocks the Cradle, 1992)', 'LA 컨피덴셜 (L.A. Confidential, 1997)'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 커티스 핸슨이 올린의 남편 역으로 출연하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2012)', '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 2013)'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 데이비드 O. 러셀이 올린의 저녁식사 손님 역으로 잠깐 출연한다.
'어댑테이션'에서 찰리 카우프먼, 수잔 올린, 존 라로쉬를 각각 연기한 니콜라스 케이지, 메릴 스트립, 크리스 쿠퍼는 각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크리스 쿠퍼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였다. '어댑테이션'은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의 4개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아카데미 남우조연상만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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