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완전히 새로운 영화 형식과 반체제적 내용을 특징으로 하는 "아메리칸 뉴 시네마(American New Cinema)" 또는 "뉴 할리우드(New Hollywood)" 영화의 시대를 연 아서 펜 감독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 1967)'는 할리우드 영화들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이전과 이후의 영화들로 구분되어진다라고 할 정도로 할리우드 영화사의 전환점을 마련한 영화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아메리칸 뉴 시네마" 또는 "뉴 할리우드"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이보다 10년 앞선 1950년대 후반부터 프랑스 영화계의 젊은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운동인 누벨바그(Nouvelle Vague) - "새로운 물결(New Wave)"이란 뜻이다 - 이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는 프랑스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영화이다. '네 멋대로 해라'는 프랑스 영화계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인데, D. W. 그리피스 감독의 '국가의 탄생 (The Birth of the Nation, 1914)'과 오슨 웰스 감독의 '시민 케인 (Citizen Kane, 1941)'에 이어, 세계 영화사의 전환점을 마련한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누벨바그를 이끈 젊은 영화인들 대부분 - 프랑수아 트뤼포(Francois Truffaut), 클로드 샤브롤(Claude Chabrol), 장 뤽 고다르, 에릭 로메르(Eric Rohmer), 자크 리베트(Jacques Rivette) 등 - 은 프랑스의 유명한 영화 잡지인 '카이에 뒤 시네마 (Cahiers du Cinema)'에 글을 기고하는 평론가로 경력을 시작해서 직접 영화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들은 기존의 안이한 영화 제작 방식을 비판하고 영화감독의 특성이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가주의 영화 제작 방식을 추구하면서 개인적이며 창조적인 영화들을 만들었다.

'네 멋대로 해라'가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영화답게 누벨바그를 이끈 많은 젊은 영화인들이 '네 멋대로 해라'의 제작에 참여하였거나, '네 멋대로 해라'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은 '네 멋대로 해라'의 각본을 프랑수아 트뤼포가 신문 기사를 보고 생각해 낸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다. 클로드 샤브롤은 '네 멋대로 해라'에서 기술 고문을 담당하였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미셀 포와카르(Jean-Paul Belmondo)를 추적하는 수사관 비탈(Daniel Boulanger)을 연기하는 다니엘 불랑제는 '리오에서 온 사나이 (L'homme de Rio, 1964)'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도 오른 작가이기도 하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파트리샤 프랑쉬니(Jean Seberg)가 공항에서 인터뷰를 하는 작가 파블레스코(Jean-Pierre Melville)를 연기하는 장-피에르 멜빌은 누벨바그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필름 누아르 '도박꾼 밥 (Bob le Flambeur, 1956)'을 연출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장 뤽 고다르 감독 자신은 '네 멋대로 해라'에서 미셀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는 밀고자(Jean-Luc Godard) 역으로 영화에 잠깐 출연도 하며, 자크 리베트도 차에 치여 죽는 사람으로 잠깐 출연한다.

'네 멋대로 해라'의 영어 제목은 'Breathless'인데, 프랑스 어 원제목도 "숨이 가쁜"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네 멋대로 해라'의 영화의 형식이나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오히려 '네 멋대로 해라'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린다. '네 멋대로 해라'의 영화의 형식은 기존의 영화의 규칙을 무시하고, 영화의 이야기는 사회의 규범을 무시하는 반체제적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의 영화의 규칙을 따르며 영화를 만들었던 영화감독들과 사회의 규범을 따르며 살아가는 관객들은 기존의 영화의 규칙을 무시한 장 뤽 고다르 감독과 사회의 규범을 무시하는 '네 멋대로 해라'의 주인공인 두 젊은 남녀 미셀과 파트리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네 멋대로 해라."

'네 멋대로 해라'의 여러 새로운 영화 형식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점프 컷(jump cut)이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은 '네 멋대로 해라'에서 점프 컷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한 예로 미셀이 훔친 컨버터블을 타고 있는 파트리샤의 뒷모습을 보여 주는 장면에서 점프 컷의 사용을 확인할 수 있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점프 컷은 어떤 특별한 목적 없이 사용된 듯한 느낌도 주는데, 이는 점프 컷이 의도적이기보다는 우연적으로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은 '네 멋대로 해라'의 상영 시간이 너무 길자, 장-피에르 멜빌 감독에게 자문을 구했고, 장-피에르 멜빌 감독은 영화의 이야기 전개를 느리게 만드는 모든 신(scene)을 잘라내라고 제안을 한다. 하지만 장 뤽 고다르 감독은 신이나 숏 전체를 잘라내기보다는 숏 내에서 가위질을 하여 혁신적인 점프 컷을 탄생시켰다.

