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허'는 남북전쟁 당시에는 북군의 장군이었던 류 월레스(Lew Wallace)가 뉴멕시코의 주지사로 있을 때 발표한 소설, '벤허: 그리스도의 이야기 (Ben-Hur: A Tale of the Christ)'를 영화화한 무성 영화 '벤허 (Ben-Hur, 1925)'를,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두 영화 모두 MGM(Metro-Goldwyn-Mayer)사가 제작하였으며, 제작 당시 보통의 영화에 들어가는 평균 제작비의 4~5배가 들어간 초대작 영화들이다. 특히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벤허'가 제작될 당시의 MGM사는 거의 파산 직전에 놓여 있었으나, 다행히 영화는 흥행 대박을 터뜨린다. 공교롭게도 윌리엄 와일러 감독은 조감독으로 무성 영화 '벤허'의 제작에도 참여했었다.
'벤허'의 부제 '그리스도의 이야기'와는 달리, '벤허'의 이야기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와 동시대의 인물 - 물론 허구의 인물 - 인 예루살렘의 명문 자손, 유다 벤허(Charlton Heston)에게 맞춰져 있다. 서기 26년, 벤허와 어렸을 때 친구였던 메살라(Stephen Boyd)가 호민관이 되어 예루살렘으로 온다. 벤허와 메살라는 반가운 재회를 하지만, 로마에 반역하는 유태인들을 검거하는데 협조해달라는 메살라의 부탁을 벤허는 동족을 배반할 수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한다.
신임 총독, 그라투스(Valerius Gratus, Mino Doro)의 취임식 날, 신임 총독이 벤허의 집 앞을 지나던 중 낡은 기와가 떨어져 신임 총독이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메살라는 벤허 일가를 신임 총독을 죽이려 한 반역죄로 몰아, 벤허의 모친, 미리엄(Martha Scott)과, 누이, 티어자(Cathy O'Donnell)를 감옥에 가두고, 벤허를 로마 해군 전함의 노를 젓는 노예로 보내 버린다.
벤허는 로마와 마케도니아 해적 사이에 벌어진 해전에서 물에 빠진 집정관, 아리우스(Jack Hawkins)를 구해 준다. 아리우스는 생명의 은인인 벤허를 노예의 신분에서 풀어주고 자신의 양자로 삼는다.
메살라에 대한 복수와, 모친과 누이를 다시 만날 날만을 기다린 벤허는 노예로 끌려간 지 4년만에 예루살렘으로 되돌아온다. 벤허는 4년 전에 자신이 노예의 신분에서 풀어준 에스더(Haya Harareet)로부터 모친과 누이가 감옥에서 죽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미리엄과 티어자는, 집정관의 양자가 되어 돌아온 벤허를 보고 놀란 메살라에 의해 감옥에서 풀려나지만, 나병에 걸려 벤허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에스더에게는 벤허에게 자신들을 보았다는 말을 하지 마라는 부탁을 하고 곧바로 나환자 계곡으로 향한다. 미리엄과 티어자의 간곡한 부탁으로 에스더는 모친과 누이는 감옥에서 죽었다고 벤허에게 거짓말을 한다. 에스더의 말을 듣고 분노한 벤허는 메살라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오는 도중에 만난 아랍 부호 일더림(Hugh Griffith)의 네 마리의 백마로 전차 경주에 출전하기로 결심한다.
지금 보아도 놀라운 '벤허'의 전차 경주 장면은 이런 스케일이 큰 장면을 연출한 경험이 없는 윌리엄 와일러 감독을 대신해, '지상 최대의 작전 (The Longest Day, 1962)'의 앤드류 마르턴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CGI(Computer Generated Imagery)가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이 장면을 위해, 73,000 평방미터 넓이의 세트장에 경기장이 세워졌으며, 15,000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었다. 콜로세움과, 콜로세움을 가득 채우고 있는 군중조차 CGI 특수효과를 사용하여 만든 '글래디에이터 (Gladiator, 2000)'에서의 장면들과 비교해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메살라는 벤허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는 도중, 전차의 바퀴가 부러지는 바람에 전차에서 떨어져 말발굽에 온몸이 짓이겨지는 중상을 입게 된다. 메살라는 죽기 직전에 벤허에게 모친과 누이가 나환자 계곡에 있다고 알려 준다.
'벤허'의 이야기의 중심은 벤허의 복수이지만, 이야기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영화의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인 사랑과 용서이다. 그래서 영화의 이야기도 암흑의 로마 시대에 인간들에게 사랑과 용서의 미덕을 전해주려 세상에 온 예수의 탄생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벤허는 노예로 끌려가는 도중에 나자렛의 작은 마을에 당도한다. 로마군은 마을 사람들에게 벤허에게는 물을 주지 마라고 위협한다. 벤허는 지쳐 쓰러진 자신에게 로마군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물을 준 한 남자에게 감동을 받게 되는데, 바로 예수의 사랑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나환자 계곡에 있는 모친과 누이를 본 벤허는 또 다시 분노한다. 벤허는 모친과 누이를 데리고 예수를 만나러 가지만, 십자가를 지고 처형장으로 가고 있는 예수를 보게 된다. 그리고 4년 전 지쳐 쓰러진 자신에게 물을 준 남자가 예수였음을 알게 된다. 인간들의 죄를 지고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순간에도 인간들을 용서하는 예수를 본 벤허는 자신의 마음 속의 증오와 분노가 사랑과 용서로 바뀌어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난다. 예수의 희생과 함께 미리엄과 티어자의 나병이 치유된다. '벤허'는 골고다 언덕과 그 앞을 지나가는 목자와 양 떼를 보여 주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찰턴 헤스턴은 벤허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아랍 부호 일더림을 연기한 휴 그리피스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다. '벤허'는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포함,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등 11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여, 아카데미 최다 부문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현재까지 11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는 총 세 편인데, '벤허', '타이타닉 (Titanic, 1997)', 그리고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200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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