혁신적인 점프 컷뿐만이 아니라, 최근의 영화들이 보여 준 참신하다고 생각되는 영화 형식들이 - 적어도 이와 비슷한 형식들이 - 이미 '네 멋대로 해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 (Birdman or (The Unexpected Virtue of Ignorance), 2014)'은 롱 테이크로 촬영한 긴 숏으로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는데, 이와 비슷한 형식이 이미 '네 멋대로 해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파트리샤와 저널리스트 반 두드(Van Doude)가 레스토랑의 2층 계단을 내려와 레스토랑을 나가자, 파트리샤를 미행한 미셀이 갑자기 카메라 앞에 나타나고 카메라는 미셀을 따라간다. 이 숏은 길지는 않지만 '버드맨'에서 롱 테이크 숏 내에서의 영화의 이야기 전개 방식과 비슷하다. 미셀이 거리에서 신문을 파는 파트리샤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과, 미셀이 여행사에서 일하는 친구 톨마초프(Ricardo Balducci)를 만나는 장면은 상당히 긴 롱 테이크 숏이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 픽션 (Pulp Fiction, 1994)'은 다른 여러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를 넣어 관객들에게 큰 재미를 주었는데, '네 멋대로 해라'에서도 다른 여러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를 넣어 관객들에게 큰 재미를 주고 있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제프 챈들러와 잭 팰랜스가 출연하는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의 '지옥까지 10초 (Ten Seconds to Hell, 1959)'와, 험프리 보가트가 출연하는 마크 롭슨 감독의 '하더 데이 폴 (The Harder They Fall, 1959)'의 영화 포스터를 볼 수 있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미셀이 톨마초프를 만나, 도박과 또 다른 친구인 밥 몽따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밥 몽따뉴는 장-피에르 멜빌 감독의 '도박꾼 밥'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이름이다. 또한 미셀의 가명인 라스즐로 코바츠는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이중 열쇠 (A Double Tour, 1959)'에서 장 뽈 벨몽도가 연기한 캐릭터의 이름이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장 뤽 고다르 감독은 여러 혁신적인 촬영 기법들을 사용하였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은 영화의 사실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핸드 헬드 카메라(hand-held camera) 촬영 기법을 사용하였고, 조명도 없이 대부분 야외 촬영을 하였다 - 하지만 너무나 자연적인 야외 촬영을 하는 바람에 지나가는 일반인들이 카메라를 쳐다볼 정도다. 또한 트래킹 숏을 위한 트랙을 설치할 형편이 안 되자, 장 뤽 고다르 감독과 촬영을 담당한 라울 쿠타르는 휠체어를 빌려, 영화 촬영을 할 때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이 직접 휠체어를 밀기도 했다.

'네 멋대로 해라'의 주인공인 미셀과 파트리샤는 젊은이 특유의 개인주의적이고 반항아적인 젊은이들이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미셀은 우상으로 여기는 험프리 보가트를 흉내내지만, 미셀이라는 캐릭터는 후에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에 등장하는 수많은 반항아적 캐릭터의 모태가 되었다. 미셀과 파트리샤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보니 파커(Faye Dunaway)와 클라이드 배로우(Warren Beatty)처럼 직접적인 행동으로 반항아적인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사회의 규범에 대한 무관심으로 대신한다. 파트리샤는 미셀에게 아이를 임신했다고 너무나 무덤덤하게 이야기하고, 미셀 또한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는 듯 너무나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것뿐이며, 이것 외에 다른 것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파트리샤는 미셀이 경찰관을 죽인 살인범이라는 사실과 유부남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지만,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셀과 함께 차를 훔치기까지 한다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초반에 보니가 클라이드를 무작정 따라나서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파트리샤가 미셀을 결국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미셀이 자신을 배반했기 때문도, 미셀은 결국 살인범이라고 뒤늦게 깨우쳤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미셀을 사랑하고 있나 확인을 하기 위해서이다. 파트리샤에게서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미셀 또한 경찰이 오기 전에 도망을 가야 한다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이 파트리샤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에 괴로워한다.

'네 멋대로 해라'의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다. 비탈이 쏜 총을 맞고 한참 동안 "숨가쁘게" 도망을 친 미셀은 결국 길바닥에 쓰러진다. 그리고 죽기 직전에 "가쁜 숨"을 쉬며 파트리샤에게 - 죽어 가는 자신의 처지를 욕하는 것인지, 아니면 경찰에 신고한 파트리샤를 욕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 말한다. "진짜 역겨워."

파트리샤는 카메라를 쳐다보며 미셀이 버릇처럼 그랬듯 엄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문지른다.

Posted by unforgettable